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소리 215
20371표나 제출했다던데 행보를 봤을 때 이미 표를 많이 받아뒀는데 언론에 숨겼거나 (실제로 언론들이 이런 쪽으로 보도를 많이 안 한 편에 가깝기도 하고) 아니면 최근 행보에 대한 불만이 표로 이어졌거나 두 가지 정도로 봅니다.
그럼 전후자로 나눠서 좀 얘기해보자면 전자는 굳이 저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할 텐데 사실 불신임이 되고 본 투표로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와중에 현 의장인 바르토메우나 차기 후보들이 보여주는 행보가 어떤 지도 되게 중요해요. 결국 이 상황 자체가 바르셀로나 또는 현 보드진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되는 거기 때문에 반대의 입장에 있는 후보들은 이들이 왜 불신임 투표에 올라가야 하는 지를 납득을 시켜야 할 테고 그 시기를 잘 봐야 되죠. 반대로 바르토메우는 이건 하나의 압박이기 때문에 변화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였어야 할 테구요.
이건 라포르타와 바르토메우가 어떻게 살아남았는 지를 보면 단박에 이해가 되는데 라포르타는 이미 3월부터 다음 시즌에 대한 플랜을 짜고 있었습니다. 물론 치키와 크루이프가 판을 다 깔아준 거긴 하지만 어쨌든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던 사람은 라포르타였으니까. (펩 선임 때 밝혀진 게 이미 3월에 펩이 레이카르트의 후임으로 정해졌는데 팬들의 불만이 너무 심해서 다른 옵션들도 살펴본 거였다고 했죠.) 그리고 실제로 레이카르트가 떠나자마자 바로 방출과 영입 작업을 신속하게 가져갔죠. 바르토메우는 성적이 살렸습니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유지로 가도 팀이 뭔가는 할 수 있겠다란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었으니까. (제가 그렇게 생각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전 절대 아님.)
이제 후자를 보면 전자의 연장선이라고 봐도 무방하긴 한데 과정이 조금 다르긴 합니다. 뮌헨 전 패배 이후 선수들이 먼저 변화를 요구했고 메시가 결정타를 날려줬죠. 아무도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메시가 떠나겠다고 선언했고 그 바탕은 본인과 바르셀로나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근데 바르토메우가 이후 보인 행보는 이게 변화를 예고한 팀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 지지부진했어요.
감독이 이미 플랜에 없다고 선언한 선수들을 손해를 감수하고도 내보낼 생각을 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고자세를 유지했고 영입에 대한 얘기들은 분명히 나왔지만 다 전제 조건이 걸려있었죠. '방출이 이뤄져야 영입이 가능하다.' 물론 당장 몇 개월 뒤에 나가기 때문에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반대파가 들어와서 파헤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파헤칠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우려하고 있을 수는 있겠죠. 그럼에도 너무 고자세였고 너무 수동적이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세티엔과 쿠만의 문제에 대한 해결도 사실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늦었고. 만약에 전자가 아니라면 이런 부분 때문에 소시오들이 막바지에 행동으로 옮겼을 수도 있겠죠. 변화를 예고했으면서 '이거 가만 보니까 결국엔 또 유지잖아? 심지어 나갈 것처럼 말한 애들도 남을 것 같잖아? 일은 하고 있는 게 맞는 거야? 장난해?' 이런 거랄까.
바르토메우는 이제 진짜 겉으로 팬들한테 어떻게 할지를 보여줘야 할 거에요. 방출에 대한 스탠스도 조금 바뀌어야 할 테고 영입도 무언가 이뤄지긴 해야겠죠. 그게 꼭 대형 영입이 아닐 지라도 팀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품길만 한 영입은 필요해 보여요. 쿠만이 성적을 낼지 말 지는 한참 가봐야 아는 부분이기 때문에 지금 이게 소시오들에게 막 유의미하게 작용할만한 건 아닌 것 같구요. 사임하고 나가도 기존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시즌 끝까지 이끌 가능성은 없습니다. 어떻게든 빨리 선거를 열려고 할 거에요. 제가 알기로는 이런 쪽으로 규정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가물가물하네요.
파레와 폰트는 이번 불신임 투표로 인해 긍정적인 반응을 어느 정도는 이끌어냈을 건데 이때 박차를 가해서 어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음. 전 여전히 폰트의 플랜에 대해서 그렇게 믿음이 가거나 긍정적이진 않은데 이 기회에 확실하게 말하면 저뿐만 아니라 많은 팬들에게도 시선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을 것 같구요. 시즌 초부터 너무 외적으로 잡음이 많은 거 아닌가 싶긴 한데 뭐 한 번쯤은 거쳐가야 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지켜보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