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Writing

마드리드가 왜 바르싸를 상대로 잘해진 거지?

다스다스 2013. 2. 2. 18:10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부임한 후 처음으로 치뤘던 엘 클라시코에서 무링요는 자신의 감독 커리어 역사상 가장 치욕스런 패배,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 역사상 가장 치욕스런 패배를 당하면서 엘 클라시코의 첫 시작을 아주 씁쓸하게 시작했다.

그리고 그 치욕스런 패배의 원흉은 바로 수비였는데, 무링요는 이후 자신들이 맨 처음 택했던 어정쩡한 수비 방식의 문제점을 깨닫고 4연전을 시작으로 그 문제점을 하나하나 고쳐나갔다. 이제 처음이었던 5대0 경기와 최근에 펼쳐진 클라시코 경기들에서 마드리드의 수비가 어떻게 변했고, 왜 바르셀로나가 전반전만큼은 마드리드를 상대로 손쉽게 우위를 점할 수 없었는 지 알아보도록 하자.

 

 

<10-11 전반기 깜노우 홈 경기. 2번째 골 실점 전 장면>

 

샤비가 볼을 소유하고 있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마드리드의 그 어떤 선수도 샤비에게 압박을 가하지 않고 (또는 가하려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샤비가 자유로운 상태로 놓이게 되면서 샤비는 안전하게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던 왼쪽 윙포가 있는 곳으로 볼을 보냈고, 그것을 놓친 마드리드는 결국 그렇게 2번째 골을 실점했다.

<10-11 전반기 깜노우 홈 경기. 3번째 골 실점 장면>

 

비야의 움직임은 오프사이드 트랩을 벗어나는 완벽한 예시였다. 하지만 그것은 현재의 주제와는 맞지 않는 주제기에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사진을 보면 두 번째 골과 마찬가지로 볼을 소유하고 있는 선수를 주시하고는 있지만, 단 한 명도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지 않다.

 

 

<10-11 전반기 깜노우 홈 경기. 4번째 골 실점 장면>

 

포백 라인 중 한 명인 카르발료는 메시를 쫒는 둘을 돕기 위해 포백 라인을 이탈하고, 페페가 그것을 메꾸기 위해서 왼쪽으로 조금 위치를 이동한 사진이다. 당시 오른쪽 풀백으로 나왔던 라모스와 페페의 거리가 굉장히 벌어진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볼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선수를 주시하고 있지 않다. 달려들어가는 비야를 보지 못한 마드리드는 그렇게 실점했다.

 

 

<10-11 전반기 깜노우 홈 경기. 바보짓하고 있는 센터백 라인을 나타낸 그림>

 

노란 줄이 쳐져있는 게 바르셀로나의 톱으로 나온 메시이고, 검은색 박스가 쳐져있는 것이 페페와 카르발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마드리드는 볼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에 큰 반응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메시가 그 어떤 때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볼을 소유하고 있는 선수만을 집중적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드리드는 이 경기 패배를 통해 어떠한 교훈을 얻고, 어떻게 변화를 주었을까? 이것을 살펴보기엔 최근 펼쳐진 클라시코들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기에 최근 클라시코 경기들에서 나타난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11-12 전반기 베르나베우 원정 경기, 마드리드의 기본 형태>

 

10-11 전반기 리그 경기와는 확연히 다른 수비 형태를 알 수 있다. 그 떄의 마드리드는 5명을 최후방 라인에 박아두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포백을 제외한 6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하프라인을 넘어서있거나, 그 근처에 위치하고 있으며 또한 호날두와 디 마리아가 수비 상황 시에 조금 내려와 일시적으로 4-4-2 형태의 포메이션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압박을 가할 때 수적 우위를 가져가기 위함이다. 볼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도 시시각각으로 파악하며 간격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 또한 사진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11-12 전반기 베르나베우 원정 경기. 전방 압박)

 

두 명이 순식간에 아비달에게 달려들며 볼의 전진을 막으려 달려든 후 그의 전진이 막히자 한 명은 피케에게 들러붙어 패스 길을 의도적으로 한 방향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발데스에게의 백패스) 바르셀로나의 전방 압박과 비슷한 형태라고 보면 될 듯하다. 순간적으로 조여들어와 뻔한 패스 길을 유도하거나, 롱볼이나 옆라인으로 볼이 나가게끔 유도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발데스의 실수가 근래 들어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이것이며, 바르셀로나의 전방 압박이 제대로 돌아갈 때 상대팀이 제대로 된 전진을 한 번도 성공시키지 못하는 이유 또한 이것이다. 상대의 실수를 유발시켜 공격을 저지하거나, 단거리 역습을 시도하는 것이다. 사키가 말한 능동적인 수비의 가장 적합한 예이다.

 

 

<11-12 전반기 베르나베우 원정 경기. 발데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는 두 명의 마드리드 선수>

 

발데스의 킥 미스를 유발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두 명이 순식간에 조여들어가고 있다. 즉, 무링요의 첫 엘 클라시코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볼을 소유하고 있는 선수만 집중적으로 바라보고, 볼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대부분 다 놓쳤다면, 근래 들어선 볼을 소유하고 있는 선수를 두 명이 순식간에 조여들어가 압박을 가하고, 그 중 한 명은 근처에 안정적으로 패스를 받아줄 수 있는 선수에게 바로 달라붙고, 나머지들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수비 라인 앞에 있는 선수들을 마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볼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이전과 다르게 굉장히 중요하게 바라보고 그들을 막는 것이 실점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무링요가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12-13 코파 델 레이 4강 1차전 베르나베우 원정 경기. 측면으로 몰아가기>

 

레알 마드리드 선수가 주변에 셋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볼을 줄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다. 마드리드의 압박 수비가 성공적으로 먹힌 예이다. 바르셀로나의 전방 압박이 성공적으로 먹힐 때도 자주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롱볼로 앞으로 보내거나, 옆라인으로 아웃되는 게 일반적이다.

 

 

수비 방식의 차이점과 변화한 부분을 살펴보는 데는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다가오는 2차전 또한 최근 엘 클라시코의 양상이었던 마드리드의 초반 공세-선제골 (또는 없음)-바르셀로나 주도권-바르셀로나 만회 골 (또는 없음이나 이후 난타전)-경기 끝으로 흘러갈 거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2차전에는 레알 마드리드의 페어 플레이가 정말, 제발, 반드시, 꼭 있었으면 한다. 눈이 정화되는 멋진 경기가 쓰레기 같은 행위들로 망쳐지는 것은 그 어떤 축구 팬도 원하지 않는 일이다. 이제는 더 이상 멋진 경기가 망쳐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그러므로 정신차려라. 레알 마드리드의 몇몇 쓰레기 선수들아. 특히 아르벨로아, 페페, 라모스, 알론소, 코엔트랑, 마르셀로, 에시앙. 물론 선수들보다 싸이코같은 감독이 먼저 정신을 차려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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