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Writing

첼시 보면

다스다스 2019. 1. 20. 14:53


챠비가 칭찬하고 펩이 만날 때마다 사리는 좋은 감독이라고 칭찬하고 바르셀로나가 윌리안을 노렸던 이유를 알 것 같은데 이 팀이 제가 누누히 얘기하는 스쿼드의 한계를 굉장히 잘 보여주는 팀이라는 생각이 드는 팀입니다. 오히려 인터뷰 하는 것만 봐도 사리가 발베르데보다 고집이 더 센 것 같은데 발베르데가 EPL 가면 굉장히 잘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살짝 들었음. 그렇다고 사리가 바르셀로나오면 잘한다는 소리는 아니구요.


에메리는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를 상대할 때부터 리가에서 꽤나 잘 상대해왔고 측면의 속도전을 제압하고 전방에서 패스 루트를 차단하거나 볼을 자신들이 원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압박을 적극적으로 지시해서 이득을 많이 보는 양반이었습니다. 심지어 상대 팀이 선수 구성이나 전술 구조상 가지고 있는 약점을 잘 공략하는 편이기도 했죠. (그 덕에 세비야 가서도 유로파리그에서 굉장히 강했습니다. 무링요가 마드리드 첫 시즌 바르셀로나와 라 리가에서 고전하고 이를 참고했다는 느낌도 개인적으로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 첼시의 약점은 측면에서 속도가 나지 않아 아자르의 개인 능력에 굉장히 의존하는 팀이라는 거고, 그런 아자르의 공간을 보장해주기 위해 윌리안이 무조건 나와야하는 조건을 가지고 있는 팀입니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결국 첼시는 전방의 압박이 강해져 그걸 풀어내지 못하고 올라가는 속도가 느려지고 볼이 도는 게 뻔해지면 반전의 양상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페드로는 이런 양상으로 경기가 흘러갔을 때 가치가 굉장히 내려가는 선수라는 걸 전성기 시절에도 보여줬던 선수고 아자르는 분명 굉장한 선수지만 그는 메시가 아니거든요.


허나 에메리의 팀들은 과도한 오버 페이스로 인해 흐름이 꺾이는 시기를 극복해내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어요. 이는 파리에서도 고쳐지지 않은 모습이었구요. 오늘은 무난히 넘어가서 승리를 가져왔지만 여전히 에메리를 지켜보시는 분들은 주의깊게 바라볼만한 점이긴 하죠.


이렇게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방어적인 성향을 가져가면 문제가 뭐냐면 역으로 공간을 내주게 되고 측면 싸움에서 밀리는 양상이 되버리기 때문에 피보테의 역할이 기존에 비해서 굉장히 커져버립니다. 유독 조르지뉴가 못해보였던 건 부스케츠와 마찬가지로 그는 그렇게 큰 역할을 해본 적이 없는 선수기 때문이라는 거죠. 조르지뉴에 관해서 많은 분들이 잘못 알고 계시는 게 있는데 이 선수는 피보테로서 자신의 주발에 맞게 윗선에 있는 선수들의 공격 작업이나 전진을 빠르게 보조해주는 쪽에 가까운 선수지. 다른 선수들의 보조를 바탕으로 후방에서 알론소나 피를로처럼 경기를 풀어나가는 선수가 아닙니다. 쉽게 말하면 부스케츠에서 몇 단계는 다운된 선수임. 이런 선수를 세워놓고 중앙 미드필드 한쪽에는 캉테가 올라가있으니까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가 안 풀리면 뭐하는 건가? 싶을 수밖에 없는 셈. 근데 안 풀릴 때 교체로 들어갈 수 있는 선수는? 지루...


이러니까 사리가 원하는 건? 당연히 측면에 위치한 선수들의 보강. 오도이 거취 결정에 첼시가 쩔쩔매는 건 그가 좋은 재능이라는 뜻도 있겠지만 지금 선수 구성상 그가 나가는 그림이 그려지면 안 되는 게 아마 제일 클 겁니다. 첼시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딸린다는 건 훈련을 안 한다는 뜻일테니 그건 말이 안 되고 이건 스쿼드 구성상 한계가 있다는 뜻이고 결국 채워야할 건 측면을 채워서 이런 속도전을 기술로 극복하고 더 속도를 내면서 팀의 대형이 깨지거나 특정 선수들에 대한 의존증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걸 감독은 알고 있는 거죠. 어느 특정 포지션을 채운다는 개념보다는 팀의 공수 양면을 상승시킬 수 있는 방법이랄까.


발베르데의 바르셀로나가 안 풀릴 때와 살짝 유사한 면이 있죠? 헌데 한계가 명확한 건 첼시 쪽이 훨씬 큽니다. 펩의 맨체스터 시티는 반대로 필드 위에 있는 전원의 체력이 하락 사이클을 그릴 때 피보테의 약점이 유독 주목받는 팀인데 그래서 그런지 선발 명단도 잘 조절하고 요샌 칼같이 교체해주고 있더라구요? 의외의 모습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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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세리에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 이유가 다수의 팀이 소극적이고 수비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서 강팀들이 본인들의 약점을 시즌 중에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측면이 가장 큽니다. 유벤투스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이 챔스와 유로파를 가리지 않고 경쟁력이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는 게 그 증거.


그래서 나폴리나 로마 같은 공격적인 방향성을 추구하는 팀의 선수가 아닌 이상 바르셀로나나 다른 나라로 넘어갈 때 적응에서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