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Writing

잡소리 6

다스다스 2019. 1. 7. 14:46


휴식기를 거친 이후 원정 경기였기 때문에 쉬운 결과를 예상했을 가능성이 높겠지만 헤타페 원정에서 쉬운 경기를 해본 기억이 잘 안 나는 수준이라서 안 자빠지기만 해도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이겨서 승점은 챙겼으니 꽤나 유의미한 경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게다가 결과적으로도 알레띠와 마드리드는 알아서 자빠졌으니 후반기 시작은 굉장히 좋은 편이라고 볼 수 있겠죠?



메시는 정말 특이한 게 오래 쉬면 뭔가 별로라는 느낌이 항상 있는 거 같네요. 평소 메시라면 저러지 않을 텐데? 란 생각이 조금 들었는데 신체 리듬을 어떤 식으로 설정한 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요런 기사나 칼럼 써주는 사람이 요즘은 왜 이렇게 없는 지 참...


일단 제일 긍정적인 건 발베르데가 이제 비달을 조금씩 믿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였다는 거? 부스케츠가 몸 상태가 안 좋았다고 하던데 결국 교체로까지 넣은 거 보면 언론에서 떠들어대던 수준의 피로도는 아니었다고 보여지는데 그럼에도 발베르데가 이제 비달을 선발 라인업에 넣는 모습이 많아졌다는 건 자신의 보수적이고 경직한 기용 방식을 깨고 들어올 정도의 선수라는 걸 감독으로서 인정했다는 얘기겠죠. 심지어 시즌 초반에 교체에 불만을 품고 인스타로 간접적인 불만을 나타내던 비달의 모습까지 생각한다면 힘싸움도 없다는 소리일테구요. 무협지 보면 서로를 인정했다 이런 거? 부스케츠는 컨디션도 별로였고 어차피 팀의 체력이 서서히 올라오면 알아서 역할이 줄어들고 잘할 겁니다. 걱정할만한 단계는 아니라고 확신. 노장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텀이 좀 길어진 면이 있다고 보는 게 맞겠죠.



뎀벨레는 휴식기 동안 준비를 한 듯한 느낌이 있네요. 여전히 잘한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나아지는 건 확실히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패스할 때나 패스 받을 때 시야가 이전에 비해서 넓어지고 판단력이 조금 빨라졌다는 게 경기만 봐도 눈에 보입니다. 근데 한 가지 절대 개선이 안 되는 게 선수로서 가지는 한계인 지 아니면 본인이 자신감이 안 붙어서 과감해지지 못하는 건지 판단이 잘 안 되는데 양 발을 다 잘 쓰는 편이면 방향전환이 자유자재로 되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드리블이 자연스러워야하는데 슈팅페이크나 동작이 큰 페이크로 속여서 제끼는 경우의 수가 지나칠 정도로 많아요. 양 발을 잘 쓰는 게 사실은 아닌 건가 싶을 정도입니다.


이게 먹혔을 때는 페이크에 수비수가 다 속으니까 굉장해보이겠지만 기본기가 딸리는 애들이 많이 쓰는 편이거든요. 바르셀로나 팬분들이 싫어하시는 호날두가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호날두는 온 더 볼 상황에서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저런 개인기가 많아졌어요. 그래서 저런 동작에 안 속는 수비수들 만나면 원온원 상황에서도 아무 것도 못했죠. 어렸을 때도 이런 페이크 동작이 많은 편이었다보니 원온원 수비에서 압도적인 클래스였던 애쉴리 콜 같은 선수나 전성기 알베스 같이 신체 능력으로 찍어누르는 거 아니면 밀리지 않던 선수를 만나면 그냥 쳐발렸습니다. 보통 기본기가 좋은 선수들은 페이크를 넣어도 굉장히 동작이 작고 다음 동작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짧아서 드리블이 자연스럽습니다. 신체 능력이 하락세인 수아레즈도 요런 모습이 점점 많아지던데 이렇게 되면 수비가 많이 붙으면 효율이 극도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거에요. 페드로는 양 발을 잘씀에도 드리블 시에는 은근히 별로였어서 애초에 이런 동작을 시도조차 안 하고 최대한 볼을 빨리 처리하고 몇 배는 더 넓게 움직이면서 다른 방면으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한 케이스였구요. 허나 마찬가지로 속도가 떨어지고 패스가 박스에서 멀어진 쪽에서 많이 돌아가면 무쓸모했죠.


산체스도 이런 면에서 왼발을 잘 못 쓰니까 초반엔 라 리가에서도 잘 먹혔는데 그 후에는 개인 기량으로 무엇을 해내는 건 없었죠. 메시나 이니에스타 같은 선수들만 봐도 바디 페인팅을 대체 어디서 넣는 건지 감도 안 올 정도로 그 짧은 시간 안에 동작이 간결하고 복잡합니다. 근데 자연스러워서 나이를 먹어도 순간적인 파괴력이 줄어들지가 않는 거죠. 어느 부분이든 나아지고 있는 게 보인다는 건 칭찬할만한 일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다른 것보다 이런 면에서 뎀벨레가 발전을 보여야하는 게 맞는 거라서 여전히 그에게 별로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이런 면에서 바르셀로나가 찾아야할 건 

- 퍼스트 터치가 압도적으로 좋아서 패스 처리 타이밍 자체가 한 박자 빨라서 팀의 볼 순환 속도를 자연스레 높여줘서 박스 안에서 볼의 속도를 끌어올려주는 선수나 (즐라탄을 이론적인 이상향이라 생각했던 이유. 장신 포워드인데 경합도 좋고 퍼스트 터치도 좋아서 어떻게 날라오는 패스든 다 받아내서 빨리 처리할 수 있단 판단. 당연히 볼은 사람보다 빠르다.)

- 가진 기술의 재능 자체가 압도적이라 필드 위에서 특히 박스 근처나 안에서 상대 수비수들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거나

하는 포워드입니다. 포워드 루머가 쥐뿔도 없는 건 이런 선수가 잘 안 보여서겠죠.


제가 잘못보고 있는 게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게 측면 드리블이나 박스 근처, 안에서 드리블이 없는 수준입니다. 시도 조차 거의 없어요. 오늘도 딱 한 번 봤습니다. 그만큼 공간이 좁아지거나 수비가 붙으면 이 선수가 가지는 파괴력이나 가치가 급하락한다는 뜻이에요. 오늘 경기도 박스 안에서 이뤄진 패스가 10개도 안 될 정도. 토너먼트 위로 가면 갈수록 이런 팀들을 상대로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한계에 부딪힐 바르셀로나를 감안하다면 장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당장만 놓고 봐도 뎀벨레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건 헛소리입니다. 제일 와닿게 얘기하자면 당장 이런 선수가 없으면 메시는 계속 경기에 나와야합니다.


알바도 이런 면에서 늘 기술이 좋은 선수가 붙어야한다고 얘기하는 거구요. 오늘 바르셀로나 경기도 하프 라인 아래 지점이랑 상대편 패널티 박스에서 동떨어진 곳에서 이뤄진 패스가 지나칠 정도로 많습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까는 거 아닙니다.


네이마르는 이런 면에서 무게 중심이 높아서 불안불안해도 그런 원온원 경합이나 다수의 수비가 붙은 상황을 이겨내고 찬스를 만들어내는 수가 굉장히 많은 드리블러였음. 상대팀을 가리지 않구요. 심지어 측면 드리블이나 박스 근처, 안에서의 드리블 시도 수자체도 압도적이었던 선수고 그러니까 루쵸가 비중을 계속 늘렸던 거구요.



아르투르는 포메이션 소개할 때는 오른쪽으로 뜨길래 드디어 써보나했더니 왼쪽에 치우친 중앙 미드필드 그대로였던 것 같네요. 경기 보면서도 비달이 오른쪽에 있는 빈도 수가 너무 많고 아르투르는 측면 관여도가 너무 떨어지는 것 같았는데 히트맵만 봐도 거의 중앙에서만 움직인 게 맞았네요. 측면 플레이에 대한 이해도가 좀 떨어지는 게 첫째고 오른쪽에서 뛰어본 적이 없어서 선수의 패스 선택지에 대한 판단을 섣불리 할 수 없는 게 둘째라서 차차 나아지겠지란 마음으로 지켜보면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렝글렛과 함께 걱정이란 게 별로 안 되는 선수임. 


쿠티뉴는 체력이 떨어져있던 것도 있겠지만 선수 본인이 필드 위에서 뭘 해야할 지 잘 모르는 것 같네요. 아마도 부상 이후에 계속 경합에서 지면서 픽픽 쓰러지던 게 자신감 하락으로 이어진 게 아닌가란 추측을 하고 있음. 어디에서 뛰느냐보다 이 선수의 가치는 메시가 위치하는 반대 방향에서 파괴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거기 때문에 선수 본연의 폼이 올라오는 게 제일 중요하겠죠. 본인이 돈값을 못하고 있다는 부담감도 있을 테고.



마지막으로 불만인 건 세르지 쓸 바에는 세메두를 그냥 진득하게 밀어줘봤으면 좋겠네요. 세르지는 아무리 봐도 어부지리로 주전을 먹은 거지. 주전급이 아님. 포리바렌테로 필요할 때 여기저기 땜빵치는 건 굉장하겠지만 그 이상이 될만한 무언가를 기대하기엔 좀 아니지 않나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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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아직까지 바쁘지 않아서 열심히 하는 것도 있지만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는데 방문자 수에 비해서 댓글이 엄청 적은 것 같네요. 방문자는 다른 커뮤니티에 글도 안 올려서 홍보가 될 가능성 자체가 없는 데도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엄청 늘어났는데... 욕이나 홍보가 아닌 이상 어떤 댓글이든 환영하니까 많이들 좀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