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냐? 아니냐?
여행 출발 날이어서 유로파 보고나서 바로 쓸 수가 없었던 상황이라 지인들이랑 좀 떠들다가 그냥 밤새고 여행 갔는데 일단 챠비의 실책은 크게 세 가지.
1. 평상시에 쓰지도 않던 걸 유럽 대항전에서 들고 왔다는 점 (로테이션이라는 납득하기도 힘든 핑계를 대면서. 평상시에 후반전 전술 변형으로라도 썼다면 더 효과적이었을 거고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리가 레이스에서 어줍잖게 교체 빨리 하다가 경기 망칠까봐 교체도 최대한 늦추던 기용 방식과 굉장히 대비됐다는 점 역시 아쉬울 수밖에 없다.)
2. 이렇게 해서 전반전 리드를 잡았다면 모를까. 그러지 못했다면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아무리 못해도 알바나 알론소 둘 중 하나는 바꿔야 했다. (결과론적인 얘기가 아니라 상대가 어디 리가 강등권 팀도 아니고 맨유고 토탈 풋볼의 관념을 아는 텐 하흐인데 너무 안일했다.)
3. 결국 짧은 시간 안에 이기거나 비겨야 하는 미션을 받은 채로 기존 선수들이 들어와 체력 소모만 더 심했다. (이런 건 로테이션이 아니라 엄연히 감독의 실책이다. 발베르데가 어설프게 로테이션 돌리다가 자주 이랬다. 근데 걔는 진짜 로테이션을 돌린 거지. 챠비는 냉정하게 말하면 유럽 대항전에서 전술 실험을 한 거다.)
그럼 이제 경기를 보면...
선수들의 기용 방식 중 간과하기 쉬운 부분들 중 하나가 어떤 발을 쓰냐와 원터치. 아무리 못해도 투터치 안에 볼이 발에서 떠나면서 속도를 내는 플레이가 가능하냐는 부분.
예시를 들어 쉽게 설명하면 메시가 있을 때도 어느 발로든 패스를 할 수 있는 페드로가 옆에서 뛸 때와 오른발밖에 못 써서 방향이 맞지 않으면 원터치 패스는 물론이고 패스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지던 산체스가 옆에서 뛸 때의 차이는 메시가 상대적으로 수비 밀도가 높은 곳에서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나 그 벽을 뚫기 위해 볼을 갖고 무언가를 하는 과정 (드리블 포함) 자체가 더 길었다는 겁니다. 페드로는 메시가 어디로 갈 지만 파악이 된 상태에서 볼을 받으면 주면 바로 내주는 게 됐다는 작은 차이.
네이마르와 수아레즈의 차이 역시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퍼스트 터치의 기복이 있고 상대가 본인을 의식해 본인이 볼을 갖고 있지 않음에도 계속 간격과 라인 유지를 하게 만드는 게 수아레즈의 장점 중 하나였다면 양 발 사용 능력이 뛰어나고 때로 빠르게 볼을 처리하면서 패스로 방향을 빠르고 다양하게 바꾸던 네이마르의 활용 방식 역시 이러한 차이라고 볼 수 있겠죠.
결국 전술적 중심. 더 나아가서 포워드들이나 미드필드들 중 득점 빈도가 높거나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은 선수들의 활약상을 끌어올려주는 하나의 방편이 되기도 한다는 겁니다. 왜냐면 그들이 동료들을 조금 더 이용할 수 있다는 거고 순간적으로 볼이 도는 걸 활용해 상대 선수들이 누굴 막아야할 지 헷갈리게 하거나 순간적으로 공간을 열어줄 수 있기 때문.
바르셀로나의 측면 자원들은 각자 다른 면들을 장점으로서 갖고 있다는 면이 있지만 반대로 이번 시즌 제일 나은 측면 자원이라는 뎀벨레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측면 자원들이 박스나 상대 수비를 공략할 때 원터치는 커녕 투터치 안에 볼이 발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당연히 미드필드들의 패싱은 앞에 수비 벽을 둔 상태로 사선을 바라보면서 이뤄지거나 중앙을 공략하면서도 측면 선수들이 오프 더 볼을 과감하게 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다 같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사선으로 패스가 이뤄지는 셈. 뜬금포로 직선 패스나 종으로 넘어가는 패스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게 현재 바르셀로나의 약점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고.
이래서 유사 시엔 포워드 위치까지 과감하게 올리면서 (가비는 아예 포워드로 기용하면서) 양 방향 패싱이 가능하게끔 했던 것. 가비에게 그러한 플레이를 지시한 것도 그렇고 페드리를 오른쪽으로 보냄으로서 좌우 측면 자원들을 전부 다 활용하는 게 4 미드필드 전술의 핵심 중 하나.
전반기의 절충안들은 후방에서의 문제점들까지 고려해 단점들을 의식해 나온 전술전략에 가깝다면 후반기의 절충안들은 장점들을 고려해서 나온 전술전략에 조금 더 가깝다고 볼 수 있겠고. 그런 점에서 수페르코파 엘클 이후 조금 온순한 평을 내놓은 쪽에 가깝습니다.
거기다 유럽 대항전을 봤을 때 주로 나오는 뎀벨레, 하피냐 등과 같은 측면 자원들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 가깝고 양 측면 풀백들이 동시에 지원을 해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볼을 소유하고 간격과 대형을 유지한다는 건 다 같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대는 노골적으로 특정 지점을 강하게 압박하거나 최대한 웅크려서 한 방 승부를 봤다는 거고 전반기엔 그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거겠죠.
발데 역시 본인이 대부분의 선수들과 원온원을 마주할 때 직선 경로 스피드 대결에서 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지 그 속도로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하나의 요소가 되어서 순간적인 파괴력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종종 터치가 매우 길어지고 플레이를 너무 이어가다보니 어디서 끊어야할 지 모를 때가 있다는 점 역시 고려 사항이 아니었을까 싶음.
결국 알론소와 알바가 나왔다는 건 전반기처럼 단점을 의식한 라인업을 들고 나오면 또 그대로 당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는 것이며 정반대의 접근 방식으로 들고 나온 전술전략 중 하나였다는 거고. 단순히 이 둘을 썼다는 면에 취해 다른 부분들을 놓쳐선 안 된다는 겁니다. 데 용과 쿤데의 포지셔닝을 본다면 이들이 왜 나왔는 지는 알 수 있다는 거죠.
이번 유로파 1차전의 전술전략은 쿤데와 데 용의 포지셔닝을 바탕으로 유사 시에 그 둘이 짝을 이루게 하면서까지 여길 압박하지 않으면 유사 시에 확 치고 나가면서 올라갈 수 있다고 유도하면서 발의 방향에 맞춰 측면 공간을 빠르게 공략해 미드필드들과 레반도프스키를 활용하겠다는 의도에 가까웠다고 봅니다.






대회를 버린다거나 (제일 헛소리임) 완전히 바보 같은 선택들만 한 것은 아니나 분명히 아쉬울 수밖에 없다는 거고. 아마 비슷한 관념을 갖고 있기에 상대 분석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고 하던 데로 할 거라고 가정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 텐 하흐가 EPL 초반에 호되게 당한 이후 경기 전이나 경기 중 대응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걸 챠비가 인지를 못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계속 유럽 대항전에서만 이런 실책이 나온다는 건 명확하게 상대 분석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거고 전력의 객관화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냉정하게 현 바르셀로나는 어떤 팀을 상대로든 경기 지배를 깔고갈만한 구성도 아니고 그 정도로 전반기부터 틀을 만들어 나가지도 않았기에 2차전은 현재 맨유 선수들의 장단과 분석이 조금 더 필요할 걸로 보이구요.
수준 차이를 논하기엔 무승부까지 따라갔고 한 경기라는 적은 표본이기에 이르다고 봅니다만 리가가 현 바르셀로나에 도움이 안 되는 건 맞다고 봅니다. 경기 대응이나 준비 등에 있어서 현재 리가가 도움이 될만한 요소들이 없음.
레반도프스키 활용 역시 현재 그가 득점을 못하고 있기에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거고. 그래서 1대1 면담을 했다는 얘기 역시 흘러나온 걸로 보입니다.
결국 빠르고 짧게 볼을 내보내다 보면 (굳이 이런저런 거 덧붙일 필요 없이 발의 방향에 맞게) 상대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급해지면서 레반도프스키나 볼이 굴러가는 측면 선수들에게 붙을 텐데 이러면 압박에서 자유로운 미드필드들이 얼마나 다양한 패싱을 하냐에 따라서 갈리니까요. 혹여나 이 과정에서 레반도프스키가 메시처럼 혼자서 해결해주기라도 한다면 계속 이게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면서 공격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도 있겠죠.
경기 후에 질문 글에도 몇 분이나 남기셨던 래쉬포드에 대응이 늦었던 것도 상대가 단점 공략을 들고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게 컸겠죠. 애초에 쿤데-아라우호 위치를 바꾼 거나 알론소-알바를 쓴 것도 래쉬포드를 의식해서 그런 것보다 맨유를 어떻게 공략할까에 더 집중했기에 나온 모습이라고 봅니다.
초짜 감독 티가 아직 많이 나는데 전반기보다 나아진 건 부정할 수 없다고 봅니다. 준비 과정이 마음에 안 들었고 부족했다는 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반박의 여지가 없음. 엄연히 챠비의 실책이고 비판, 비난 등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부분.
페드리도 누웠고 가비도 못 나오고 전 세르지는 애초에 펩이 처음 담금질할 때부터 윗선의 미드필드로선 가망이 없다고 봤던 편이라 텐 하흐 정도로 경험치가 있는 감독이라면 라인업 유무 (세르지 미드필드 기용 유무) 에 따라 미드필드 라인 압박을 매우 강하게 들고 나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전반기에 이 정도로 장점 위주의 접근이 이뤄졌다면 센터백 핑계, 오심 핑계 댈 거 없이 조별 예선은 통과했을 듯. 여러모로 너무 늦게 깨달았고 초짜 티가 아직 많이 납니다.
쉴드 글처럼 보일 수 있어서 덧붙이는데 나름대로 납득할 수 있는 근거들이 보였기에 그런 부분들을 설명을 한 거고. 비판할 부분들은 분명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상하게 해석해서 받아들이시면 곤란하고 그렇게 어렵게 얘기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여전히 기를 쓰고 유로파 우승해야 한다고 보는 편임.
글과 상관 없는 내용의 질문들은 Q&A 2 를 이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