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Writing

과연 그의 선택은??

다스다스 2019. 8. 4. 14:10


발베르데를 지난 2시즌 동안 지켜보면서 느꼈던 건 그가 팀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지 확실하게 느낌이 안 왔다는 건데 그 이유는 팀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야 옳은 건지에 대한 판단이 확실하게 안 섰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늘상 말해온 거긴 하지만 두 번째 시즌부터 현실적인 대처를 이해한다고 했던 건 막상 제가 원하던 것처럼 공격적인 방향성을 기초로 한 축구를 했을 때 제대로 굴러가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따낼만한 스쿼드는 분명히 아니었다는 게 제일 컸음. 제한적인 역할만이 가능한 보조자들이 너무 많은 스쿼드였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재밌는 축구나 바르셀로나스러운 축구를 보고 싶다는 건 팬으로서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인 게 그들을 응원하고 세세하게 파고든 이유는 그거 딱 하나니까.




발베르데는 그래서 2시즌 동안 어떤 때는 펩의 연장선처럼, 어떤 때는 루쵸의 연장선처럼, 또 어떤 때는 전혀 바르셀로나스럽지 않은 정반대되는 관념의 축구를 하기도 했죠.

이번 시즌은 달라야하고 그럴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종횡을 넓게 뛰면서 볼이 굴러가는 본질을 아는 선수들이 추가로 2명 (그리즈만, 데 용) 이 더 들어온 지금이 틀을 만들기 아주 적합한 시기라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더해서 이런 틀의 방향을 잡는 게 왜 중요하냐면 그것을 기준으로 핵심 선수들의 쓰임새나 뛰는 위치와 앞으로 보강의 방향성. 단기적으로는 핵심 선수들을 제외한 선수들의 기용 방식 자체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본다면 방출과 잔류의 기로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의 미래에도 영향이 갈 수도 있을테구요.

지금은 메시를 위시로 해서 마지막으로 달릴 시기기도 하지만 앞으로를 대비하기에도 아주 좋은 시기에요. 팬들은 윈나우를 선택했을 때 리빌딩을 포기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단편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나 싶음. 축구는 우리가 많이 보는 MLB 나 NBA 와 다르게 보강에 있어서 제한성이 강한 스포츠는 아니니까요. 돈이야 어차피 우리 돈도 아니고 보드진도 자기들 돈이 아니기 때문에 막 쓰는 겁니다. 늘 그래왔던 거고 규모가 조금 더 커졌다는 거. 그 차이밖에 없어요. 그리고 가스파르트 시절처럼 바르셀로나가 영입 하나하나에 사활이 걸린 게 아니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위험 수위는 분명히 넘지 않을 가능성이 높구요. 더해서 바르셀로나에서 돈을 합리적으로 써온 사람은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습니다. 비단 바르토메우와 그 아래 있는 사람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 정치적인 요소가 사라지지 않는 한 바르셀로나의 이적 시장은 앞으로도 늘 이럴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팬들은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도 덧붙이고 싶네요.



(그림 죄송...)


1. 펩 바르셀로나가 최대한 정발로 미드필드들을 배치하고 양 발을 잘 쓰는 선수들을 왼쪽 미드필드나 측면이나 포워드로 밀어넣은 이유
=> 측면 연계를 조금 더 안정적이게 해낼 수 있으며 볼을 계속 굴리는데 (또는 박스 근처까지 속도를 내는데) 적합하기 때문. 더해서 공수 양면에서 측면 투자를 계속 때려박는다는 소리 (측면을 어떤 식으로든 거쳐가니까) 기 때문에 선수들이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다고 했을 때 가장 효율적이고 이상적이었기 때문. 이걸 기복 없이 꾸준하게 이끌어낼 수 있던 이유는? 중앙에서 좌중우 분배가 완벽에 근접하다못해 더 나아가 중앙과 오른쪽 (종횡) 을 책임지던 메시와 오른쪽을 기점으로 좌중우를 누구보다 잘 활용하는 챠비와 좌우에서 본연의 능력으로 팀에 기여하던 이니에스타와 알베스가 있었기 때문. 반대로 잘 안 굴러가거나 체력이 문제가 되는 시기가 오면? 선수들의 대형이 흐트러지고 볼은 굴러가다말고 길게 넘어오는 볼에 상대적으로 뒷선에 위치한 선수들이 자리를 잡을 시간 자체를 못 벌다보니 욕은 센터백들 (대표적으로 피케) 이 다 쳐먹기 마련. 펩은 그래서 매 시즌 측면 선수들의 책임감을 늘렸고 측면 자원들의 로테이션을 가장 적극적으로 시도했으며 메시의 옆에서 뛸 수 있는 포워드 보강을 매 시즌 외쳐왔던 것.


쉽게 얘기하면

왼발을 잘 쓰던 케이타, 아비달 등은 왼쪽에 위치하는 이니에스타나 중앙에서 높은 비중으로 움직이는 메시나 챠비에게 볼을 내주고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오른발을 잘 쓰던 부스케츠는 오른쪽에 위치하는 챠비나 알베스, 메시 그리고 중앙에서 높은 비중으로 움직이는 메시나 챠비에게 볼을 내주고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이렇게 받은 볼은 챠비, 이니에스타, 메시를 기점으로 다시 중앙을 거치고 순환하거나 개인의 기술적인 우위로 박스 근처까지 속도를 내고

양 발 어느 쪽으로든 무난하게 패스를 할 수 있던 비야, 페드로, 앙리 등은 측면을 기점으로 순식간에 횡으로 움직여 패널티 박스 밖과 안에서 이런 패스 워크에 가담을 하거나 골을 넣어 기여를 하고 


세 얼간이라는 미드필드들과 제로톱으로 포장되어 중앙에 주로 위치하던 메시 덕에 굉장히 중앙지향적으로 보이지만 측면이 고장나면 팀 자체가 무너지는 구조. 좌우를 가장 높은 비중으로 책임지던 이니에스타와 메시가 멀쩡하면 무조건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는 게 이를 완벽하게 증명하는 사실.


그래서 펩은 늘 방향 전환이 자연스럽거나 또는 신체적으로 완성이 되어있거나 완성에 근접해있어서 자신이 가르치면 나아질 수 있는 선수들을 원했다는 또 다른 사실.


(그림 죄송... 2)


2. 루쵸 바르셀로나가 최대한 양 발 잡이나 역발로 미드필드들을 배치하고 세 명의 포워드들의 수비 부담을 줄임과 동시에 그들의 공간을 보장하기 위해 안정감을 일부분 포기한 이유
=> 종횡을 넓게 뛰면서 측면 커버나 측면 반경에서 움직이면서 기여도가 좋은 선수들 (영입한 선수들이나 중용한 선수들 - 이니에스타, 라키티치, 투란, 데니스, 하피냐 등등) 을 최대한 배치해서 그들의 수비적인 책임감과 범위를 늘림과 동시에 최대한 측면 공간을 쭉 타고 (펩 바르셀로나와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측면을 활용) 특정 선수들이 속도를 내고 MSN의 효율을 최대로 내고 그들이 중앙을 기점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보장하기 위해서. 이니에스타와 라키티치, 알베스라는 측면 플레이가 익숙한 선수들이 있었고 좌중우에서 그들의 보조를 완벽하게 부응할 수 있는 MSN 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속도와 파괴력에 올인하는 쪽에 가깝기 때문에 선수 본연의 능력과 주발에 대해서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온 더 볼이 좋은 선수들에게 극도로 의존하거나 수비는 왼왼오오. 미드필드는 오왼처럼) 이게 선수 구성이 무너지자마자 네이마르에게 다 맡긴 건 우연이 아니라 필연.


쉽게 말해 온 더 볼이 압도적으로 좋은 세 명 (+ 이니에스타까지) 을 위해 나머지가 기존보다 더 많은 범위를 움직이고 수비적으로 더 많은 책임을 떠안는다는 것.



3. 발베르데가 라키티치를 지독하게 굴렸던 이유와 제가 비달의 중요성을 한참 전부터 어필했던 이유와 쿠티뉴와 뎀벨레를 어떻게든 왼쪽에다 박으려고 했던 이유
=> 라키티치는 어느 쪽으로 구성하든 (심지어 이 두 가지가 아닌 수동적인 대처를 하는 시기에도) 가장 밥값을 잘할 수 있는 어느 정도 계산이 선 보조자이자 미드필드였기 때문. 비달이 중요해질 거라고 한참 전부터 언급했던 것도 그가 어떤 축구를 해도 계산이 서고 있었기 때문. 킥이 좋거나 양 발을 잘 쓰는 선수가 왼쪽에 가서 사람 노릇을 했을 때 메시 의존증이 내려가는 건 필연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발베르데가 아니라 누구였어도 그렇게 했을 기용. 쿠티뉴나 뎀벨레를 그렇게 기용한 건 절대 욕 먹을 일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고 이 부분만큼은 사람 노릇을 못한 이 둘이 욕을 먹어야하는 부분. 특히 더 사람이 아니었던 뎀벨레.



4. 아르투르의 오른쪽 미드필드 기용이 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계속 주장했던 이유
=> 그는 왼발로 볼을 내보낼 때와 오른발로 볼을 내보낼 때의 선택지는 물론이고 패스의 질 자체가 아주 다름. 본인이 움직이기 편하고 탈압박을 해내기 더 괜찮은 지점에서 뛸 경우 확연하게 나아질 가능성이 높으면 높았지. 낮을 수가 없다. 이미 브라질 대표팀에서 노골적으로 보인 부분. 마찬가지로 바르셀로나에서 주로 뛰었던 왼쪽 미드필드에서 뛸 경우 본인이 탈압박을 해내었을 때도 자신의 주발을 쓰기 익숙한 위치가 아니고 왼쪽 측면으로 내보냈을 때 자신에게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기에 자신의 주발과 가장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는 메시만을 바라보는 패스를 아주 높은 비중으로 해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5. 개인적으로 펩이 선수들을 배치했던 것처럼 측면 선수들의 공격에서의 책임감을 끌어올리고 미드필드들을 정발로 배치하는 게 메시가 있는 지금도 그렇고 장기적으로도 옳은 방향으로 보는 편입니다. 이 쪽으로 간다면 수아레즈를 남긴 이유를 아주 살짝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는 건 몸뚱이가 고장났음에도 쿠티뉴, 뎀벨레보다 오프 더 볼은 좋으니까...



6. 펩이나 티토가 경기가 안 풀릴 때 메시의 공간을 보장해주기 위해 보조자들의 동선을 의도적으로 터치 라인에 근접한 측면으로 빼거나 테요 같은 선수들을 넣고 종적으로 배치한 것처럼 또는 루쵸가 MSN 의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위해 했던 것처럼 미드필드들과 측면 선수들이 최대한 넓은 범위와 수비적인 책임감을 기존처럼 또는 그 이상으로 떠안은 상태로 뛴다면 이건 메시를 위시로 한 온 더 볼이 좋은 선수들의 기량을 골수까지 쪽쪽 빼먹겠다는 소리고 그렇다면 네이마르가 조금 더 필요할 겁니다. 루쵸의 연장선이자 발베르데가 2년 동안 가장 높은 비중으로 해온 축구의 연장선으로 순간적인 파괴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소리니까요. 이건 사실 온 더 볼에서 힘을 낼 수 있는 선수들이 많은 스쿼드일 때는 아주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한두명의 의존증을 극으로 끌어올려 효율이라도 최대로 내보자는 쪽에 가까워요. 저번 시즌 메시를 아주 쪽쪽 빨아먹은 발베르데의 바르셀로나나 티토 부임 시즌의 바르셀로나처럼요.



7. 예상한 그대로 아르투르를 오른쪽으로 써보기 시작하고 측면 선수들이 횡으로 움직이는 비중을 늘어나고 하프 스페이스나 측면에서 나가는 크로스나 대각선 패스의 비중이 늘어난다면 펩의 축구를 최종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는 뜻일테구요. 전 이런 면을 조금 더 바라보고 데 용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아르투르의 성장 방향을 예측하고 그리즈만이 바르셀로나에게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본 쪽에 가깝습니다.



8. 저번 시즌 아레냐가 출장했던 경기들에서 그가 꾸준히 평타를 치는 활약보다는 어떤 때에는 눈에 띄는 활약을 하거나 어떤 때에는 봐주기 힘들 정도의 모습을 보였던 건 이런 발의 방향으로 인해서 그의 활약이 시시각각으로 변했기 때문. 결국 그가 나아지려면 다른 미드필드들과 비교했을 때 주발 의존도가 굉장히 극심하다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게 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9. 전임 감독들이나 발베르데의 지난 2년을 조금이나마 설명해야 발베르데가 2년 동안 보여온 특정 시기들의 선택이 약간이라도 이해가 갈 수밖에 없기에 주절주절 길게 써놨지만 결국 제일 중요한 건 메시와 그리즈만 그리고 미드필드들일 겁니다. 풀백은 어차피 지금은 죄다 보조자들이기 때문에 (알바와 세메두를 쓴다는 게 이미 확정적이니까) 메시나 그리즈만 등이 이들을 어떻게 써먹느냐가 중요할 거구요. 발베르데가 라키티치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조금 고쳐먹은 느낌이 드는데 뭔가 알고는 있는 듯한 인상을 받고는 있긴 하네요. 아니면 자신이 한참 전부터 원하던 그리즈만이 왔고 데 용과 아르투르라는 자원들을 보유하고 있는 현 상황 때문에 그런 걸수도 있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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