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Writing

잡소리 136

다스다스 2019. 12. 31. 15:09



이번 시티 경기를 보진 않았는데 지금 시티의 스쿼드 구성을 보면 정작 구멍난 포지션들은 포리바렌테 유형의 선수들로 메우면서 측면 로테이션 (넓게는 앞선의 두 명의 미드필드까지. 그리고 선발이나 교체 투입이든) 은 계속 돌리는 걸 볼 수 있는데 그게 펩의 성향이고 펩의 축구가 유지되는 이유라 그렇습니다. 원래 측면에 전술적인 투자가 많이 이뤄지면 측면 자원은 그만큼 필요하고 로테이션 역시 돌아가야 됩니다.




근데 문제는 질적인 측면에서 누가 나와도 만족스럽지 못하니까 경기력은 나오지 않으면서 아슬아슬한 장면이 더 많아지는 거고. 그런 떨어지는 선수들이 측면에 위치해도 퀄리티를 상승시켜주던 선수들의 이탈이나 부진으로 인해 붕괴되어있고 그 상황에서도 제 몫을 해주는 몇몇 선수들은 과부화에 걸려버리니 팬들 입장에선 재미도 없고 본 경기 또 본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거죠. 그래서 조금 일정이 타이트해지거나 경기의 중요도가 올라가면 기용 방식 역시 경직되기 마련이고. 그 덕에 선수들의 체력은 계속 떨어져가고. 저번에도 얘기했는데 한 번쯤 제대로 정비가 되서 슬슬 올라온다는 느낌을 주는 시기가 오긴 올 거에요. 그렇지만 그 시기가 늦어진다면 시티는 이번 시즌 (리그든 뭐든...) 을 포기해야될 수도 있을 정도라고 보구요.




전 이번 시즌 펩을 지적하라고 하면 제일 먼저 지적하고 싶은 건 변수를 너무 깊게 생각 안 했다를 제일 지적하고 싶어요. 하나가 터지니 우루루 무너지는 느낌이 든 게 이게 제일 큰 것 같거든요. 아무래도 이피엘에서 연차가 쌓였고 감독으로서 경험도 쌓였고 3년차인 이번 시즌 본인이 생각한 그림이 시즌 초에 살짝 보이니까 방심했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초장부터 시즌 계산 자체가 실패한 걸수도 있구요. 물론 추측이긴 합니다. 그리고 펩이 원래 자기가 원했어도 막상 축구 내외적으로 자기 마음에 안 들면 거들떠도 안 봅니다. 그나마 많이 유해진 거에요. 바르셀로나부터 뮌헨 1년차까진 진짜 외적인 부분까지 엄청 높은 비중으로 고려하고 판단하는 얄짤없는 사람이었음. 제가 시티의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확언을 할 수 없는 문제긴 한데 지금 시티에 펩의 의도가 들어가지 않은 영입이 있다면 펩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쓸 겁니다. 치키가 바르셀로나에서 그 짓거리해서 데려온 애들이 케이리손과 엔리케였는데 펩이 프리시즌에선 엔리케만 몇 번 쓰더니 정규 시즌에선 절대 안 썼죠. 굉장히 원칙적이고 틀을 벗어나는 걸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근데 사실 저같은 경우도 라포르테의 이탈이 일어났을 때 아무리 중요한 선수일 지라도 저건 펩이 어떻게든 수를 쓰고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피케, 발데스, 알베스 등을 잘 활용해 뚜레의 센터백 기용의 효용성을 끌어올렸던 그 모습이 생각나서...) 그게 아니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지금 시티 팬들의 아쉬움은 이해가 가긴 해요.




요즘 바르셀로나보다 EPL 을 더 재밌게 보고 있는데 그 재미를 주던 팀 중 하나가 시티라서 그게 좀 많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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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 내년에도 많이들 방문해주세요. 방문자 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