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Writing

그래도 감독은 안 했으면 해

다스다스 2024. 10. 8. 01:41

 
 

(09-10 시즌은 메시, 즐라탄 빠졌을 때 이니에스타를 중심으로 한 전술전략의 가능성과 그가 서서히 망가져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우려가 공존하던 시즌이었음. 우려가 현실화 되는 게 아니냐 싶을 때 그걸 뒤집었던 게 남아공 월드컵이었죠. 이 세레머니뿐만 아니라 이니에스타 커리어에서 여러모로 중요한 순간 중 하나였음.)

 
 
 
 
 
몸 고장 나기 시작했던 건 꽤 오래 전이었는데 (08-09 챔스 결승 억지로 뛴 거랑 09-10 시즌 정신적, 육체적으로 다 망가진 상태에서 꾸역꾸역 뛴 거 이 2개가 커리어에서 제일 컸다 생각함) 그래도 메시랑 다르게 여러 감독들에게 관리도 꽤 받은 편이고.





아이러니하게도 잦은 부상 빈도 수가 기량을 서서히 깎아먹긴 했지만 누적치가 쌓여서 터지는 불상사를 겪게 하진 않았기에 리그의 수준을 낮춰가면서 오래 뛰지 않았나 싶음. 생긴 거랑 다르게 경기에 대한 욕심도 예전부터 매우 컸던 선수라 그게 현역으로서 최대한 오래 뛰겠다는 동기 부여를 계속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사실 메시에 가려져서 그렇지. 노골적인 허벅지, 발목 까이기 많이 당한 선수 중 한 명임. 그만큼 부상도 많이 당했고.
 
 
 
 
 
실력만큼 조명되지 않는 게 그의 멘탈리티인데 사실 재능의 크기가 컸던 선수나 경기 출장에 대한 욕심, 의지가 엄청 강했던 선수치고 담금질도 반 할 2기 때부터 레이카르트 말년까지 당한 셈이고.





세스크도 그거 보고 기회 찾아 떠난 거였죠. 이니에스타도 자리 못 잡는데 자기가 기회를 얼마나 받을지 불확실한 미래였으니.





게다가 아라고네스와 펩이 필드 위에서 보여주기 전까지 이니에스타는 챠비와의 공존이 불가능한 선수란 인식이 자리 잡히면서 애매하게 보는 팬들도 적지 않았던 선수였음. 07-08 시즌 팬들이 대놓고 콕 집어서 야유를 하던 선수 중 한 명이기도 했는데 실력으로 깜노우 팬들을 되돌린 선수였죠. (메시, 보얀, 뚜레만 야유 안 먹던 시즌)
 
 
 
 
 
그가 여러 차례 부상을 극복해 오고 하르케 일로 무너진 멘탈리티, 떨어진 동기 부여 등을 극복하고 다시 최고 수준으로 돌아온 대단함은 사람들이 잘 조명하지 않았던 거 같음. 10-11 시즌은 정신과 육체가 건강해진 이니에스타가 없었다면 리가 우승은 몰라도 챔스 우승은 못했을 거임.
 
 
 
 
 
기량이야 본인이 스스로 떠나기를 결정한 순간부터 떨어지고 있던 건 맞았다 봅니다. 전 팬심 빼고 봐도 그래도 바르셀로나에서 가치가 있다고 봤는데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니 일찍 떠났던 거죠.





이니에스타의 최대 가치는 측면지향적인 그 유니크함에 있었는데 너덜너덜해진 허벅지가 최고 수준에서 90분 소화가 불가능한 수준이 되고 더 이상 다수의 수비수들을 상대해 줄 수 없다고 느낀 순간 본인 스스로가 바르셀로나에 도움이 안 된다고 봤던 거겠죠.





이해는 하면서도 참 아쉬웠던 순간이었고 본인이 한 말은 지키고 사는 그 굳건함도 인상 깊었던 여러 감정이 드는 순간이기도 했음. 1~2시즌이라도 더 남았으면 그 재미없는 발베르데, 세티엔의 바르셀로나를 봐야 하는 유일한 이유였던 블로그 말고 또 다른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사실 실력적으로 최고여서 제일 좋아했다기보단 외유내강의 표본 같은 사람이자 어느 누구에게도 적으로 인식되지 않는 인성이 제일 컸던 것 같음. 아직도 이니에스타에 근접한 선수를 찾지 못한 건 이런 성격의 선수를 쉽게 찾을 수 없으니 그런 게 크겠죠. 뭐 옛날만큼 축구를 많이 안 보니 더 눈에 안 들어오는 걸 수도 있겠지만요.
 
 
 
 
 
아마 챠비가 바르셀로나에 이렇게 일찍 와서 낭비되지 않았다면 그의 감독직 도전을 응원해 주겠지만 결국 팀에 대한 애정으로 자신보단 팀을 우선시해서 와서 본인의 부족함을 여실히 드러내며 실패한 챠비를 보고 난 후라 그런지 사실 감독하는 건 아직도 내키지 않음. 여전히 안 했으면 하는 쪽임.





바르셀로나의 사이클이 안정적이라면 천천히 올 기회를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항상 의장들은 팬들이 경기장에 올 수밖에 없게 도박 수들을 던져야 하는 입장이니까.
 
 
 
 
 
한 가지 희망적인 건 그래도 세 얼간이로 분류되는 세 명 중에서 가장 그릇은 크다 느낀 사람이긴 했음. 감독한다면 그래도 제일 잘할 것 같은 사람이기도 하고. 뭐 물론 모르는 일이겠죠.





챠비도 실패한다면 자기 고집부리다 실패할 줄 알았지. 쫄보짓 하고 감성팔이하고 자기 사람들 감싸는 헛짓거리 하다가 실패할 줄은 몰랐으니까. 그만큼 감독직, 코칭은 이론과 실전이 많이 다른 미지의 영역이기도 하다는 뜻임.
 
 
 
 
 
축구 보면서 선수로서 가장 완성형에 가까운 선수야 당연히 메시겠지만 사람으로서 가장 완성형에 가까웠다고 느낀 건 이니에스타였던 것 같음. 그게 블로그 주소로 삼은 이유였고 제일 좋아하는 선수가 된 이유였고.





말이야 안 했으면 한다 하지만 막상 감독한다 하면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그의 팀의 경기를 보고 있을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