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평
바르셀로나는 원래 상대적 약팀과의 대결이 많을 수밖에 없는 코파 델 레이 토너먼트를 제외하고 펩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부터 리그 내 강팀과 토너먼트에서 맞붙은 경우나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에서 원정 성적을 바라보면 좋은 편이 아니기에 절대로 나쁜 결과라고 보지 않습니다. 게다가 무엇보다 오늘 레알 마드리드의 정신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동기 부여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무링요가 그 너덜너덜한 수비진을 잘 메꾸기도 했구요. 바란이 골문 앞에서 막아냈을 때부터 뭔가 느낌이 심상치 않았는데 아무튼 스코어리스도 아니고 득점을 올린 무승부는 좋은 결과라고 하기는 보는 입장에 따라 좀 애매하지만, 나쁜 결과는 결코 아닙니다.
펩이 지휘봉을 잡은 시절부터 바르셀로나는 2차전이 홈 경기일 경우 원정에서 지나칠 정도로 무리수를 두는 모험을 하지 않았고, 이번 경기 또한 이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홈 경기에서 모든 것이 판가름 날 거고, 흐름상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 보기에 개인적으론 별로 걱정하지 않네요.
하지만 불만이 한 가지 있는데 메시의 기용 방식에 좀 변화를 줬으면 함. 그의 위치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그의 플레이 시간에 대한 얘기.
메시에게 쏠리는 수비를 다른 쪽으로 끌어내줄 수 있는 선수가 이니에스타 밖에 없는 현 시점에서 다른 선수들은 적절하게 로테이션 해주면서 그와 반대로 지나칠 정도로 메시를 굴리고 있습니다. 이러다 메시가 누적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 어떡하려고? 체력적으로 힘겨워하는 메시인데 왜 양 측면에는 페드로-산체스가 아니라 이니에스타-페드로지? 대체 메시를 계속해서 기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가 빠지면 좌우 측면이 확 죽을 뿐 아니라, 패널티 박스에 빽뺵하게 자리 잡고 있는 상대팀의 수비를 상대로 공격 전개 자체가 원활하게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 보는데, 그래도 리그에서 어느 정도의 우위를 점하고 있고, 상대적 약팀과의 홈 경기에서는 어느 정도의 유도리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메시의 체력 상태가 원활한 리듬을 그리지 못하고, 불규칙적으로 흘러가면 메시보다 바르셀로나 전체에게 더 손해임. 이게 제일 잘 드러나는 게 지난 시즌 후반기 3연전이었고, 그 때의 결과는 다들 잘 아실 겁니다. 무엇보다 메시 의존증을 줄이는 게 티토의 첫 목표라 했으니 그것을 앞으로 다가오는 경기들에서 좀 보여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있고. 세스크의 활용이 제대로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티아고의 기용 시간을 조금씩 늘려나가면서 앞으로를 위해 모험을 해보거나 펩 시절에 시도했던 이니에스타 중심의 4-3-1-2 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고.
아무튼 오늘 경기 자체에는 만족스럽습니다. 저는 기용 방식에만 불만이 있을 뿐. 오히려 골 먹히고 한 골이라도 더 넣을라고 오버페이스 할까봐 걱정했는데 잘 조절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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