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소리 70 (쿠만?)
보드진이 어느 쪽을 선택할 지 정하지도 않은 가운데 이런저런 루머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지금 당장 어떤 소식을 신뢰하지는 않습니다만 쿠만이 만약에 네덜란드 대표팀을 포기하고 바르셀로나에 온다면 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끔찍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거임.
오히려 쿠만은 바르셀로나에 오면 그 동안 보여줬던 그의 감독 커리어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아요. 개인적으로 미는 감독도 아니고 지금 루머도 안 믿고 쿠만이 가진 능력 자체를 루쵸처럼 부임 전부터 무조건 부임한 그 시즌부터 잘할 거라고 떠벌리고 다닐 정도로 믿는 편도 아니지만 팬들이 우려하는 수준은 절대 아닐 거라고 얘기할 수 있음. 왜 그러냐면 쿠만은 그 바르셀로나의 이질적인 환경을 선수로서 바르셀로나에 입성하는 순간부터 몸으로 직접 부딪힌 케이스고 그러면서 초기엔 사이클의 상승을 후기엔 하락을 다 맛본 선수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의 축구 내외적인 면들이 선수 이후 커리어에 압도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친 반 할과 아주 많이 닮아있기 때문에 그가 과거에 보여줬던 모습들은 크게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요.
레이카르트, 펩 과르디올라나 루이스 엔리케처럼 바르셀로나의 환경과 그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 지를 아주 잘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고 더해서 자신의 뜻을 발휘하기 적합한 환경에서 감독을 하면 일정 수준 이상은 보여줄 수 있는 감독이랄까요.
변태적인 기용도 사실 반 할이 과거에 하던 짓들과 굉장히 유사한 면을 띄고 있는데 이건 기용 방식에 대한 확고함과 선수를 바라보는 관점에 절대 타협이 없다는 게 공통점이고 그게 안 좋게 터져서 끝에 근접하게 되면 쿠만의 발렌시아처럼 되는 거고. 좋게 터지면 반 할이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에 싹을 내리고 떠난 것처럼 한 세대를 이끌어갈만한 재능들이 연달아 터지기도 하는 거고. 반 할도 사실 02-03 시즌에 다시 바르셀로나에 돌아와서 리켈메, 멘디에타 등등 가지고 난리도 아니었으니까요.
근데 쿠만은 크루이프나 반 할이 보드진에게 선을 긋고 라커룸 출입을 통제하며 축구 내외적인 관여를 아예 거부했던 그런 모습을 아주 많이 봐왔기 때문에 보드진 입장에서 타협이 잘 안 될 가능성이 높아보여서 꺼려할 수도 있을 거에요. 이미 네덜란드와 장기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어서 둘 다 생각이나 하고 있을 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발렌시아 시절의 모습을 보고 무조건 망할 거라고 생각할만한 감독은 아닙니다. 타 팀에서의 성적이 어땠냐보다 얼마나 바르셀로나를 잘 알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고 그래서 그걸 깨고 바르셀로나에 새로움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타타 마르티노의 실패와 그 뒤에 감독으로 와서 펩처럼 당시 문제점을 완벽하게 간파하고 첫 시즌에 바로 성공을 거둔 루이스 엔리케 이후 기존보다 더더욱 내부 인사를 선호하는 거에요.
성적을 못 내면 모가지가 날라가거나 다음 선거까지 여파가 오는 사람들인데 그렇게 바보 같이 행동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정치적인 요소가 들어가긴 하겠죠. 라포르타가 펩이랑 크루이프로 뽑아먹을 때까지 아주 잘 뽑아먹은 것처럼. 로셀, 바르토메우는 루쵸와도 사이가 안 좋아서 뽑아먹지도 못했으니 발베르데가 만약에 나간다면 분명히 더더욱 이런 면도 고려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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