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Writing

잡소리 119

다스다스 2019. 11. 6. 07:06




개같은 시간대에 경기 보는 거 자체도 짜증나는데 (두 시도 힘든데 세 시... 섬머 타임 끝나니 헬이네요.) 왜 보고 있나란 생각이 너무 들어서 도중에 꺼버려서 딱히 쓸 건 없구요. 어차피 리뷰래봤자 그 동안 해온 얘기들에서 크게 벗어날 것 같지도 않고... 똑같은 글을 계속 쓰는 것만큼 시간 낭비하는 게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리뷰보다는 지금 드는 생각을 조금 풀어보려고 합니다.





바르셀로나와 교집합이 어느 정도 있는 팀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을 하나 꼽아보라고 한다면 



지금 발베르데의 바르셀로나는 팀의 단점과 몇몇 선수들의 약점을 가리기 위한 선택들을 한다면 

나머지 팀들은 팀의 장점과 보조자들의 동선을 팀의 장점에 알맞게끔 이끌어내면서 전술적 중심이나 제 2, 제 3의 선수들의 기량을 더 이끌어낼 수 있는 선택들을 한다는 겁니다.




똑같은 선수들을 가지고 단점을 메우는 선택을 하는 것과 장점을 키우는 선택을 하는 것 역시 필드 위에서 보여지는 건 아예 차원이 다릅니다. 그렇기에 감독이 있는 거고. 어떤 팀에선 잘하는 감독이 또 어떤 팀에선 못하는 감독이 될 수도 있는 거고.







낙하 지점도 제대로 못 보고 대인 수비도 제대로 못하는 알바의 단점을 가리고자 포워드치고는 차고 넘칠 정도로 수비를 잘하는 그리즈만은 때로 알바보다 더 낮은 지점에서 포지셔닝을 하고 볼이 불확실하게 띄워져서 왔다갔다하면 알바가 있어야할 곳엔 늘 알바가 아니라 그리즈만이나 랑글렛이 있습니다. 그게 아니면 측면은 고속도로가 나서 우루루 쫒아가는 양상이 되버리니까요. 넓게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빛을 발휘하는 데 용 역시 측면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좋다는 이유로 공격적인 기용 방식보단 수비적인 기용 방식을 조금 더 의식해서 오른쪽 미드필드로 기용되는 빈도 수가 가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둘 모두 바르셀로나에게 아주 많은 걸 안겨다줄 수 있는 선수들인데 단점을 메우기 위해서 뛰니까 정작 그들의 장점이 필드 위에서 안 나옵니다. 그렇다고 저 둘이 저런 식으로 뛴다고 그만큼의 효율이 나오지도 않아요.




제가 청개구리처럼 결과가 안 좋을 때도 다른 소리를 했던 건 정말 방향성 자체는 잘 잡았기 때문이었고 그걸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면 분명히 가면 갈수록 좋아질 거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즌은 분명히 그렇게 해야하는 시즌이기도 하고... 몇몇 경기들은 앞으로 계속 이렇게 한다면 좋아질 가능성이 분명히 보였다고 생각하구요. 근데 갑자기 저번 시즌이나 저저번 시즌처럼 변해있으니까 팀은 더 이상해보일 수밖에요. 팬들은 대체 감독은 뭐하고 있는 거야? 란 생각만 하게 되는 거죠.




사실 그냥 경기 껐을 때 자거나 딴 거 하려다가 뭘 해도 아닌 것 같아서 아약스랑 첼시 경기를 잠깐 봤는데 아약스 보시면 측면에서 수적 우위에서 밀리는 경우를 보기가 힘듭니다. 볼을 잃거나 상대가 볼을 잡고 올라올 때 이미 그렇게 하기로 약속이 되어있거든요. 바르셀로나는 왜 그게 안 될까요? 메시는 그렇게 뛸 수가 없는 선수라서? 절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필드 위에서 약속된 게 없으니까 다른 팀이나 국가대표팀 가면 분명히 잘하는 애들도 가장 확실하게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메시만 찾게 되는 거에요. 아르헨티나는 좋은 선수들끼리 장점이 발휘되는 환경 자체가 다르다는 게 더 크다면 바르셀로나는 그것보다 이게 더 우선이랄까요. 이전 글에서 말씀드렸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요즘 인터뷰 볼 때마다 발베르데가 뻘소리도 조금씩 보이고 발언 자체가 평소랑은 다르다 싶다는 느낌을 주는 부분들이 있는 거 보면 부담도 많이 되고 슬슬 쫄리는 것 같은데 깜노우에서도 그 특유의 분위기와 환경에서도 이제 작정하고 덤벼들면 바르셀로나는 힘을 못 쓸 수도 있구나라는 걸 보여줘버려서 발베르데는 반전을 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게 아닌 한 점점 상황은 안 좋아질 거에요. 안 좋아지면 안 좋아질수록 수동적이고 상대의 대응 방식에 맞추고 라인을 유동적으로 가져간다면? 발베르데는 거기까지겠죠.




별로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짜내고 짜내서 어떻게든 잘 이어나가다가 한 번씩 대형 실수를 하던 게 저번 시즌까지의 발베르데였다면 이젠 판을 깔아줘도 연달아서 실수를 하고 있는 겁니다. 뭘 해야될 지를 알면서도요. 모를 리가 없어요. 솔직히 이번 시즌은 그에게 현실적, 타협이라는 말을 붙일 여지 자체가 없습니다. 그만큼 좋은 선수들이 왔고 기존 선수들 중 몇몇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성장했으니까요. 정말 오늘은 수아레즈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냥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경기였다고 봅니다. 동일한 선수들 들고 다른 감독이 했으면 절대 이런 경기 안 나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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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경기는 글 없습니다. 무지하게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아마 경기도 못 볼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