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Writing

옛날에도 썼던 글인데

다스다스 2018. 5. 20. 13:05


오늘은 선수 부상이나 선수단 관리에 대한 글을 하나 남겨놓을까해서 블로그를 켜봤습니다. 제목처럼 옛날에도 이 블로그에 썼던 글인데 누적에 대한 얘기입니다. 요 근래 유럽 축구에서 부상이 잦아지는 이유에 대해서 대략적으로라도 얘기를 해보고자 함.


일단 가장 중요한 건 축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이해죠. 그만큼 격렬한 운동을 농구처럼 잦은 교체로 선수들의 페이스를 조절해줄 수 있는 경기가 아니다보니까 한 경기에 소모하는 정신적, 육체적인 소모가 일반인이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심합니다. 거기다 현대 축구의 흐름 자체가 효율성을 이전보다 더 강조하면서 역설적으로 또 많이 뛰는 것을 강조하는 흐름 (만약에 어린 선수인데 매 경기 13~14km를 뛸 수 있는 괴물같은 체력을 가진 인재가 나타난다면 걔는 어느 팀이든 데려갈려고 환장할 거임. 나머진 어느 정도 가르치면 되지만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체력적인 한계는 훈련으로 극복할 수 없는 부분들도 포함되어있거든요.) 인데 경기수는 이전에 비해 엄청나게 많아졌죠. 불과 20년 전의 축구와 비교해봐도 팀 전체가 뛰는 게 평균적으로 15~20km 정도 증가했습니다. 물론 그에 맞춰서 의료 기술이나 선수단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도 많이 잡히긴 했지만 말이죠.


경기를 뛰면서 (and 원정 이동이나 시즌 중에 체력을 소모해야하는 다른 여러 가지 경우들로 인해) 오는 피로도나 데미지라는 게 기합이 들어가있거나 팀이 좋은 흐름을 유지하거나 아니면 본인이 좋은 흐름을 유지할 때 (긴장감을 잃지 않았을 때) 는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축적된 피로와 데미지라는 건 본인이나 피지컬 트레이너들, 의료진이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갑자기 한 번에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본인이 생각하고 있지 못하는 시기에 오는 경우도 있고 예측한 시기에 맞춰서 오는 경우도 있죠. (좋은 피지컬 트레이너와 그렇지 못한 피지컬 트레이너를 구분하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 그래서 유럽 축구 보면 분명 팀 자체가 좋은 흐름을 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삐걱거리다가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시즌을 말아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팀의 누적치가 그 특정 시점에 폭발한 걸로 보면 되는 거에요. 특히 열악한 환경에 있는 팀들이 상승세를 타다가 이러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반대로 시즌 중에 특정 시기에 지나칠 정도로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선수들을 실험하는 듯한 겉모습을 보여주면서 선수단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거의 퍼거슨이라던가. 바르셀로나 시절 과르디올라, 루이스 엔리케, 바이에른 뮌헨의 하인케스나 옛날 안첼로티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시기를 건너뛰면 다시 원상태로 선수단을 관리하면서 일정을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흔히 말하는 혹사로 보이는 경우에도 꾸준하게 잘하는 선수들이 있죠?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인데 요즘 같은 경우에는 메시나 크로스, 데 브라이너 같은 경우가 가장 적합해보이는 것 같은데. 그 선수들은 그 리듬에 맞게 신체적인 흐름을 개조?한 쪽에 가깝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오히려 리듬이 좋을 때 갑자기 쉬게 하면 몸이 갑자기 지쳐서 긴 시간 공들여놓은 신체 리듬이 망가져서 예를 들어 한 달이면 돌아올 리듬이 두 달이나 세 달씩 걸리는 그런 경우에 가깝죠. 일반인으로 보면 그런 경우 있잖아요. 한참 일하고 있는데 어느 날 의도치 않게 쉬었는데 다음날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몸이 엉망이고 막 그런 경우.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메시를 오랜 시간 보려면 기용 방식을 바꿔야된다고 주장해왔었던 것이기도 하고 그런 얘기들이 스페인 언론들의 칼럼에서도 많았었는데 여전히 그 부분은 아쉬움. 물론 그만큼 체력 훈련도 빡세게하고 훈련 전후는 물론이고 일상 생활에서도 신체 관리를 다른 일반적인 선수들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하겠지만 이런 현대 축구에 적응한 신체 리듬을 가진 선수들은 피지컬 트레이너나 의료진이 생각치도 못한 시기에 체력 리듬이 꼬여버리는 경우의 수가 종종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선수단의 전체적인 퀄리티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을 거에요. 마드리드의 이번 시즌도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그들의 하락세와 상승세의 시기를 알 수 있고 왜 토너먼트에서 강한 면모를 드러내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빡빡한 일정에 적응한 선수들이나 적응 중인 선수들이 부상을 겪을 때 주로 겪는 문제가 햄스트링이나 피로 골절이거든요. 이게 충분히 쉬고 나오면 그 다음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적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쉬지 못하고 나왔을 때 어떻게 되는 지의 가장 좋은 예는 아스날 시절의 세스크와 윌셔) 앞서 말했듯이 로테이션이나 선수단의 전체적인 퀄리티의 상승이 더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더 명확해지는 것이죠.


피로도와 데미지가 쌓이는 건 이전보다 더 많아졌는데 그걸 회복하고 신체 리듬을 바로잡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이전보다 더 짧아졌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에 게다가 사람의 몸은 나이를 먹어가면 먹어갈수록 본인이 아무리 관리를 해도 소모성으로 기존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아무리 강철의 몸과 체력을 가진 선수여도 1년 중에 한 번은 축적된 피로와 데미지를 온 몸이 받아들이는 시기를 겪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잦은 이동과 빽빽한 경기 일정이 늘 기다리고 있으니깐.


어린 선수들도 그래서 간혹 보면 어릴 때는 넘사벽 재능으로 주목을 받다가 정작 성인이 되서 퍼스트 팀에서 자리를 못 잡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마주하는 상대의 신체적인 능력이나 그로 인해서 떨어지는 체력도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자기가 뛰던 카테고리에서 마주하던 부담감과 퍼스트 팀에서 마주하는 부담감도 다를 것이구요. 그래서 어린 선수들은 퍼스트 팀에 올라오기 전까지는 평가를 너무 고정적이나 확고하게 할 필요 없다고 보는 편이기도 합니다. 올라와서 성장하던 과정과 다른 방향으로 성장하는 선수도 있고 하니깐.


그래서 크루이프이즘이나 사키이즘의 영향을 받은 감독들은 대부분 피지컬 트레이너의 중요성을 엄청 강조하는 편이며 그들이 데리고 있는 피지컬 트레이너들이 전 세계적으로 굉장한 수준에 속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선수단, 훈련과 일상 생활에 대한 통제 및 규칙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죠. 훈련 프로그램도 감독이 대부분 짠다고 생각하겠지만 피지컬 트레이너가 관여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습니다. 요런 것도 생각하면서 보면 축구가 조금 더 재밌어요. 한 경기, 한 경기만 보는 것도 재밌지만 시즌 전체를 생각하고 팀이나 선수들의 이런 신체적인 리듬을 스스로 계산하면서 보면 어느 순간 쎄한 경기가 보이고 그럴 때가 있음. 어린 선수가 퍼스트 팀에 올라왔을 때 그 선수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될 수도 있고.


농구도 마찬가지겠지만 축구는 참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인 스포츠라는 사실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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