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수든 기회를 찾아서 떠나는 건 당연한 거임. 프로 선수가 돈을 보고 이적을 결정하는 것도 그 선수의 삶에 있어서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는 거고. 충분히 존중받을만한 결정이죠. 반대로 기회를 기다리고 반드시 여기서 성공하겠다는 일편단심의 의지가 대단한 거.
예전에야 세스크나 토랄, 베예린 등 욕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이젠 당연한 거라 생각함. 자기 차례라는 게 언제 올지 모르는 거니까. 그거 기다릴 정도로 축구계의 시계열이 느리게 돌아가지도 않구요.
그리고 바르셀로나는 원래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자주 제공하던 팀이 아니었음.
피케, 세스크 등 기회를 찾아 런치던 시기 이전에도 피구 런하고 팀이 박살이 나버리다 못해 데려오는 선수들마다 다 망하니까 어린 선수들 기용 빈도 수가 올라가고 유망주들에게 베팅하는 팀이었고.
마시아 시스템을 퍼스트 팀까지 확고하게 연결시킨 장본인인 크루이프도 50년에 한 번 나온다는 재능이란 평가를 받던 데 라 페냐 뒤지게 안 쓴다고 언론들하고 사이가 멀어진 감독이었음. 왜 안 쓰냐는 질문에도 어린 선수를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던 게 크루이프.
그전에도 바르셀로나는 유스보단 오렌지들, 브라질리언들, 바스크들 등 외국인, 이방인들이 먹여 살리던 팀. 이 진실을 공개적으로 말한 바싸트란 의장 후보는 카탈루냐 감성을 제대로 건드려 그대로 지지율이 폭락하면서 라포르타가 그것을 낼름 주워 먹은 건 유명한 일화.
라포르타가 아직도 유스 시스템을 극찬하면서 자신의 무능력을 가리려는 얄팍한 발언들을 하는 건 대다수의 팬들이 미치는 부분과 자신의 시발점이 어디였는 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까.
감독이 찾는 유형의 선수여서 아니면 재능의 크기가 확실히 보여서 그 좁은 구멍을 뚫고 올라오는 게 유스지. 시기에 맞춰서 딱딱딱 쓰던 게 아니란 거. 지금 바르셀로나는 굉장히 이례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거임. 외부에서 오는 선수들이 경쟁력이 없거나 점점 떨어져서 꼬맹이들이 그것을 메운다는 사실 자체가 위험 요소면 위험 요소지.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거.
그리고 항상 왜 크루이프 감독 이전과 이후로 나누냐면 유스 시스템부터 전면적으로 다 뜯어고치고 팀의 색깔, 방향성, 관념, 철학 등을 확고히 하면서 훈련부터 싹 다 바뀐 게 이때부터니까임.
이게 완전히 자리 잡은 게 반 할 1기 때부터고. 사실 뮌헨만큼 반 할 재평가해야 하는 팀이 바르셀로나인데 이제 바르셀로나라고 봐도 무방한 메시랑 사이가 안 좋아 팬심을 잃어버렸고 2기를 워낙 조져놓고 간 인물이라 현지 민심은 더더욱 바닥일 거라 그럴 일이 없는 거뿐이죠.
팀이 떠오르고 저무는 사이클로 따지면 바르셀로나는 감독 크루이프 때부터 5번 정도의 사이클이 있었지만 유스로만 따지면 이제 3세대. 조금 더 세분화하면 4세대 수확물이 나오는 시기임. 가비, 야말, 쿠바르시가 대박을 낼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 셋 이후로 나머지가 어떨지는 말 그대로 도박임.
유스 시스템이 열매를 맺어 대박 중의 초대박을 내던 10년대 초반. 바르셀로나는 유스 출신으로 선발 라인업 11명을 다 채웠다는 뽕 제대로 차는 기사들도 나오곤 했지만 그러면서 서서히 중심축으로 자리 잡아 또 다른 선수들의 롤 모델이 되었어야 할 티아고는 욕심만 가득했던 티토 때문에 기회를 찾아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일이 벌어지죠.
뭐 사실 당시 에이전트였던 페레 과르디올라의 영리한 계약 조항이 있어서 떠날 수 있었던 거지만 당시 바르셀로나는 그거 아니었어도 나가겠단 선수를 붙잡지는 않았을 거임. 왜냐 세스크가 있었으니까.
게다가 테요, 조도산, 몬토야, 바르트라, 폰타스, 삼페르 등등 이런 애들도 깜냥이 당연히 안 됐던 선수들도 있겠지만 이때 동력을 잃은 애들도 적지 않음. 그러면서 웃기게도 쓸데없이 다음 세대 유스들 고평가가 자리 잡기 시작했죠. 푸츠, 아레냐, 에릭 가르시아, 모레이 같은 애들. 딱 이 즈음부터 몇몇 유튜버, 트위터쟁이, 해외 포럼들에서 꼬맹이들 얘기하던 애들이 올려치기 시작함.
요즘 유스들 잘 나온다고 하지만 반대로 그게 바르셀로나의 경쟁력이 유지나 상승이 안 되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임. 어린 애들 급하게 올려 쓰면서 버텨야 할 정도로 스쿼드의 전체적인 질이 떨어진다는 소리니까.
페드리 한창 잘 뛰고 있을 때부터 미친놈처럼 외치고 있지만 꼬맹이들은 무작정 많이 뛰는 게 좋은 게 아님. 쉬어야 할 때를 놓치면 어렸을 때는 그런 거 하나하나가 치명적으로 다가옴. 데 라 푸엔테 싫어하는 게 가비를 사지로 내몰아서가 아니라 본인 업적에 미쳐서 변수들을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아서 그런 게 더 큼. 부상은 따라오는 거죠. 이런 감독들은 1승, 1승에 미친 감독들이라 싫은 거임.
야말, 쿠바르시 같은 애들은 이례적인 예들인데 걔네들을 놓고 마시아 시스템을 무작정 칭찬하는 것 역시 위험함. 그런 선수들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나오는 게 마시아가 아니니까. 그런 거였음 바르셀로나는 진작에 이상론을 필드 위에서 펼치고 재정적으로 그 어떤 팀보다도 부유한 팀이 됐겠죠.
유스는 곁다리일 뿐임. 바르셀로나가 유리한 건 짧은 적응기를 갖고 팀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는 시스템을 한참 전부터 갖춰놨으니 선수들을 올릴 때 순전히 선수의 기량을 보는 게 아니라 퍼스트 팀에서의 적응 가능성과 기존 선수들과의 경쟁, 동기 부여 강화 등을 더 높은 비중으로 보고 올릴 수 있다는 거고.
그걸 극대화 하려면 일단 외부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계속 들어와야 함. 선수의 성장 방향성은 이때부터 서서히 잡히는 거임. 이니에스타가 가장 좋은 예고 근래 가비가 좋은 예죠.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뛴 선수들이 아님에도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하며 전성기에 다가가는 거죠.
결국 현 시점에서 바르셀로나가 집중적으로 봐야 하는 건 외부에서 오는 선수들의 적응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 겠죠. 어떤 선수를 데려오냐는 그다음 문제.
챠비가 어린 선수들을 본인 입맛에 맞게 골라서 잘 올렸다는 것도 타당한 얘기이나 (비중 조절을 너무 못하고 본인 살 길 찾으려고 꼬맹이들을 사지에 몰아버렸던 것도 타당한 비판이라 생각함) 반대로 그가 외부에서 오는 선수들의 효용성을 오히려 더 박살 낸 원인이 무엇인가는 아무도 지적하지 않음.
근래 감독들 중 본인이 원했던 선수들 이렇게 못 쓴 감독은 챠비가 탑임. 세티엔 같은 벌레는 당연히 빼놓고 봐도요. 점점 적응기가 짧고 이미 전성기에 접어들었거나 근처에 갔거나 살짝 꺾인 선수들만 원한 것도 챠비고.
바르셀로나가 적응하기 어려운 팀이란 사실은 놀라울 것도 없는 얘기지만 챠비가 그 정도로 색깔 있는 축구를 하진 않았으니까 더더욱 문제죠.
마드리드가 잘 나가면 잘 나갈수록 바르셀로나 팬들의 인내심은 더더욱 짧을 수밖에 없다는 걸 생각한다면 유스 시스템에 모든 걸 의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음. 오히려 팀을 더 처참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번 시즌 보인 한계를 유스 시스템을 바탕으로 뚫어낼 수 있다는 건 막연한 바람이고 냉정한 스쿼드 판단과 보강은 필수라고 보는 편. 플릭이 자신감을 내비친 건 자신이 제3자나 이방인으로서 바르셀로나의 스쿼드를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이건 긍정적인 해석일 뿐. 부정적인 해석도 얼마든지 가능함.
개인적인 의견도 덧붙이자면 어린 선수들에게 너무 많은 짐을 주는 것도 솔직히 보기 싫음. 07-08 메시를 봐서 그런가. 그때 메시 볼 때마다 대단한 것도 있지만 너무 슬펐음. 저 한 명 없거나 오른쪽으로 볼이 안 가면 뒤에서 볼만 뒤지게 돌리다가 지는 팀이었으니까.
시즌 내내 야말에게 어떻게 볼을 보낼까만 고민하는 게 팀의 제1원칙이었다는 건 야말의 재능을 칭찬할 일이지만 반대로 팀의 경쟁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거기도 함.
운이 좋게도 필요한 유형의 선수들이 유스에서 나왔을 때 팀이 궤도에 빨리 오르려면 이때 더 축구적으로 과감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의장을 비롯한 보드진은 그거 서포트해주라고 있는 거임. 지들이 업적 나눠먹고 뒷돈 돌려 먹을 생각하라고 있는 게 아니고.
데코야 보고 있니? 일 좀 똑바로 해라. 괜히 커넥션 의심 사는 짓거리 좀 그만하고. 그럴 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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