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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146 (그라나다 전)

by 다스다스 2020. 1. 20.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별로인데 감독이 바뀐 지 얼마 안 됐다는 것과 라인업도 낼 수 있는 최대치는 아니었다는 거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오늘 준비해온 게 그가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 거라고 보기에 어느 정도 감안하고 봤습니다. 그럼에도 딱히 좋은 얘기만 하고 싶진 않아요. 간략하게 얘기하자면.




일단 세티엔의 바르셀로나가 발베르데의 바르셀로나와 가장 다른 점은 상대의 대응 방식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으면서 역으로 볼 점유를 '더' 강조하면서 볼을 소유했을 때 순간적으로 4열 배치로 선수들을 배치해서 간격을 좁히고 삼각형을 최대한 만들어서 조금 더 패스를 빠르게 내보낼 것을 지시하면서 볼이 굴러가는 속도가 빨라야한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는 거.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느냐는 2차적인 문제로 두고 의도 자체는 이 쪽에 가까울 거라는 뜻입니다.)



(이런 식으로)




당연히 패스가 1초라도 빠르게 나가야하니 발의 방향을 의식해서

그리즈만은 왼쪽을 기점으로

파티는 오른쪽을 기점으로

왼발잡이지만 좌우가 다 되는 사기캐릭 메시는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는 중앙을 기점으로.





그러면서 상대의 수비 대형이 갖춰지기 전에 측면 공간을 타거나 그 근처에서 볼이 빠르게 굴러간다 싶으면 순간적으로 몇 명의 선수들이 종적인 침투를 행하면서 수적 우위를 점하는 그런 모습들이 몇 차례 보였죠. 문제는 매번 속도가 빠르게 날 수가 없고 때론 느리게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는 건데 상대가 수비 대형을 갖춘 상태가 되고 볼이 느리게 굴러가기 시작하면 메시가 내려와서 우격다짐으로 뚫으려는 모습이 발베르데 시절과 비슷하거나 어쩌면 더 많아질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의 느낌을 줬다는 거. 이 의미는 저 상황이 되면 측면 공간을 버려둔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저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측면 공간은 더더욱 무의미해지겠죠? 오늘 점유율이 분명히 높았지만 솔직히 그게 유의미한 점유였냐하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 한 명도 없을 겁니다.




그라나다가 후반전 들어서 유독 더 수비적으로 보이고 선수들 간의 간격이 좁아진 것도 이게 바로 보였기 때문일 겁니다. 솔직히 제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최소한의 인원으로 공격하고 수적 우위를 내주는 그림 자체를 안 만드려고 했을 거에요. 아마 퇴장만 아니었으면 더 힘들게 이겼거나 비기거나 재수 없으면 졌겠죠.




데 용과 아르투르가 완전히 다 돌아오고나서 필드 위에서 바르셀로나가 낼 수 있는 최대치를 낸다고 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일 지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보는데 일단 오늘 경기는 모든 요소들을 감안하고 봐도 앞서말했듯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별로입니다. 쉬는 동안 바르셀로나 경기를 꼬박꼬박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이론을 통해 장점은 취하면서 단점도 어느 정도 가려보자는 의도가 살짝 보여서 그게 아쉽네요. 아무래도 과정만 보이는 게 아니라 성과까지 어느 정도는 보여야 자신의 자리가 유지될테고 그게 바로 빅 클럽과 그 아래 단계 클럽의 차이일테니 감독으로서 마주하는 부담감은 분명히 있기야 하겠죠.




근데 이게 정말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그림이라면 장담하는데 마드리드, 시티, 리버풀 만나면 작살날 겁니다. 안 하던 거 하다가 지는 게 아니라 하던 거 하다가 지는 그런 그림으로. 까놓고 보면 과정만 조금 다를 뿐이지. 발베르데가 가지고 있던 한계를 비슷하게 가지고 있는 겁니다. 앞으로 다가오는 경기들에서 세티엔이 과연 뭘 생각하고 뭘 내놓을 지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될 것 같네요.





푸츠는 오늘 처음 봤는데 생각보다 본인의 장점과 단점을 스스로 잘 파악하고 있단 생각이 드네요. 몇 번 더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음. 팀적으로 보면 루즈볼과 세컨볼에 대한 관념은 확실히 크루이프와 펩 따라쟁이구나 싶달까. 전체적으로 보면 포리바렌테 (대표적으로 세르지) 를 중용할 수도 있겠다 싶은데 이건 뭐 몇 경기 더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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