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Writing

잡소리 60 (피보테와 데 용 그리고 측면 등 잡담)

다스다스 2019. 4. 26. 17:57


요즘 블로그에 글을 쓸 때마다 관련 질문들을 너무 받아서 그냥 간단하게 제 생각을 정리해볼 겸 적어봅니다. 조금 긴 글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야기가 쓸데없이 길어질 수도 있음.



제가 생각하는 지금 바르셀로나의 피보테는 메시가 나갈 확률이 없고 앞으로 최소 몇 년 간은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최대한 발로 볼을 굴리는 데 기여를 할 수 있는 선수여야하며 하프 라인을 넘어선 지점에서 공격 작업을 이행할 수 있게 보조하거나 측면에 위치하는 선수들이 과감하게 올라갈 수 있게 기여할 수 있는 선수여야한다고 봅니다. 


1. 부스케츠가 자주 하던 것처럼

자신은 후방에서 볼을 잡고 챠비나 알베스가 있는 오른쪽에 볼을 내주고 다시 내려가서 대형을 잡고 측면 선수들은 그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전진하고. 챠비, 알베스, 이니에스타 등은 하프 라인을 넘어선 지점에서 볼을 핵심적으로 내보내고.


2.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지려면

부스케츠처럼 오른쪽을 향해서 움직이는 게 익숙하고 오른발을 높은 빈도로 사용하는 선수가 아니라 양 발을 다 잘 쓸 수 있어서 어느 쪽으로든 볼을 안전하게 내보낼 수 있는 선수여야하겠죠? 부스케츠가 주전으로 자리 잡았던 시즌과 그 이후에도 펩이 꾸준하게 양 발 사용 능력이 좋으면서 신체 능력이 좋은 피보테를 원했던 건 그런 선수가 왔을 때 부스케츠보다 팀에게 더 많은 걸 보조해주고 제공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테구요. 뚜레가 제 격이었지만 뚜레는 이 역할을 싫어했고 그래서 다른 이유들까지 겹쳐서 펩과의 충돌로 떠난 거고.


3. 아니면 제가 일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횡적으로 넓은 공간을 커버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스탠딩 태클이 굉장히 좋아서 끊어내고 팀의 공수 전환의 비중을 줄여줄 수 있거나 아니면 신체 능력이 괴물이어서 대부분의 경합을 압도적으로 찍어누를 수 있는 선수를 세우던가 해야합니다. 웬만한 경기에서 부스케츠가 안 나오면 피보테 자리에 라키티치만 쓰는 게 라키티치는 횡으로 넓게 움직이면서 슬라이딩이나 스탠딩이 정확하게 들어가서 끊어내는 게 많은 편이거든요. 포그바도 유벤투스 시절에 노렸던 걸 생각해보면 압도적인 경합 능력이 팀에 기여하는 게 굉장히 컸다는 걸 조금 더 의식했을 가능성이 컸다고 봄.


그리즈만이나 네이마르가 온다면 3번도 상관 없다고 봤지만 안 올 거기 때문에 1번이나 2번이 알맞다고 보구요.




메시가 있는 한 바르셀로나는 하프 라인 아래 지점에서 롱볼의 비중을 높이면서 전체적인 템포를 더 빠른 쪽으로 강조하고 다이렉트하게 이끌어내는 건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확신하는 게 그렇게 되면 메시는 측면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지금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지는 동시에 더 많이 뛰어야할 겁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메시를 측면으로 보내선 안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뭐냐면 부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이 제일 커요. 애초에 펩 부임 이후 메시의 중앙화나 우측면 하프 스페이스 부근에서만 움직이게 하는 게 감독의 플랜 A 나 다름없었던 티토나 발베르데를 제외하고 나머지가 결국 최종적으로 메시의 중앙화를 판단한 건 그가 부상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아질 거란 우려가 반드시 있었을 겁니다.


측면에 위치하는 선수들의 개인 기술이 굉장히 좋을 경우에 상대적 약팀의 감독들이 거칠게 다루라고 지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무리 수비력이 좋은 선수여도 한두번은 실수하기 마련인데 그 실수 한 번이 골로 이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으니까. 근데 상대적 약팀이라하면 대부분은 그런 선수도 없기 마련이니까. 프랑스 리그가 특히 이게 굉장히 심해서 상대 팀을 가리지 않고 네이마르가 아주 고생하고 있는 편인데 왜 그러냐면 볼을 발에 붙이고 아주 자연스럽게 한두명을 제껴버릴 수 있는 선수들이니까 딸리는 기량으로 막으려면 태클이 거칠게 들어가야하거든요. 근데 퀄리티가 떨어지는 팀들일수록 이런 거친 태클이 굉장히 부정확하고 위험하게 들어가니까 뜬금포로 부상이 터지는 거구요. 라 리가는 분명 리그앙 수준은 아니지만 이미 메시를 거칠게 다루려고 하는 팀들은 메시가 리가에 데뷔한 그 순간부터 바르셀로나 팬들이 그 누구보다도 많이 봐왔다고 확신하구요. 네이마르도 그랬고 이니에스타도 그랬다는 것도 잘 아실 겁니다.


이건 우리끼리 노는 실축에서 똑같은데 동네에서 볼을 차시는 분들이나 아니면 더 나아가서 프로는 아니어도 조금 수준 높은 곳에서 축구를 하시는 분들도 아시겠지만 측면에서 드리블 잘하시는 분이 상대 팀에 계시면 몇 명이 붙어도 안 막아지면 태클을 쎄게 하거나 거칠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거랑 비슷한 거에요.


그럼에도 메시는 중앙으로 보내고 이니에스타나 네이마르는 측면 지향적으로 움직이게 한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메시는 사실 그의 드리블 자체가 측면에서 시작할 때 훨씬 더 위협적이고 파괴력이 있긴 하지만 효율성을 따져보면 중앙에서 하는 게 더 나은 게 측면 퀄리티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가 중앙에서 가져갈 수 있는 선택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거든요. 지금도 떨어져있는 측면 퀄리티를 활용해서 없는 거 있는 거 다 쥐어짜내서 다지선다를 거는 모습을 팬들은 볼 수 있는데 만약에 여기서 팀이 메시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게 더 늘어난다면? 메시 의존증은 조금씩 줄어들테고 메시의 활약도 어거지로 메시가 무언가를 한다는 것보다는 팀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조금 더 강해지겠죠.


실제로 메시는 측면 퀄리티가 좋았던 시즌들에 좌중우 분배가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패스가 기가 막히게 나갔습니다. 세스크한테 바라던 게 그가 바르셀로나에 합류하기 전에 메시가 하던 이거였는데 세스크가 오고나서도 이걸 하는 건 메시였죠.


이니에스타와 네이마르는 메시와 다릅니다. 이니에스타는 그를 보유한 모든 감독들이 그를 측면 포워드로 기용을 해봤거나 그를 측면 지향적으로 움직이게 했던 건 그가 의도적으로 측면 쪽으로 움직여서 공간을 좁게 만들어서 수비수들에게 다지선다를 거는 플레이가 자신이 가진 기술과 잘 맞았고 그게 상대에게 잘 먹혔기 때문입니다. 발에 볼이 굉장히 잘 붙었고 방향 전환이 굉장히 좋은 수준이어서 종횡으로 다 움직이는 게 가능했으니까요. 그러니 자신이 측면 지향적으로 움직이면 자신이 혼자서 움직여도 수비들이 몰리고 특정 선수들의 의존증을 덜어줄 수 있었죠. 그래서 이니에스타와 메시가 멀쩡하면 바르셀로나는 무조건 트로피를 든 겁니다.


네이마르는 메시나 이니에스타와 다르게 횡으로 움직이다가 종으로 순간적으로 방향을 꺾는 게 안 됩니다. 제가 일전에도 말한 적이 있는데 팬들이 네이마르는 쓸데 없는 횡드리블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던 게 잘못된 게 뭐냐면 횡드리블은 절대로 쓸데가 없지가 않아요. 그런 네이마르의 문제점을 팀적으로 해결을 못 해줬기 때문에 그게 쓸데없는 것처럼 보였던 거지. 팀적으로 해결해줬다면 그만한 무기가 없었을 겁니다. 제가 늘상 말하잖아요. 종으로 수비 대형을 흔드는 것보다 횡으로 수비 대형을 흔드는 게 훨씬 타격이 크고 유효하다고. 이건 단순한 제 생각이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동의할 얘기입니다.


그래서 네이마르는 최대한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움직여야합니다. 투헬이 네이마르의 중앙화를 시키면서도 그가 측면에 일정 시간 머무르게 했던 이유도 똑같습니다. 종으로 길게 90분 내내 거의 동일한 리듬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 또한 네이마르의 장점 중 하나인데 그걸 굳이 중앙에서 시킬 필요는 없으니까 이전과 동일하게 측면에서 종으로 길게 움직이게 하면서 횡으로는 활동 반경을 더 넓히는 거죠. 그래야 본인의 약점을 가리면서 장점을 더 살릴 수 있거든요.




그럼 이제 데 용을 보면 사실 데 용의 히트맵도 일반적인 미드필드의 히트맵이라고 보기에는 굉장히 측면에 치우쳐져있습니다. 피보테로 뛰든 왼쪽 미드필드로 뛰든 굉장히 측면에 치우쳐져있는 포지셔닝을 많이 가져가는 편인데 이건 그만큼 측면을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상황상황에 맞게 (상대의 대응책에 맞게) 중앙까지 영역을 넓혀가면서 종횡을 넓게 움직인다는 뜻에 가까울테고 실제로도 데 용이 뛰는 걸 보면 그렇습니다. 그래서 5경기 정도 보자마자 긍정적으로 생각이 바뀐 거구요. 


사실 데 용의 기술적인 측면을 보면 제가 이 글에서 언급한 저 셋 중 가장 떨어지는 네이마르 정도의 기술 수준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데 박스에 가까워질수록 판단 자체가 빠르면서 굉장히 과감하고 경합도 자신감있게 가져가는 걸 보니까 후방에서 뛰는 것보단 앞선의 미드필드로 배치하는 게 훨씬 나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자신이 볼을 잡은 상태로 전진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구요. 


데 용을 피보테로 쓸 거라면 좌측면에 알바가 아니라 알베스 느낌을 낼 수 있는 선수가 있거나 아니면 이니에스타나 네이마르 같은 애가 있거나 해야하겠죠. 그게 아니라면 팀에 메시가 없어서 메시 중심으로 팀을 안 짜도 되는 상황이 되어야할 거에요. 게다가 저번 시즌에 네이마르가 이탈하자마자 바로 이니에스타를 종횡으로 넓게 뛰게 만드는 쪽으로 구상을 짰던 발베르데를 생각해보면 피보테로 쓰기보다는 윗선의 미드필드로 쓸 가능성이 더 높아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아니면 측면에 대한 이해도가 좋은 편이고 측면에서의 공수 양면을 지원하는 것도 좋은 편이라 지금 메시의 포지셔닝을 유일하게 이해하고 있는 라키티치와 다른 영향력을 발휘하는 장기적인 대체자로 쓸 수도 있을테구요.


사실 어느 면으로 봐도 피보테보다는 왼쪽 미드필드나 오른쪽 미드필드로 앞선에 배치하는 게 선수의 쓰임새를 조금 더 녹여내기 좋을 겁니다. 적어도 제 눈으로 봤을 때는요.


개인적으로는 아르투르를 생각을 안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왼쪽 미드필드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보구요. 마지막으로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기술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수비들을 자신에게 몰리게 할 수 있거나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종횡을 넓게 움직이면서 재빠른 판단력으로 볼을 빠르게 돌릴 수 있는 선수가 메시 주변에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메시가 나이를 먹더라도 그의 효율은 일정 수준 이상은 반드시 보장될 가능성이 높아요. 아약스가 단순히 모든 선수들이 많이 뛰어서 빨라보이는 걸까요? 절대 아님. 볼도 빠르게 굴리면서 그만큼 많이 뛰니까 그렇게 보이는 겁니다.


바르셀로나에서 그렇게 많이 안 뛰어도 되거나 수비적인 책임을 최소로 받으려면 메시 정도의 효율은 들이밀어야하고 수아레즈는 그런 면에서 이제 실격입니다. 수아레즈가 나갔을 때 바르셀로나가 앞으로 만들어야할 팀의 방향성과 틀은 메시를 중심으로 해서 이번 시즌 아약스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에 근접한 모습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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