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Writing

잡소리 59 (그냥 잡담)

다스다스 2019. 4. 25. 12:08


1. 뎀벨레의 기용 방식을 지금보다 조금 더 유연하게 가져가는 건 어떤가 싶은 생각. 저번 시즌 휴식기 이후에 아스피아주 (전력분석관 겸 코치인데 경기 전후반 이른 전술 변화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실질적인 영향력이 높은 코치입니다. 발베르데의 모든 커리어를 다 따라다닌 코치) 가 뎀벨레는 왼쪽보다 오른쪽이 더 어울리는 선수이며 쓰리톱이나 포워드보다는 공격적인 역할을 하는 측면 미드필드나 미드필드에 어울리는 선수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사실 실전적으로 그게 더 알맞아보이는 건 뎀벨레가 볼을 잡았을 때 공간적인 여유가 훨씬 보장된 상태로 뛸 수 있으니까요. 터치가 튀거나 세밀함이 부족할 때 자신의 신체적인 우위를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까.


뎀벨레의 문제점은 결국 공간이 좁아지거나 수비가 협력으로 달라붙을 때 시야가 급속도로 좁아지면서 무책임한 패스 (가까이 있는 선수가 패스를 받기 불편한 수준으로 내보낼 때도 있음) 를 내보낸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번 시즌 휴식기 이후 나아지는 모습이 있었는데 도로 돌아와버린 게 좀 커보이네요. 이게 아니라도 좌우 측면 어디다 박아놔도 본인이 가진 메리트를 아예 써먹어보지도 못하고 굉장히 높은 비율로 뻘짓을 한다던가 하죠. 이제 맛탱이가 가버려서 90분 경기에서도 기복이 생겨버린 수아레즈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인데 슈팅페이크나 동작이 큰 페이크를 엄청 높은 비율로 쓰는 선수들은 기본기가 안 되거나 터치의 세밀함이 떨어지는 겁니다. 호날두도 20대 초중반 때는 동작이 크거나 슈팅페이크가 엄청 많은 편이긴 했어도 드리블을 완전 못하는 수준은 아니었는데 그런 동작이 큰 페이크 걸면 씨알도 안 먹히는 수비 스킬 자체가 좋았던 애쉴리 콜이나 알베스 만나면 쪽도 못 쓰고 발렸었죠. 지금도 드리블 시도를 종종 하긴 하지만 비율을 엄청 줄인 건 자신은 물론이고 동료들이 자신을 효율적으로 쓰는 법 (자신의 약점을 노골적으로 파고드는 상대팀을 역으로 공략하는 법) 을 스스로 만들고 터득해냈기 때문.


뎀벨레의 기술적인 면은 박스에 엄청 가까워져서 순간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주거나 (그만큼 판단력과 오프 더 볼이 성장해야한다는 조건이 당연히 붙겠지만) 아니면 아싸리 박스에서 멀리 배치해서 써먹는 게 더 나을 건데 발베르데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지 궁금하네요. 어쩌면 아스피아주의 의견과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수도? 아니면 아스피아주도 이번 시즌 들어서 생각이 바뀐 걸수도 있구요.


몸 상태나 경기 감각에 대한 얘기가 있는 거 보면 사실 100%의 컨디션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런 거 감안하고 봐도 뎀벨레는 꽤나 심각한 수준.




2. 쿠티뉴도 발베르데나 코칭스태프, 기술진들이 바라는 건 이런 모습이 아닐 거라고 생각해서 지금보다 확연하게 나아져야하겠죠. 지금 그나마 나은 건 아예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모습을 꾸준하게 보여오다가 이제 살짝살짝 건드려주면 사람 노릇은 하는 구나 싶은 정도가 됐기 때문이지. 그가 잘해서가 아님. 뎀벨레와 쿠티뉴 둘 다 돈값의 절반도 못하고 있음. 바르토메우도 말은 그렇게 했어도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지 않을까.




3. 아레냐 얘기도 좀 하고 싶은데 제가 요 몇 년 동안은 B팀을 포함한 유스 관련 경기들을 아예 보지를 않아서 이 선수의 성장세를 자세하게 바라본 편은 아닌데 퍼스트 팀에서 선발이나 교체로 나올 때마다 볼 수 있는 경기들마다 보면서 느낀 건 오른발을 의도적으로 안 쓰는 건지 아니면 오른발을 잘 못 써서 왼발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한 건지 아직까진 잘 구분이 안 가는데 왼발 사용 빈도가 지나치게 높습니다. 뭐 벌써 개선 가능성을 논하긴 이르다고 보긴 하는데 지금까지 봐온 느낌은 성장 방향을 왼쪽 미드필드나 아니면 아싸리 포워드로 잡아보면 어떨까 싶네요. 실제로 알라베스 전도 왼쪽 미드필드로 썼구요.


한 가지 확실한 건 말콤이랑 아레냐는 훈련 때 모범생에 가까울 것 같네요. 훈련 성실하게 하는 애들은 뛰는 것부터 느낌이 오거든요. 가능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성장하면 바르셀로나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케이스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지.




4. 로테이션에 관한 생각은 이번 시즌 꾸준히 글을 써오면서 글 중간중간에 로테이션에 관한 의견을 낼 때나 아니면 관련 글을 쓸 때랑 별로 달라진 게 없음. 오히려 발베르데가 제가 생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과감하게 하고 있는 편이라고 보고 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기들에서 메시를 비롯한 주축 선수들이 힘을 내는 건 그 전 경기를 쉬었기 때문이 아니라 시즌 전체에 걸쳐서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는 시기를 잘 맞춰왔다고 보는 게 옳습니다. 실제로 16, 8강전 다 전후 경기들에서 선수들의 컨디션이 하락세라는 느낌은 없었잖아요? 전 2월달부터 8강 2차전까지 메시 컨디션 자체는 좋다고 계속해서 언급해왔음. 허나 8강 2차전 이후로 선수단 전체적으로 조금 떨어져있다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 그렇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봐서 그렇게 걱정이 되진 않네요. 리버풀에게 진다면 그냥 못하거나 약점 공략을 지대로 당해서 떨어지는 거에 가까울 거에요.


로테이션 만능론만큼 무책임하고 모든 사람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게 없음. 체력이란 게 3일 더 쉰다고 기적적으로 막 돌아오는 게 아닙니다. 마드리드는 애초에 스쿼드 구성과 운용 자체가 바르셀로나와 다른 팀이고 그들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거 자체가 알맞은 비교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바르셀로나도 이번 시즌에 다시 트레블을 이룩하거나 못해도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포함한 더블을 한다면 로테이션 덕이 아니라 프리시즌부터 굉장히 잘 준비해왔다는 평가가 훨씬 더 적합할 거구요.


어쩌면 챔스의 가치를 지나치게 고평가하고 리가의 가치를 지나치게 저평가하는 건 대부분의 바르셀로나 팬들이 아닐런지. 지금 바르셀로나에서 딱 3명만 꼽아서 금은동으로 메달을 줄 수 있다고 하면 메시, 발베르데, 부스케츠 순이라고 확언할 수 있음. 마음에 안 드는 감독이긴 한데 그의 노력을 폄하하거나 낮게 보는 건 팬들이 해서는 안 되는 짓이 아닌가 싶네요.




5. 4번의 연장선인데 몇몇 선수들의 폼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개인 능력에 의존한 대응책을 준비하는 느낌이 드네요. 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이해는 하는데 늘상 말해왔던 것처럼 틀을 만드는 작업을 너무 이른 시기에 포기해서 다음 경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게 너무 일찍 사라지지 않았나하는 아쉬움. 사실 후반기를 보는 재미는 다음 시즌에 무엇을 할 것 같다라는 느낌을 주는 것도 포함되어있는데 그런 게 너무 없지 않나. 14-15 시즌을 마지막으로 요런 재미는 아예 사라진 것 같음.


발베르데가 바르셀로나의 감독으로 온다고 했을 때 언급했던 단점들은 첫 시즌에 다 맞았는데 장점은 두 시즌 째인 지금도 타협에 능하다는 것만 말고는 보기 힘들다는 게 좀 그렇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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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과 공감 및 관심은 제게 힘이 됩니다. 사실 방문자가 이렇게 늘거나 타 사이트들에서의 유입이 이렇게 많아지지 않았으면 바쁘다는 핑계 (실제로 바쁘긴 합니다.) 로 아마 안 썼을 겁니다. 특히 리가 경기들 볼 때 너무 보는 재미도 떨어지고 한참 전부터 얘기하던 것들이 반복되는 모습이라 메모장 키고 (까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드는 생각 짧게 적어두려고 키는 거에요...) 볼만한 생각이 잘 안 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