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Writing

바르셀로나가 역습을 안 한다고?

다스다스 2013. 2. 22. 14:46

 

바르셀로나가 형편 없는 경기력으로 무나 패를 하거나 또는 기대 이하의 모습과 성과를 거둘 때 항상 나오는 말들이 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볼만 돌릴 줄 알고, 어떻게든 만들어서 공격을 하려고 한다. 빠른 공격은 할 생각을 안 한다. 역습을 안 한다. 실리라는 것을 모른다. 중거리는 쏘지도 않는다. 등등 개인적으로 이런 거 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바르셀로나도 실리적인 축구하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역습은 아니지만 역습 합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방식이 다를 뿐. 이들이 하는 축구의 틀 안에서 나름대로의 실리적인 면과 역습이란 게 있습니다. 중거리를 쏘지 않는 건 그게 큰 효용성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안 쏘는 것이구요.

 

 

바르셀로나의 실리적인 축구는 박스 안에 다 박혀서 수비 하는 게 아니라 볼 점유율과 본인들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고, 펩이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원정 경기들에서 자주 사용했었던 방법입니다.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기는 10-11 시즌 챔피언스 리그 4강 1차전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가 될 수 있겠습니다. 스페인 또한 비슷한 예시가 될 수 있겠죠. 이니에스타의 말을 통해 이 부분은 끝을 맺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니에스타 曰

 

"우리가 이러한 방식의 축구를 하는 이유는 이것이 언제나 승리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저희가 할 수 있는 축구가 이것밖에 없고, 이렇게 하는 게 저희에게 가장 잘 맞기 때문이죠. 또한 저희는 다른 방식의 축구를 해낼 수 있는 선수가 없어요. 사람들은 실리적인 축구에 관하여 얘기하고 있습니다. 글세,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우리에게 있어선 지금 하고 있는 축구가 실리적인 축구라고 말이에요. 저희는 이러한 방식으로 축구를 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고, 이러한 방식의 축구가 우리가 가장 승리를 거두기 좋은 방식이라고 믿고 있어요."

 

 

다음으로 가장 많이들 오류를 범하는 게 바르셀로나는 역습 공격이 아예 없다는 것인데, 역습이라는 것은 현재의 레알 마드리드나 과거 맨유, 무링요 시절 첼시, 인테르가 했던 것처럼 최후방에서 최대한 빠르게 쭉쭉 전방으로 향해가는 것만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이건 보통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역습이지. 역습 전체를 나타내는 게 아닙니다. 역습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으며, 바르셀로나가 주로 해왔던 것은 사키가 강조했던 단거리 역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사키의 말을 빌려오도록 하겠습니다. (사커라인에 이형석 님께서 쓰신 칼럼을 참고했습니다.)

 

아리고 사키 曰

 

“수비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목적이 있으며, 현대 축구에서는 경기 흐름 및 상대 팀의 성향에 따라 어느 한 쪽에 비중을 두고 정교하게 수비 전술을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두 가지 목적이란 첫째는 실점하지 않는 것 (수동적 목적) 이요, 둘째는 상대로부터 볼을 빼앗아내는 것 (능동적 목적) 이다.”

 

(전자 (수동적 수비) 에는 사람 중심의 수비를 펼침으로써 페널티 박스 지역을 지켜내기 위한 수동적 의미가 담겨져 있는 반면, 후자 (능동적 수비) 에는 공격의 재시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강한 적극성이 내포되어 있다.)

 

“역습을 통한 공격찬스를 더욱 많이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볼을 높은 지점에서 빼앗아낸 후 단거리를 단시간에 공략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드필드 지역에서의 압박이 성공하는 횟수가 많으면 많아질수록 역습에 의한 공격찬스도 비례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의미다.”

 

(이것이 사키가 강조하는 단거리 역습 이론이다. 크루이프와 다르게 사키가 무링요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내린 것은 그가 자신이 강조했던 이론을 잘 적용해냈기 때문이다. 또한, 사키가 펩이 바르셀로나 감독을 맡고 있던 당시 펩을 자신보다 높게 평가하면서 칭찬했던 것도 이와 같은 이유가 일정 부분 있다.)


바르셀로나의 전방 압박이 제대로 돌아가는 경기들을 보면 상대의 미스를 유도해내 득점 찬스를 만들어내는 경우를 볼 수가 있습니다. 이게 사키가 말한 능동적 수비의 가장 적절한 예시이며, 바르셀로나 식 카운터어택입니다. 압박을 통해 최대한 높은 지점에서 볼을 탈취해낸 후 상대의 수비 라인이 제대로 형성되기 이전에 재빨리 패널티 박스로 도달하는 것이죠. 현재 이러한 모습이 나오지 않는 건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고, 상대보다 체력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을 만한 상태가 아니며, 그로 인해 전방 압박을 비롯한 체계적인 압박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르셀로나가 실리적인 축구와 역습을 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펩 때부터 현재까지 치뤄온 경기 중 제대로 된 경기 최소 다섯 경기만 골라봐도 얘네들도 실리적인 축구와 역습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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