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Writing

지긋지긋한 그리말도 고평가

다스다스 2017. 7. 3. 01:01


벤피카로 떠난 그리말도를 왜 보냈냐하면서 비판을 넘어서서 비난을 하는 팬들이 많은 관계로 개인적인 생각 끄적끄적. 그리말도는 어린 시절 기대치가 왼쪽의 다니엘 알베스나 필립 람 정도로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하는 선수였던 건 맞습니다. 실제로 카테고리를 하나하나 밟으면서 올라올 때도 그에 상응하는 실력 (포리바렌테로서의 가능성이나 주도적으로 볼을 소유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 등) 을 내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후베닐 A 까지는요. 허나, B팀 승격 이후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하게 되는데 오른쪽 십자인대 바깥쪽이 파열 당하는 부상을 당하면서 1년 가까이를 그냥 통째로 날려버렸죠. 그 후 이전에 보여주던 폼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했구요.


유스 선수들을 바라보면서 흔히 많이들 놓치게 되는 게 성장하면서 변하는 것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처음의 그 이미지를 머릿 속에 박아두고 선수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그리말도는 기대치에 비해 신체적인 성장도 어느 순간 멈췄던 시기가 있어서 신체적인 밸런스도 고평가받던 시기에 비해서 안 좋아진 편이고, 무릎 부상 이후 측면에서 중요한 걸로 꼽으면 TOP 3 안에 무조건 든다고 볼 수 있는 방향 전환 마저도 이전보다 심각하게 안 좋아진 케이스입니다. 활동량도 풀백치고는 조금은 부족하다는 평을 많이 듣기도 했죠. 이후 평가가 쭈우욱 내려갑니다.


반대로 이와 다른 케이스로 가면 갈수록 평가가 올라가던 케이스로는 페드로나 부스케츠가 있죠. 쿠엔카도 심각한 부상들을 여러 차례 겪기 전까지는 받던 평가에 비해서 전술 적응력이나 전체적인 팀 전술에 녹아드는 능력이 좋았던 편이었고.


가장 중요한 건 측면 선수로서 체력이 그렇게 좋지 못하다는 점.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워낙 공격적인 재능이 뛰어난 풀백으로서 성장했기에 본인이 주도적으로 볼을 소유한 채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 아예 몸에 베어버렸다는 것. 본인이 볼 소유권을 오래 쥐고 있는 것과 수동적으로 맞춰서 움직여주는 건 엄청나게 다른 문제입니다. 지금 바르셀로나의 왼쪽 라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측면 포워드나 이니에스타에 맞춰서 오프 더 볼 중심으로 수동적으로 움직여주는 알바가 있음에도 네이마르는 물론 활용을 하기야 하지만 중앙에서 주로 움직임을 가져가는 이니에스타나 메시보다 알바를 활용하지 않습니다.


알베스는 본인이 볼을 몰고 들어가는 것도 잘했지만 본인의 주변에 포지셔닝을 하는 모든 선수들과의 호흡이 기가 막혔던 이 두 가지를 다 해낼 수 있는 것도 모자라서 신체적인 저하가 오기 전까지 수비까지 삼박자를 다 해내는 데다가 체력마저  뛰어남을 초월한 개념의 선수였고, 그리말도는 바르셀로나에서 그런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볼 때마다 수비적인 실책이 많고, 풀백 치고 활동량이 조금 부족했던 선수였던 걸로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지금 왼쪽 주전인 조르디 알바도 몇 년째 수비적으로 만족스럽지가 않은데 알바보다 수비를 한참은 못하는 선수를 미래로서 키우자니. 그건 어느 누구도 안 할 생각이죠. 그래서 루쵸가 보냈다고 봅니다. 쓰임새가 제한적이면서 같은 라인의 포워드에게 체력과 수비 부담을 더 과중시키는 풀백. 게다가 과거의 부상은 완벽하게 떨쳐낼 수가 없는 부상이니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저리 프론의 가능성을 봤을 수도 있겠죠? 제가 감독이라도 알바 그대로 쓰거나 다른 풀백 찾습니다. 당장 성적도 내야 되는데 말이죠. 알바가 당장 은퇴를 눈 앞에 둔 선수도 아니고. 결국 왼쪽 측면의 책임을 네이마르에게 몰빵하는 게 더 할만한 도박이었던 겁니다.


벤피카에서 잘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팀이나 바르셀로나에서도 기회를 줬으면 잘 했을 거다? 그건 아무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물론 잘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벤피카와 바르셀로나는 엄연히 수비 방식부터 수비 라인. 수비 부담. 공격 부담. 모든 면에서 풀백에게 가는 기대치나 역할이 다른 팀입니다. 그리고 그리말도는 이미 장기 부상 이후 만족할만한 모습을 보여준 기억보다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기억이 더 많은 선수였구요. 벤피카에서 잘 하는 건 (전 개인적으로 그렇게 잘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만... 경기 수도 20경기도 못 뛰었습니다.) 벤피카의 감독이 그리말도의 능력을 고려해서 그에 맞게 쓰고 있기 떄문이죠. 루이스 엔리케는 그렇게까지 쓸 생각이 없었고, 네이마르의 비중을 높이는 게 앞으로의 팀을 위해서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구요.


이번 여름 테오 에르난데스를 노렸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왼쪽 반경에서 움직이면서 센터백으로 자연스럽게 포지셔닝을 가져가던 과거의 아비달처럼 그러한 움직임을 가져가줄 수 있는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이러한 영입 방향성을 정한 것은 측면에서의 네이마르의 역할과 책임감을 앞으로 더 늘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발베르데라고 별 반 다를 거 같지 않구요. 왜냐면 바르셀로나는 이제 이니에스타-메시만 제대로 해주면 타이틀을 따오던 팀이 아니라 모두가 잘해야 타이틀을 딸 수 있는 팀으로 바뀐 팀이니까요. 미친놈처럼 오른쪽에서 넓은 범위를 커버하면서 체력적으로 지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는 베예린을 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유투브로 하이라이트를 꾸미면 누구든지 개쩌는 선수로 보이게 꾸밀 수 있습니다. 단점을 가리고 영상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요즘 영상 만드시는 분들 기술력이 워낙 좋고, 편집 능력 자체도 탁월하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선수만 놓고 평가하는 것보다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팀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어디에 두고 있냐를 보면서 그 선수가 왜 나갔는 지를 생각해본다면 그리말도의 이탈은 이해가 가능한 수준에 걸치는 문제였다고 봅니다. 포르투갈 리그를 폄하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말도를 폄하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바르셀로나가 생각한 몇 년 간의 방향에 그리말도를 포함시키는 것보다는 빼고 가는 게 더 낫다는 루쵸와 기술진들의 판단이 틀리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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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불라를 놓친 것은 쪼금 아깝긴 하네요. 에릭 가르시아는 잘 모르겠고. 아레냐는 나름 기대 중. 팔렌시아, 마를론, 쿠쿠레야는 미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