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경기 감상평 外
1. 전통적으로 상대적 강팀이라는 평가를 받는 팀들 중 강팀 원정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압도적으로 많이 보여온 로마라는 걸 생각해도 오늘 마드리드의 경기력은 좋은 평가를 내릴 만한 경기였다. 호날두가 이적하면서 생긴 공백을 팀 전체가 공수 양면에서 조금 더 책임을 나눠가지면서 메우는 방식을 선택한 것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요소가 아닐까? 호날두가 경기 안에서 영향력이 줄어들거나 팀의 체력적인 요소를 불안정하게 만들 때마다 마드리드가 겪던 문제는 마르셀로의 과부화로 인한 좌우 밸런스의 붕괴가 가장 큰 문제점이었는데 그 부분이 마드리드에게 문제를 일으킬 확률은 그 때보다 조금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맞다.
2. 로페테기가 이스코의 효용성을 어떤 식으로 마드리드에 녹여낼 지가 관건인데 지단보다는 이 부분에서 조금 더 유연함을 발휘할 수 있는 감독이라고 본다. 발베르데와 마찬가지로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표면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할 때 그가 어느 정도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가 그의 그릇을 볼 수 있는 시점이 될 것. 16강 마드리드 때도 조별 예선에서 못한 적은 그렇게 많지 않다.
3. 마드리드가 감독이 바뀌었고 호날두가 나갔음에도 큰 타격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건 필드 위에서 기술적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선수가 많으면 자연스레 팀의 틀을 고정시킬 수 있다는 걸 잘 활용하기 때문. 바르셀로나가 이전에 해왔던 것이고 (그래서 타타 때도 마지막까지 리가 레이스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이다.) 마드리드가 그거를 오히려 잘 따라한 셈이다. 물론 그 선수들의 기용 빈도나 의존도가 높아지는 건 반비례로 따라오는 문제점이지만 그들을 제대로 케어할 수 있고 그에 맞는 보강을 꾸준히 해낼 수 있다면 한 시즌 동안 기복을 최소화할 수 있다. 관리의 중요성과 사이클 상승의 요인으로서 핵심적인 카드들을 지키는 것은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라다. 체력은 어느 팀에게나 이제 0순위로 강조되는 사항이라는 것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4. 지단은 그의 전술론의 기초 자체가 안첼로티와 무링요의 영향력 아래에서 마름모 배치와 선수 개개인의 기량을 살리는 성향이었기 때문에 바르셀로나가 감독을 가리지 않고 전술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 답답하던 타타가 안첼로티를 상대로 리가에서만큼은 다 이겼던 것도 좋은 예.) 결국 그걸 잘 변형해서 지단만의 색깔로 4-3-1-2 와 4-2-3-1, 4-3-3 을 적절하게 쓴 게 토너먼트에서 결정적으로 먹혀서 3연패를 이룩해낸 게 흠이지만 정작 맞대결에서 바르셀로나는 경험과 우위를 잘 살려서 이득을 많이 챙긴 편이다. 허나 로페테기의 마드리드를 상대로는 바르셀로나는 조금 더 팀적인 완성도를 기반으로 해야 맞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될 확률이 높아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이제 바르셀로나도 감독빨 볼 때 됐잖아? 루쵸 마지막 시즌부터 감독빨로 무언가 해낸 게 없는 것 같은데.
5. 현재 마드리드의 흐름을 보면 리가 레이스는 조금 더 피곤한 양상으로 갈 확률이 높다. 전반기에 5~6점 정도의 차이는 벌려놓아야 후반기에 자빠져도 조금은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알레띠는 상대적으로 봤을 때 월드컵 데미지를 많이 받은 편이며 저번 시즌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선수단의 페이스 저하와 수비적인 방향성을 상대로 하는 팀들과의 경기에서 마주하는 지공의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페이스가 다시 올라오는 시점이 언제가 될 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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