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워드에 대한 생각 (수정)
바르셀로나가 유독 포워드 영입을 하는 데 있어서 돈을 많이 쓰고 검증된 선수를 선호해왔고,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르셀로나가 감독을 가리지 않고 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때의 공통점은 한 명의 의존도가 너무 커져 팀이 그 선수의 컨디션에 의해 좌지우지될 때인데 지금으로치면 메시 의존증을 말하는 거겠죠. 긴 시즌을 보낼 때 거듭하면 할수록 바르셀로나의 그 시즌 전술에 대한 대응책이 매년 나온다고 가정했을 때 (또는 팀의 세부적인 변화가 미미해 이미 vs 바르셀로나 대응책이 가이드 라인이 꽉 잡혀있을 때) 바르셀로나에 필요한 건 이런 대응책에 말리는 시기에 팀의 컨디션을 떠나서 개인의 기술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이런 요인을 극복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기 때문이 제일 큽니다. 이걸 극복하기 가장 좋은 포지션은? 포워드.
결국 늘상 말해오던 기술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는 선수들의 필요성을 말하는 거지만 신체 사이즈가 좋은 선수나 결정력이 좋거나 슈팅 스킬이 좋은 선수들 몇 명 데려오는 것보다 이런 유형의 선수가 바르셀로나에 많으면 많을수록 바르셀로나는 현재를 기준으로 했을 때 메시가 쉴 수 있는 환경과 이런 선수들로 인해서 필드 위에서 자연스레 메시 의존증이 줄어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물론 이건 메시로 대변되는 바르셀로나가 아닌 그 이전 바르셀로나도 똑같았습니다. 중요한 순간에 늘 기대에 보답해주던 건 단언코 이런 유형의 선수들이었습니다.
제가 한 동안 이번 시즌 발베르데의 바르셀로나를 쉴드치다가 다시 까기 시작한 건 상대의 압박에 쩔쩔매서 대형이 깨지고 후진하는 빈도 수가 굉장히 늘어났다는 것도 있지만 방어적인 성향을 선보이며 속도를 잃어버리는 양상이 다시 엄청 늘어났기 때문인 것도 있습니다. 이런 양상의 경기가 어떻게 비추어보면 상대에 맞춰서 잘 준비를 해왔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전 이렇게 평가하지도 않음. 혹여나 이렇게 볼 수도 있다는 시각에 대해 얘기하는 겁니다.) 자연스레 특정 선수들의 의존증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됌. 당연히 경기력을 90분 간 유지해주는 완성도나 틀이 떨어지면서 기복이 생긴다는 것도 연장선으로 바라볼 수 있겠죠. (발베르데가 이런 유형의 선수가 너무 없어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에 관해서 이전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제 기준으로도 부족하다고 보긴하지만 적어도 리가에서만큼은 이런 양상의 경기가 나오는 빈도 수가 높아지면 안 된다고 보는 편. 오히려 이렇게 수동적으로 흘러가는 경기 양상이 잦아지는 게 체력 소모에 더 독이 될 수도 있음. 이미 바르셀로나는 여러 차례 이걸 경험했다는 사실.)
후반기로 가면 갈수록 토너먼트는 끝을 향해가면서 난이도가 점점 올라갈테고 리가 우승 레이스도 일반적으로 바라봤을 땐 한 경기, 한 경기가 상대적으로 크게 다가올 시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할 포워드 라인에 메시 외에 다른 선수가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의미는 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무엇보다 메시가 있을 때 최대한 트로피를 땡겨놔도 모자랄 타이밍이란 걸 생각해본다면 벌써부터 메시 이후를 대비한다는 것도 지금 보드진이 행할 행동이 아닐 거구요. 그러니까 바르셀로나는 그리즈만이란 카드에 그렇게 지나칠 정도로 언론 플레이를 때려대면서 메달렸던 거죠. 지금 쿠티뉴가 수아레즈보다 바르셀로나에 머문 시간이 더 짧음에도 그에게 가는 비판이 수아레즈보다 기이할 정도로 많은 것도 굉장히 큰 이적료로 넘어왔다는 것과 그가 저번 시즌 후반기에 보여줬던 모습을 기반으로 한 이게 가장 크다고 보구요.
결국 유망주 (또는 즉전감이라 판단되는 20대 초중반의 누군가) 가 어느 정도의 이적료를 자랑하면서 들어온다고 가정했을 때 그 선수가 몇 년 뒤에 가치가 있어서 왔다거나 체력 유지와 꾸준한 출전 보장이 이뤄졌을 때 언젠간 자연스레 자리를 잡을 거다란 시각 (포워드 기준 내부에서 적합한 예 - 보얀) 보다는 그가 나이를 떠나서 필드 위에 있을 때 어떠한 활용 가치가 있어서 경기력의 상승이나 유지에 도움이 되거나 기반이 될 수 있어야 그 가치 (포워드 기준 내부에서 적합한 예 - 09-10 페드로, 10-11 후반기 아펠라이, 11-12, 12-13 산체스, 11-12 쿠엔카, 테요, 13-14 네이마르) 가 있다는 소리기도 합니다. 이걸 토대로 그가 성장을 해야 가치가 있는 거지. 이런 것도 없는 상태에서 재능만 보고 데려온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임. 애초에 이런 게 없는 선수를 번뜩이는 재능의 가능성만 보고 데려와서 망한 케이스는 바르셀로나뿐만 아니라 다른 클럽도 수두룩하게 경험했고 성공할 가능성보다는 망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장담할 수 있음. 당연히 지금 그 누구보다 성적에 욕심을 내고 달려야할 바르셀로나는 포워드 대형 매물이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뛰어들어야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이런 유망주를 미리 선점하는 정책에는 최대한 늦게 뛰어들 수밖에 없는 입장.
산체스와 네이마르는 어렸을 때 바르셀로나에 넘어왔음에도 그들이 왔을 때 대다수의 바르셀로나 팬들이 그들을 반기고 반대하지 않았던 건 이런 측면이 제일 컸음.
산체스는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팀이었고 기복을 줄이는 게 급선무였던 바르셀로나에 당시 스쿼드 내에서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오프 더 볼과 볼 탈환 능력으로 팀의 공격 작업과 수비에 기여하면서 본인이 아닌 다른 선수들의 공간을 보장해주면서 속도를 낼 수 있게 기여하는 선수였고 그를 바탕으로 성장 방향성을 잡을 수 있는 선수였음. 펩, 챠비, 티토가 그가 골을 못 넣어도 바르셀로나의 보배라고 했던 이유기도 합니다.
네이마르는 기술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경합에서 승리를 차지했을 때 자연스레 속도를 내면서 팀의 경기력과 틀을 유지시키고 기여할 수 있는 선수였고 모든 포지션을 다양한 감독 아래에서 경험해본 선수였음. 그가 바르셀로나로 넘어올 때 대다수가 우려하던 건 그의 실력이 아니라 브라질 리그에서 보이던 다이빙 기질과 과연 바르셀로나처럼 템포를 조절하는 팀에서도 그걸 90분 내내 할 수 있을 지 딱 두 가지였습니다.
수아레즈도 바르셀로나로 넘어올 때만 하더라도 이런 면에서 절대로 떨어지는 선수가 아니었다는 사실. 그가 우려를 샀던 건 역시 멘탈적인 측면이 컸고 혹여나 앙리나 비야처럼 1~2년의 효용성만 증명하고 하락세를 탈 거라는 점이었는데 후자의 경우가 현실에서 일어나버렸죠.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지금 메시가 있는 바르셀로나는 수아레즈의 대체자라는 그 표면적임에 속아서 정통 넘버 나인에 집착할 필요성이 없고 그것에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음. 크루이프가 야심차게 데려왔던 코드로나 반 할 시절 클루이베르트, 레이카르트가 바라던 클로제나 파비아누 그리고 루머만 나던 아데바요르나 즐라탄 같은 선수들이 바르셀로나의 센터 포워드의 이상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고 얘기가 오고갔던 건 그들이 가진 신체 능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경합에서 우위를 가져가며 자연스레 양 측면을 지원해줄 수 있기 때문이었지. 단순 그들이 덩치가 컸기 때문이 아니었고 또한 그들이 20~30골을 무조건 보장해줄 수 있다기보다는 팀의 기복을 줄여줄 수 있다는 쪽에 더 가까웠다는 사실.
보드진이 그리즈만에 접근했던 것만 봐도 보드진은 이미 이런 부분에 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봅니다. 혹여나 수아레즈와 비슷한 신체 사이즈를 가지고 있는 선수의 루머가 나더라도 이러한 측면을 이해하고 바라본다면 조금 더 선수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메시가 중앙에 있고 앞으로도 있어야한다고 주장하는 건 그가 더 이상 종횡으로 넓게 못 뛰는 것도 분명 영향이 있겠지만 여전히 그가 팀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선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더더욱 큼. 물론 이를 토대로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겠지만 (그리고 기존보다 잃는 게 상대적으로 더 크겠지만) 메시가 남아있는 바르셀로나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는 여전히 이런 방향일 거라고 강하게 믿고 있네요. 또한 이 의미는 팀이 무언가를 필요로 할 때 여전히 본인의 힘으로 그 기대치를 가장 만족시켜줄 확률이 높은 선수라는 뜻이기도 하구요.
포워드를 떠나서 그리고 누군가가 나갔을 때 동일한 유형이 들어와야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팀 자체가 측면 투자와 기술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선수들 그리고 이런 측면의 방향성에 대한 이해력이 좋은 선수들의 영입이 최대한 많이 이뤄졌을 때 바르셀로나의 경기력이 올라가고 기복이 줄어든다고 이 글에서 제가 주장하는 것과 현 보드진의 행보를 겹쳐서 봐보신다면 의외로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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