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소리 228
- 쿠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적 시장도 끝났고 마지막 날에 급하게 내보낸 하피냐나 토디보도 쿠만이 안 쓴다고 해서 어떻게든 처리한 게 아닌가 싶은데 그럼에도 처리를 못한 선수들은 있을 거고 시즌 중에 또 마음에 안 드는 선수들도 나올 텐데 이런 부분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펩처럼 아예 사람 취급도 안 하면서 분명히 그 선수를 기용해야할 상황임에도 위험을 감수하고 다른 선수들을 쓰려고 할지
아니면 본인 마음에 안 들더라도 그 선수의 기량이 괜찮은 수준까지 올라왔을 때 타협하고 그를 본인의 축구에 껴넣으려고 할지.
분명히 이런 선택이 순간순간을 좌지우지하는 시기가 올 거에요. 쿠만은 이런 부분에 관해선 초반부터 확실하게 정해둬야 할 테구요. 일단 현재까진 본인 마음에 안 들면 안 쓴다긴 한데 본격적으로 시즌에 들어가면 바뀌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 현상 그리고 앞으로
이번에 들어온 데스트도 그렇고 쿠만이 원했던 데파이, 바이날둠, 반 데 벡 같은 선수들의 공통점은 네덜란드, 아약스, 바르셀로나의 방식을 한 번이라도 배운 선수들이라는 거고 포리바렌테로서 담금질을 한 번이라도 시도한 적이 있는 선수들이라는 겁니다. (물론 데스트 같은 경우는 퇴장당해서 왼쪽 풀백으로 들어갔다거나 뭐 이런 경우들도 있으니 엄밀히 말하면 포리바렌테로서의 효용성을 감독이 먼저 시도했다고 보긴 애매하긴 합니다. 에릭 가르시아도 개인적으로 쿠만이 원해서 먼저 언급한 픽은 아니었을 것 같고 보드진하고 협의해서 얘기한 선수일 텐데 바르셀로나의 방식을 배우고 펩한테 담금질을 당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다고 봐도 될 테고)
그렇다면 선수들의 장점을 (그게 아니라면 전술적 중심이나 그에 가까운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방법론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다고 봐도 될 텐데 이런 관점으로 보면 쿠티뉴를 처음부터 원한 이유가 납득이 갑니다. 제가 이번 시즌에 계속해서 말씀드리고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지금 메시와 좌우를 나눠먹고 있는 선수는 쿠티뉴입니다. 좌측면과 중앙에서 볼을 많이 잡고 있고 속도를 내거나 찬스를 만드는 비중은 가장 높죠. 이걸 강조하는 건 메시 다음으로 해결해줘야 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가 쿠티뉴라는 소리고 쿠티뉴가 해결을 못하면 결국 어느 시점에 가선 다시 메시 의존증이 자리를 잡을 확률이 높을 겁니다.
이적 시장에서 찾은 선수들은 쿠티뉴가 해결해주는 빈도 수가 일정 비율을 넘어가고 팀의 틀이 어느 정도 갖춰졌을 때 그걸 유지시켜줄 수 있거나 팀의 다양성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자원을 원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겠죠? 그리즈만한테 바란 것도 이 쪽에 가깝습니다. 본인 옆, 뒤에 몇 명이 바뀌든 적어도 팀의 후퇴를 막아주고 동료들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건 본인이 잘하든 못하든 매 경기해줄 수 있다는 거. 그게 메시 옆이라면 메시의 효율만큼은 어떻게든 보장해줄 수 있다고 봤고 아직도 전 그 가능성은 의심하지 않음.
세비야 전은 이겼어야 하는 경기였고 이길만했는데 비겼기 때문에 팬들이 불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과정을 봤을 때 지난 3년 간의 모습이 생각날 정도로 개판은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발베르데나 세티엔이었으면 양 측면 고속도로 나면서 8명이서 3~4명도 못 막는 그 기분 나쁜 장면이 몇 차례는 나왔을 건데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이제 세 경기했는데 더 지켜보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조급하게 볼 필요 하나도 없습니다. 자빠진 게 아쉽다는 이해 하지만 쿠만에 관해서 의문을 품는다는 건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물론 확신해서 바라보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신 앞으로를 볼 때 중점적으로 바라볼 사항들은 확실하게 보였죠. 크게 세 가지인데
1. 프리시즌에 예상했던 것처럼 선수 개개인의 책임 범위가 넓어진 건 확실합니다. 짱개 폐렴이 아니더라도 컴팩트한 스쿼드를 원했을 거고 쿠만이 봤을 때 고효율의 자원으로 보인 데파이나 반 데 벡 등을 원했을 것도 분명해요. 돈이 더 있다고 해서 이 선수들이 아닌 다른 선수들을 원하지는 않았을 거에요. 헌데 본인의 플랜이 빠그라진 현시점에 이에 맞는 관리법과 대응책을 갖고 있냐는 아주 중요한 문제겠죠.
솔직히 얇은 스쿼드는 이런 관리를 기가 막히게 한다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보는 편이기도 한데 시즌 초반부터 리듬이 아예 안 좋거나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떨어지는 폭이 큰 선수들이 보이고 있는데 이게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이런 관리로도 극복이 안 되는 변수가 이미 발생해버린 건지가 관건이겠죠? 일단 갑작스럽게 트레이닝 강도가 올라가면서 힘들어한다는 기사가 나왔으니 대다수의 선수들은 이 과정 속에 있다고 보는 게 옳고 딱히 넘겨짚을 필요는 없다고 보구요. 트레이닝 강도를 조절하거나 몸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팀의 틀도 궤도에 올라오면 서서히 올라오긴 할 거에요. 제가 말씀드리는 저 두 케이스는 이 대다수의 선수들과는 아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선수들임. 전자는 세르지일 테고 후자는 데 용이 제일 가깝겠죠? 부스케츠도 여기다 놓을 수 있을 테고.
2. 프야니치입니다. 사실 교체로 들어온 경기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모습은 본 적이 없긴 한데 그걸로 평가하기엔 너무 짧기도 하고 상황상황이 다르기도 해서 더 얘기하고 싶진 않구요. 선발로 나왔을 때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낸다면 생각보다 잘 풀릴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3. 쿠티뉴와 그리즈만입니다. 세비야 전에서 드러났듯이 쿠티뉴는 다지선다를 걸면서 스스로 공간을 만드는 건 제한적인 선수입니다. 애초에 다지선다를 걸만큼 다양한 걸 갖고 있다고 보기엔 조금 모자란 선수기도 하고. 근데 결국엔 얘가 이걸 어느 정도 못해주면 앞으로 가면 갈수록 힘들어질 거에요. 지금 좌측면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도 이 투자 하나로 많은 걸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계속 좌측면에 투자는 하면서 좌우 밸런스를 고민하고 있는 거겠죠.
그리즈만은 지금 자기 몸값에 비해 못하고 있는 것도 맞고 넣어줘야 할 것도 못 넣어주고 있는 것도 맞습니다. 근데 솔직히 지금은 본인이 잘할 요소가 없어요. 메시랑 원투를 자주 할 수 있을 만큼 본인이 볼을 많이 잡지도 못하고 있구요. 데샹이 자꾸 중앙 얘기하는 것도 측면에서 볼을 잡았을 때 주고받고를 빠르게 하면서 뛰는 게 아니라 다수의 수비수들을 상대로 하는 온 더 볼을 요구받아서 그런 게 크겠죠. 프랑스 경기에서도 측면에서 볼을 받는 비중은 절대 적지 않습니다. 알레띠에서도 그랬구요. 근데 차이점은 그리즈만이 재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선택지가 바르셀로나엔 없는데 프랑스랑 알레띠엔 있었다 그 차이죠. 그래서 그럴 바엔 중앙에서 볼을 많이 잡는 게 그리즈만 입장에선 플레이 선택지를 가져가는 데 있어서 더 나을 테니 저렇게 얘기한 거라고 봅니다. 이건 저번 시즌 전반기 베티스 전에서도 보여준 부분이죠. 중앙에서 뛰니까 동료 수준 상관없이 선택지도 다양했고 잘했음.
제가 메시 옆에 두고 뛰어야 한다고 했던 것도 메시가 있음으로 인해서 선택지가 다양해지기 때문인데 일단 우측면은 수적 우위를 점하는 것도 메시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때만 되는 편이라는 게 제일 크고 세르지가 포지셔닝을 개판으로 잡는 게 전후방에 너무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아라우호도 세르지가 아니라 조금 더 괜찮은 선수를 우측면에 두고 뛰었으면 그 정도로 공략은 안 당했을 겁니다.) 물론 적은 볼 터치 속에서도 계속 이런 시도를 했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긴 했을 건데 저번 시즌부터 본인이 주고 들어가면 리턴이 절대 안 오니까 애초에 시도를 안 하는 것도 있긴 할 것 같아요. 이번 시즌도 몇 번 이런 모습이 보였죠. 주고 들어가는데 리턴은 안 오는 장면. 프야니치랑 쿠티뉴가 잘해주면 덩달아 잘할 것 같긴 한데 저 둘이 잘해주는데도 헤매면 그땐 그리즈만 본인의 문제가 되겠죠.
일단 다 떠나서 어떤 계기가 필요해보이긴 합니다. 뛸 때 보면 엄청 조급하고 자신감이 하나도 없어보여요. 세비야 전은 보면서 바르셀로나 시절 산체스 생각났음. 분명히 기여는 하는데 골은 못 넣어서 점점 뭔가 떨어지는 느낌 주는 게 똑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