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Writing

놀라우면서도 역시 싶기도 하고

다스다스 2024. 11. 22. 06:26

 
 
 
 
복합적인 감정이 들긴 하네요. 펩 얘기임.





사실 바르셀로나 떠날 때랑 비슷한 느낌이 들었던 건 여러 차례 밝혀왔듯이 스쿼드가 계속 유지되는 와중에 누군가가 나가지 않으면 아무도 안 들어오거나 꼬맹이들이나 데려와서 담금질해야 하는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펩이 이 선수들에게 더 이상 줄 수 있는 게 없지 않을까란 생각이 자주 들었었음.





실제로 몇몇 선수들은 해마다 성장하는 게 보이지만 얘는 이 이상은 안 될 것 같은데? 싶은 선수들도 적은 편은 아니었고. 이제 서서히 하락을 팬들도 인정해야 할 시기가 이미 왔거나 오고 있는 선수들도 몇 명 보이고.
 
 
 
 
 
그럼에도 항상 바르셀로나랑 시티는 다르다는 얘기를 덧붙였던 건 바르셀로나는 정치인들이 자리를 먹는 클럽이기 때문에 감독이 분명히 건들 수 없는 영역과 선수들이 있었음. 반대로 감독이 건들지 말라 해도 보드진이 거슬려 하는 선수면 건드리는 경우도 있었구요.
 
 
 
 
 
펩 때는 알베스, 치그린스키, 비야, 세스크가 대표적이죠. 알베스는 재계약 잡음이 로셀 때부터 나왔고. 치그린스키는 라포르타가 비야 지른다고 장부를 빵꾸 내놓고 튀는 바람에 로셀이 돈이 필요하다 팔아버렸고.





비야도 클월에서 장기 부상 당하자마자 이런 생리를 잘 아는 기자들이 부상의 정도는 어떤가요? 가 아니라 대체자는 누굽니까? 란 질문을 했을 정도. 펩이 이때 화냈었죠. 전 세스크도 장담하는데 펩이 남았으면 100% 방출 대상이었을 거라 생각함. 근데 로셀은 안 들어줬겠죠. 자기 입지는 탄탄한 와중이었고 네이마르까지 곧 올 건데 자기 지지율을 끌어올려준 선수를 보낸다? 있을 수 없는 일임.
 
 
 
 
 
시티는 이런 건 없으니까요. 그러니 바르셀로나 때의 모습들을 얘기하면서도 똑같이 그럴 거다란 얘기는 하지 않았던 거임.
 
 
 
 
 
제 개인적으론 펩이 바르셀로나 떠날 때 바르셀로나와는 다른 환경을 겪어보고 싶다는 그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있거든요. 선수 시절에도 그래서 바르셀로나와는 아예 정반대의 환경을 찾아 세리에로 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감독으로도 그래서 당시 바르셀로나와는 가장 정반대에 있던 뮌헨을 선택했던 거라고 보구요. 당시 뮌헨보다 펩을 더 원했던 건 의외로 첼시였음. 펩을 선임 못하니 당시 펩 따라쟁이로 엄청 뜨던 보아스 데려온 건데 그 보아스가 어설픈 따라쟁이에 이론으로만 똘똘 뭉친 이론가라 폭망 했고 이후 펩이 떠난다고 하니 로만이 엄청 구애를 했다 하죠.
 
 
 
 
 
근데 이 얘기 외에도 자신은 선수들에게 더 이상 줄 게 없고 다음 감독은 누가 되든 자신이 줄 수 없는 것들을 줄 사람일 거라고 얘기했었죠. 그리고 감독직이 즐겁지가 않다고 덧붙였구요. 시티에서도 뭔가 그 시기가 온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음.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게다가 트로피로 자신의 잔류 여부를 결정지었던 적은 없는 사람이니까. 물론 클럽이야 그런 걸로 판단하겠지만요.
 
 
 
 
 
그리고 사이클이 기로에 서있다 느껴질 때 그걸 뒤집는 건 후임 감독의 몫이지. 떠나는 감독이 판단할 문제는 아니니까. 펩이 프리시즌 프레젠테이션에서 호나우딩요, 데코, 에투는 내 계획에 없다 한 거나 펩의 후임 감독이었던 티토가 바르셀로나의 사이클은 끝났다 판단해서 코칭스태프들 다 엎었던 거처럼.
 
 
 
 
 
그냥 단순한 하나의 표현일 수도 있고 제가 과한 의미 부여를 하는 걸수도 있겠지만 시티에 온 이후론 즐겁다, 행복하다란 표현을 펩이 참 자주 쓰는 것 같음. 이번 재계약 소감에도 이런 표현들이 있더군요.





계속 얘기해 오지만 펩 본인이 느끼기에도 여기만큼 자신에게 맞는 환경을 갖춘 클럽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생각한다 느낍니다. 뭐 펩이 선수 시절부터 다양하게 여기저기 다녀본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바르셀로나만 겪어온 사람은 아니니까 표본이 마냥 적다고 하기도 그렇구요.
 
 
 
 
 
선수 시절에는 항상 뭔가를 찾아다니는 사람이었다 생각하고 감독이 되고 나선 반대로 항상 무언가에 쫓기는 느낌이 강했는데 시티에선 그럼에도 남아야 하는 이유들과 그로 인해 생기는 동기 부여, 즐거움 등이 있는 거겠죠.
 
 
 
 
 
뭐 시티 팬분들이나 조금 더 떨어져서 보는 저는 나중에야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앞서 말했듯 펩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을 거라 생각하구요. 그런 게 없었다면 전 이번엔 떠났을 거라 생각해요. 제가 봐온 펩이라면 100%는 아니더라도 한 7~80%는 그럴 거다란 생각이 들 정도로...
 
 
 
 
 
겸손을 최상의 가치 중 하나로 여기고 원칙주의와 이젠 조금 덜해졌지만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이 그냥 시티가 본인이랑 함께 하고 싶으니까 좋은 게 좋은 거다 하고 할 사람은 아님.





그런 거였음 진작에 로셀이 백지 수표 들이밀고 6년 계약 던졌을 때 냉큼 먹었겠죠. 아무리 못해도 티토나 타타만큼 못할 일이 없었을 거고 카탈루냐 언론들도 더 이상 시비 안 터는 위치까지 갔었는데. 펩은 항상 본인을 대중의 평가보다 낮게 보는 사람임. 그러니 동기 부여를 중요시하는 거고.
 
 
 
 
 
아직도 감독직을 뭐 70을 바라보는 비엘사처럼 오래 할 거란 생각은 안 하고 (이 양반도 옛날 같지가 않던데) 에스티아르테가 펩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칠 거라 생각하는데 뮌헨에서도 뭔가 항상 자신이 원하는 데로 되지 않으면 스스로를 더 질책하고 액션이 과해지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어딜 가도 저 사람은 저러겠구나 싶었고 시티에서도 초중반까진 그랬다 생각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게 거의 없어진 거 보면 본인이 찾던 무언가를 찾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긴 하네요.
 
 
 
 
 
평생 그 무언가를 못 찾고 팀마다 한계치까지 달리고 건강은 건강대로 다 상하고 감독직 금방 때려칠 거라 생각했는데 시티에서 10년을 넘길 거라니. 펩 팬으로서도 기쁜 부분입니다. 노화 속도도 시티 와선 많이 느려진 거 같구요. 바르셀로나 4년, 뮌헨 3년 하면서 늙을 게 다 늙은 걸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정이라고 표현하던데 조금은 더 즐길 날이 늘어난 거일지 아니면 다른 게 될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