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소리 89
1. 저번 시즌 중에 라키티치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면서 그가 나가는 게 위험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마찬가지로 이 스탠스가 바뀐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 데 용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당장의 깜냥부터가 좋은 선수였고 제 기준으로 봤을 때 성장 가능성이 아르투르보다 훨씬 더 높아보였고
- 비달이 슬슬 본인의 가치를 여러 방면으로 증명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후반기에 피보테를 제외한 어느 미드필드 자리에서든 어떤 역할을 시키든 계산이 서는 선수가 될 여지가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가면갈수록 비달의 출장이 늘어났고 그가 중요해질 거라고 한참 전부터 약을 팔았던 건 발베르데가 그 시즌에 미드필드들에게 요구하던 책임과 역할을 잘 해내고있었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일전에도 몇몇 분들의 질문에 답변드렸던 것처럼 비달 역시 언제 신체적인 하락세가 큰 폭으로 올 지 모르는 불안 요소가 잠재되어있는 선수는 맞고 코파 아메리카의 여파를 받는 선수 중 하나지만 이제 발베르데가 라키티치를 무조건적으로 기용해야만 하는 상황은 벗어났고 이를 비슷하게 또는 다른 방면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거죠.
아약스에서 데 용이 보여준 모습이 살짝만 떨어졌어도 전 여전히 라키티치의 이탈은 위험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을 거에요. 아무리 보조자 그 이상이 되기 어려운 선수여도 그게 대체가 될 방법이 잘 보이지 않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 애매한 상황이라면 안 내보내는 게 맞긴 하거든요.
근데 라키티치는 사실 모든 면에서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 건 맞습니다. 데이터상으로도 그렇고 눈에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도 그렇고. 거기다가 그만큼 굴렀기 때문에 한 번의 부상이 찾아왔을 때 꽤나 위험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다른 선수들보다도 조금은 더 크다고 보는 게 합당할테구요.
발베르데의 인터뷰도 이러한 맥락에 조금 더 가까울테고 이 시기를 지나치면 선수의 의사에 맞춰서 바르셀로나가 (늘 노장들을 대우해준다고 해줬던 것처럼) 돈을 포기하고 원하는 곳에 보내주거나 프리로 내보내거나 아님 끝까지 가거나 셋 중 하나일텐데 효용성이 내려갈 때 과감해지는 것도 때로는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2. 그리즈만이 합류할 경우 세메두의 성장세를 지켜보고 싶다고 했던 건 메시가 종횡을 넓게 뛰는 경기의 비율이 줄어들고 최대한 하프 스페이스에서 순간적으로 효율을 내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기에 세메두가 보조자로서 얼마나 할 수 있는 지를 확실하게 가늠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는 홀로 버려져있거나 전환을 빠르게 하기 위한 포지셔닝만 하고 있는 걸 우리는 많이 봐왔으니까요.
그리즈만은 동료들 (특히 풀백들) 을 잘 써먹는 것도 있지만 본인이 동료들을 위해서 움직여주는 것도 잘하거든요. 보조자들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면에선 네이마르보다는 나은 선수입니다. 물론 네이마르는 그만큼 할 줄 아는 게 많긴 하지만요.
세메두는 공수 전환이 잦아지는 과정 속에서 세르지보다 대인 수비나 협력 수비 등을 잘한다는 걸 증명하기도 했고 신체 능력이 우수한 편이라서 어쩌면 팀에게 다른 선수들은 할 수 없는 특이한 무언가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네이마르 딜의 일부로 포함되서 나가도 이해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세메두를 누군가가 대체할 수 있다는 확신 (이런 거 없습니다. 세르지 안 믿어요.) 이 아니라 쿠티뉴가 지금 메리트가 있는 자원이 아니라는 거고 바르셀로나가 그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있기 때문. 일전에도 말했던 것처럼 파리는 네이마르를 내주는 게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그림이 아닌 이상 어떤 식으로든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에 바르셀로나에게서 받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받으려고 하는 게 맞기도 하구요. 괜히 바르셀로나가 네이마르가 공개적으로 무언가를 해주기를 바라는 게 아니겠죠.
그리고 아직은 세르지를 경쟁 상대로 해서 특정 부분에선 우위를 점하지만 반대로 또 다른 부분에선 밀리고 있어서 주요 경기들에서 선택적 기용을 당하고 있기에 굳이 포기한다면 지금이 조금은 더 낫다고 보구요.
근데 기사들을 보고 판단해보니 내부에서도 세메두가 무언가를 더 해낼 수 있다고 판단해서 안 된다고 못박은 것 같기도 하네요. 발베르데의 의사는 별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을 것 같진 않아요. 그럴려고 앉혀놓은 감독이니까요.
3. 뎀벨레는 더 얘기하기도 지치고 배터리랑 데이터도 아까운데 그를 남기려고 하는 건 쿠티뉴보다 잘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장기적인 관점 하나입니다. 주관이 아니라 뎀벨레는 쿠티뉴보다 더 사람이 아니었어요.
글을 요 근래 모바일로 써버릇하니까 좀 지저분한 것 같은데 이해 좀 해주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