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이란 게
표면적으로 잘 보이지 않고 팬들한테는 잘 와닿지 않아서 많이들 놓치는 부분인데 특히 감독들에게는 굉장히 크게 작용하는 부분입니다. 알레그리가 어제 잘 보여줬는데 기자들은 결국 감독들이 자신들에게 호의적이지 않거나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을 잘 해주지 않으면 슬슬 긁기 마련이에요. 왜냐면 그들은 글로 쓸 게 필요하고 감독은 경기력이나 성적을 비롯한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들로 가장 우선시 평가되기 마련이니까. 무링요가 그래서 늘 다른 데로 화제를 돌리곤 했죠. 자신이나 자신의 선수들이 희생양이 되거나 언론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양 팀의 팬들끼리 분명히 왈가왈부한 문제들을 역으로 기자들에게 던져서 그게 화제가 되게끔. 과하면 음모론까지 들먹이면서. 아니면 오히려 내부의 누군가나 상대 팀의 누군가 한 명을 팔아버려서 걔가 욕을 다 먹게 만든다거나.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는 저런 세리에나 이피엘 팀들보다 더합니다. 타타 마르티노가 아주 좋은 예인데 타타는 바르셀로나의 축구 내적인 면에 대한 이해도는 조금 더 기계적이고 틀을 강조하긴 하지만 어쨌든 유사한 비엘사의 영향력을 아주 깊게 받은 감독이었으니 입성하는 순간부터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이해가 된 상태로 들어온 감독이었음에도 거기에 자신의 트레이닝론과 전술론을 심으려다가 그게 선수단 관리까지 악영향이 퍼지면서 시즌을 말아먹었는데 당연히 후반기에 들어서면서부터 팀은 눈에 보이는 수준으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분명히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대하던 스포르트나 엠디를 비롯한 카탈루냐 언론들의 기자들이 전과 다르게 자신에게 굉장히 날카롭거나 공격적인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죠. 결국 타타는 못 견디고 실언을 여러 차례 해버리고 언론들은 돌아섭니다. 정작 선수들의 부진이나 컨디션에 대해서는 끝까지 말을 아끼고 쉴드 쳐주지도 않았으면서. 챔스는 말아먹고 리가 우승도 놓쳤으니 전방위로 사임 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결국 합의 하에 사임이라고 했지만 그냥 알아서 나간 거였죠.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성적을 잘 냈던 펩 과르디올라도 다르긴 하지만 이런 일이 있었죠. 계속 되는 무링요의 도발과 축구 내적인 문제들을 잘 참다가 10-11 시즌 챔피언스 리그 4강 2차전 경기 전 기자 회견에서 간접적으로 무링요 씨발새끼를 했다가 선수단에게 기립 박수를 받았지만 로셀을 비롯한 바르셀로나의 보드진들은 굉장히 실망했고 그를 대하는 게 기존보다 더 차가워졌다고 하죠. 분명히 절대적으로 신사적으로 대할 것을 강조했는데 옳든 옳지 않든 감독이 그걸 지키지 못했으니까. 루쵸는 마지막 시즌에 이런 상황들에 대한 대처가 타타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히 안 좋은 수준이었고. 레이카르트는 정반대임. 나가기 전까지 보드진들이나 호나우딩요가 먹을 욕 (심지어 교체에 불만을 품고 악수 쌩까고 라커룸으로 휙 들어가버린 데코) 까지 자신의 책임이라고 다른 누구도 비난하지 말아달라고 하고 다녔으니까.
발베르데는 저번 시즌 로마한테 탈락했던 이후나 레반테 전 충격의 패배나 이번 시즌 중간중간 본인의 실수나 팀의 문제가 굉장히 크게 다가왔을 때 기자들이 노골적으로 날카롭게 질문을 하거나 아예 대놓고 시비를 거는 듯한 뉘앙스로 던지는 질문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한 번도 실언을 하거나 공개적으로 모든 관심이 이런 쪽으로 쏠리게 한 적이 없습니다. 절대 여지를 주지 않으면서 딱 할 말만 하고 기자들이 재생산할만한 얘기 자체도 안 했죠.
이런 게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에서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게 언론들이 적이 되기 시작하면 보드진들의 모가지도 동시에 위험해집니다. 특히나 바르셀로나 같은 경우에는 암흑기에 빠져있던 가스파르트가 언론들에게 얼마나 공격을 당했고 이들을 끌어내리고 자리 잡았던 라포르타와 로셀을 비롯한 지금 바르셀로나의 주축 세력들은 언론들이 적이 되면 어떤 지를 가장 잘 봐왔고 경험한 사람들이니까. 자신들이 소유주로 있는 게 아니라 언제든지 여론이 뒤집히면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쫒겨날 수 있으니까요. 마드리드의 페레즈도 보면 말을 굉장히 아끼죠? 왜 그러냐면 그게 어느 방향으로 향할 지 모르니까. 마드리드도 칼데론과 무링요라는 아주 좋은 예가 있으니까요. 게다가 상황이 민감해지기 시작하면 하나하나가 다 과하게 받아들여지니까요.
이런 것도 발베르데와 이른 시기에 재계약을 체결한 이유 중 하나일 거에요. 그냥 저런 발언하는 알레그리를 보니까 생각나서 써본 뻘글. 발베르데는 커리어 내내 잡음을 굉장히 싫어하는 감독이었고 여전히 그런 감독이고 차분한 성격이라 이런 문제는 없을 확률이 굉장히 높지 않을까 싶네요. 솔직히 제가 바르셀로나를 담당하는 기자면 정말 재미 더럽게 없을 거임. 뭐 얻어낼만한 건덕지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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