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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150

by 다스다스 2020. 1. 26.




요즘 농구를 너무 많이 봐서 축구 보면서 농구 생각, 농구 보면서 축구 생각을 해서 뻘글 하나 남기고 가봅니다. 발렌시아 전 후기의 연장선이 될 수도 있구요. 왜 펩이 바르셀로나랑 뮌헨 감독일 때 농구 감독들이랑 얘기를 많이 하려하고 농구를 참고했는 지 잘 알 것 같은 요즘입니다.




농구 보면 진짜 재밌는 게 슈터가 3점 라인 밖으로 빠져도 그 슈터가 슛을 잘 못 던지면 과감하게 버리고 다 헬프 수비를 갑니다. 더블 팀을 가든 트리플 팀을 가든 하죠. 특히 4쿼터나 플레이오프 되면 이게 더 노골적으로 보여요. 물론 가끔 가다 잘 못 버려서 3점 시원하게 계속 얻어맞고 당하는 경우도 있는데... 드뭅니다. 포틀랜드 제일 좋아해서 많이 보는데 이번 시즌은 릴라드, 맥컬럼 빼면 오픈인데도 에어볼 던지는 놈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클리스, 아미누 저번 시즌에 욕해서 미안하다... 아리자 와줘서 고마워...) 화이트사이드는 신체 능력만 보면 최고 중 하난데 의외로 제한적인 선수라 포틀랜드는 저 둘만 막으면 끝나요. 근데 농구에도 메시 같은 놈들이 몇 명 있어가지고 그런 빡센 수비 다 뚫고 팀을 이기게 하는 놈들이 종종 있습니다. 포틀랜드도 릴라드가 종종 그러죠. 물론 때론 지기도 하고 어쩌면 지는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겠죠. 축구도 똑같습니다. 온 더 볼이든 오프 더 볼이든 측면을 의식하게 못하면 그냥 거기 버려두고 중앙만 막으면 끝인 거에요. 아니면 어차피 거긴 의미없는 공간이니까 거기로만 볼이 굴러가게 의도하든지요. 어차피 우리는 공격할 때 그 공간을 타고 달려나갈 거니까. 한 때 시메오네가 잘 써먹던 거죠.




측면을 의식하게 하려면 온 더 볼이 좋은 선수를 때려박는 게 우선이지만 그게 안 되면 양적으로 때려박고 그 이후에 뭔가 교정을 해야하는데 바르셀로나는 양 측면에 늘 1명씩만 있습니다. 그 상황 자체를 의도했으면 (펩이 가끔 이걸 의도해서 선수의 개인 기량을 끌어올려서 쓸 때가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도 뮌헨에서도 다 그랬어요. 시티에서도 그러고.) 그걸 잘 써먹었겠지만 의도한 상황이 아니니까 당연하게 백패스나 횡패스만 하는 겁니다. 거기서 실책하면 끝장나니까. 미드필드들은 그걸 의식해서 슬금슬금 측면으로 빠지고. 이걸 가지고 선수들을 비판할 필요는 없어요. 팬들이 그리워하는 이니에스타는 의도적으로 혼자서 측면이나 엔드 라인까지 볼을 끌고 들어가서 다수를 상대할 때 자신의 기술이 장점을 발휘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고. 네이마르는 원래 어렸을 때부터 다수를 상대하는 장거리 드리블을 즐겨하던 선수였어요. 그런 선수가 없으면 다르게 강화할 방법을 찾는 게 감독이 할 일이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게 감독으로서의 능력 중 하나기도 하구요.




파티가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에 어땠는 지 잘 모르겠는데 이번 시즌 제가 봐온 파티는 전혀 그런 유형의 선수는 아니라고 봅니다. 알바는 애초에 이런 온 더 볼 상황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욕밖에 할 게 없는 선수인데 오히려 주변 선수들이 그를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죠. 오늘 경기만큼은 선수들 누구를 콕 집어서 지적할 경기가 아니란 뜻입니다. 세티엔이 가진 선수들을 똑바로 못 쓰고 어설프게 쓰고 있는 게 우선이죠. 이게 해결 안 되면 그냥 축구 자체를 너무 잘하는 선수들을 다 깔아줘야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되잖아요?




바르셀로나는 늘상 말하지만 그냥 잘하는 것만 해야돼요. 어설프게 단점 메우기 놀이는 할 필요가 없습니다. 문제는 한 경기, 한 경기를 통해 따라오는 통제할 수 없는 외적인 요소들 (언론, 기자, 라이벌들의 성적 등등 많겠죠.) 이 과거보다 크게 다가옴으로 인해서 감독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거겠죠. 일단 살아남아야하니까. 발베르데도 종종 그랬죠. 한 경기, 한 경기를 헤쳐나가는 게 중요하지. 한참 이후의 일에 대해선 얘기할 게 없다고. 세티엔이 이걸 극복할 그릇과 결단력을 가진 사람이냐는 조금 더 봐야되겠지만 제가 보기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제가 감독 하나만 바꾼다고 변하지는 않을 거라고 얘기해온 이유기도 합니다. 모든 게 조화를 이뤄야하는데 될 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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