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Writing

잡소리 161

다스다스 2020. 2. 27. 16:49

 

 

 

 

좀 한다는 선수가 나타나면 대부분의 축구 팬들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또 다른 재능이 나왔다고 얘기하는데 전 재능의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선 다른 무엇보다 시간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고 보는 편입니다. 그래서 진짜 딱 봤을 때 어떤 면을 봐도 확실하다는 느낌이 안 오면 어린 선수들에 관해선 더 지켜봐야한다는 얘기를 더 많이 하는 편이죠. 시즌 초반에 파티에 관해서 질문을 무지하게 받을 때도 지금 재능의 크기는 잘 모르겠지만 B팀으로 내리기보단 퍼스트 팀에 두고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한다고 얘기했던 것도 이 맥락이구요.

 

 

발베르데가 실제로 그렇게 했던 것도 우연이 아니라 그는 시간을 두고 어린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걸 많이 해왔고 그 방식을 알고 있었다라고 보는 게 맞는 시선과 평가라고 봅니다.

 

 

 

세르지도 펩 시절에 오사수나 전이었나 그럴 건데 거기서 하는 거 보고 뭐 저딴 놈이 재능의 크기를 갖고 티아고랑 얘기가 오고갔던 거지 싶을 정도로 못했고 그대로 사라질 거라고 봤는데 나름 자신이 가진 장점을 살려서 살아남았죠. 루쵸 덕도 좀 봤고. 그만큼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5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재능이라고 극찬을 받던 데 라 페냐는 크루이프의 보호 (이걸 데 라 페냐는 부당하게 생각했다는 얘기도 있었고. 언론들이 이간질 엄청 많이하고 크루이프도 덕분에 기자들하고 트러블이 많았습니다.) 호돈을 비롯한 선배들의 도움에도 결국 꽃을 피우지 못했었고. 나노는 어린 나이에 자기를 향한 관심과 돈에 눈이 돌아가버려서 순식간에 망하기도 했었고.

 

 

반 할 같이 필드 전체를 통제하고 확실할 때가 아니면 의외성을 제한하는 감독도 유망주한테는 그런 걸 아예 배제시키고 할 줄 아는 거, 할 수 있는 걸 그냥 자유롭게 펼쳐보라고 했죠. 바르셀로나, 뮌헨, 맨유에서 다 그랬습니다.

 

 

포워드면 원온원 하고 싶으면 유리하거나 리드를 점했을 땐 아예 몰빵해주고
미드필드면 볼을 최대한 많이 만지게 해주면서 다른 선수들에겐 보조해주라고 지시하고
수비수면 의도적으로 그 쪽으로 볼이 많이 굴러다니게 만들어서 상황 자체를 많이 만들어주고 등등등...

 

 

옛날 경기 보면 푸욜도 진짜 오질나게 털리는 경기들이 꽤 있어요. 푸욜이 풀백 뛸 땐 그에게 가장 가까이 있던 센터백이 데 부어였는데 푸욜이 피케한테 하던 것처럼 소리치는 장면도 꽤나 많았습니다.

 

 

 

사실 축구 거의 20년 조금 안 되게 봤는데 어렸을 때 등장한 선수 중 메시말고는 몇 경기 보자마자 이 놈 진짜 말이 안 되네. 라는 느낌을 준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메시는 퍼스트 팀에서 뛰는 거 딱 세 경기 보고 부상만 아니면 남다른 놈이 될 거라고 확신했던 케이스였고 관계자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게 너무 공감가고 당연해보였는데 왜 그랬냐면 완성형에 근접한 기술 자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쓸 줄 아는 그 판단력 자체가 그 어릴 때도 너무 말이 안 됐어요. 어렸을 때 그 정도의 기술을 가지고 등장했다는 것 자체도 너무 말이 안 됐고. 지금보다 훨씬 축알못이었던 그 당시의 제 눈에도 그렇게 보였을 정도였으면 어마어마한 거죠. 대신 어릴 땐 비효율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노골적인 담그기에 뻔하게 많이 당했고. 팬들은 그래서 그런 장발 메시 시절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거고.

 

 

 

제가 제일 좋아하던 이니에스타도 챠비가 장기 부상으로 이탈해서 기회가 조금씩 늘어나던 05-06 시즌부터 뭔가 느낌이 있네 싶었고 그 전에 피보테로 뛰던 경우가 조금 더 많던 시기에 레돈도의 재림이라 할 때도 뭔가 아리송했어요. 네이마르도 하도 칭찬이 많고 바르셀로나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해서 봤는데 오히려 전 다이버 기질도 너무 심하고 (브라질 리그에서만큼은 과한 자기 보호에 가까웠다고 봅니다.) 가진 기술과 무게 중심에 비해서 중장거리 드리블이 너무 많아서 처음엔 반대하던 입장이었구요. 라말료가 산토스 감독으로 왔을 때 그 때부터 선수로서의 성장 방향이 확고해지면서 조금씩 생각이 변했던 쪽에 가까웠죠.


 

 

그리즈만도 처음엔 윙어치곤 뭔가 좀 특이한 놈이구나 하면서 보다가 알레띠 가고나서 뭘 해도 될 놈이다 확신했던 거고. 산체스는 남미 리그와 남미 국가대표팀들에 관심을 가지고 보던 시기에 비엘사의 칠레에서 되게 눈에 띄는 놈 중 하나였어서 어쩌다보니 세리에까지 보고 있었죠. 우디네세 경기 보던 그 시기가 딱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세리에 보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데 용도 똑같아요. 오는 게 확정난 그 순간부터 피보테니 메짤라니 온갖 얘기들 엄청 많은데 전 전방에 가까운 쪽에서 계속 시험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얘기해왔던 이유가 그가 가진 게 되게 많고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지. 어디에 적합하고 말고를 논하는 게 아닙니다. 이건 당연히 맞이해야할 과제 중 하나에요. 오히려 이게 성공했을 때 데 용은 상대에게 더 위협적인 지역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펼칠 수 있을 테구요. 오자마자 이 시험마저도 손쉽게 통과했으면 데 용은 제가 몇 경기 보고 생각을 바꾸면서 평가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가능성이 있고 대단한 재능이겠죠.

 

 

 

어린 선수들에겐 시간이 약이고 반드시 필요한 조건입니다. 가능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다양한 시험을 받는 건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부분이고 그런 거에 관해서 팬들끼리 열을 올릴 필요가 없어요. 물론 이런저런 논의가 오고가는 건 아주 좋은 일이죠.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는 건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이런 류의 얘기를 하는 거구요. 솔직히 그런 얘기는 안 하느니만 못해요. 커뮤니티를 안 하는 이유 중 하나구요.

 

 

하루의 절반은 축구를 달고 살던 그 시기엔 어떤 팀 경기를 볼 때 그들의 과정이나 팀으로서의 모습이나 결과보단 거기서 인상적인 선수들을 기억해두고 그 선수들 위주로 봤던 편인데 때론 이런 시선으로 경기를 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절 오래 봐오신 분들은 제가 포르투갈 리그 엄청 좋아했던 걸 아실 거에요. 헐크랑 다비드 루이스도 엄청 좋아했고 코엔트랑도 주류에서 저 놈 뭐야? 하기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고. 디 마리아도 마드리드 왔을 때 어떤 놈이냐고 물어볼 때 꾸코 채팅방에서 이런저런 설명해줬었고. 당시 포르투는 팀으로서 재밌어서 봤다면 벤피카는 이런저런 재능들을 보는 재미가 재밌어서 봤었고.

 

 

거기서 파생되서 뜨문뜨문 보던 남미 리그 (대부분 브라질 리그인데 사실 네이마르 위주였죠 뭐.) 를 몇 년 동안 챙겨보기도 했고 대학 수업 째면서 남미 챔스인 리베르타도레스도 보고 그랬었던 기억이 있네요.

 

 

때로는 팀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때로는 이 글처럼 특정 선수들을 중심으로 놓고 바라보는 시선으로 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가끔 그러다 재미없는 팀 경기도 그 선수 하나 때문에 보는 경우도 생기고. (메시 엄청 좋아하시는 분들이 어거지로 지금 바르셀로나 경기 보는 게 여기에 해당되는 케이스겠죠.) 전 농구도 이런 식으로 구분해서 보는 편인데 마찬가지로 각각의 재미가 있습니다. 요즘 블로그를 너무 소홀히해서 짧은 뻘글이나 하나 쓸려했는데 어쩌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코로나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얼른 이 안 좋은 흐름이 지나가야 저도 여유가 생길 것 같습니다. 항상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