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얘기하지만
포리바렌테 (멀티 플레이어) 는 얼마나 많은 포지션을 소화하냐가 아니라 위치에 따른 역할 변화를 얼마나 유연하게 소화할 수 있냐임. 그게 가치 판단의 시발점이자 어쩌면 전부.
뭐 좌우가 다 된다. 윙도 되고 윙포워드도 된다. 풀백도 되고 센터백도 된다. 윙어도 되고 풀백도 된다. 등등 이런 헛소리가 아니라 감독이 다양한 위치에서 여러 가지 동선과 역할 등을 요구할 때 얼마나 빠르게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플레이로 이어갈 수 있냐라는 거죠.
어느 위치를 가든 어떤 동선을 잡아주든 플레이 자체가 똑같은 선수는 포리바렌테로서 실격임. 그리고 이런 선수는 이렇게 불러도 안 된다 보구요. 그냥 위치만 바뀌었을 뿐. 하는 게 변한 게 아니니까.
사실 이런 선수는 읽히는 순간 할 줄 아는 게 그거밖에 없다는 게 더 적나라하게 뽀록나니 쓰임새가 더더욱 없어지죠. 자연스레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거란 소리임.
그래서 어느 감독이든 할 줄 아는 건 적고 가짓수를 늘리는 건 무리수일 것 같다 느껴지는 선수들은 굳이 기용 방식을 다양하게 가져가지 않는 거임. 차라리 고정시켜 두고 원 패턴으로 확실하게 쓰임새를 굳히는 게 나은 거죠.
이런 건 선수의 멘탈리티 여부도 꽤 크게 작용할 거고. 하나만 잘하는데 그걸 자꾸 이상하게 쓰려하거나 너무 노골적으로 공략당하면 자신감부터 박살 나고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 영향이 가니까.
이런 점에서 선수가 포리바렌테 성향이 강하다는 건 그만큼 헌신적이다란 뜻도 되고 본인이 빛나지 않아도 된다는 희생 정신이 투철하다는 뜻도 되는 거죠. 종종 이런 류의 선수들을 동료들이 이런 쪽으로 매우 극찬하는 게 이런 거라고 보시면 될 듯함.
어설픈 포리바렌테는 사실 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음. 그리고 철저한 포지션 관점이나 좋은 선수들을 모아놓으면 알아서 잘할 거란 판단에 선수를 영입하면 교통 정리도 잘 되지 않구요.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것 중 하나도 남 주기는 아까워서 억지로 잡아놓겠다고 다른 포지션에 기용해 일시적으로 불만을 잠재우는 건데 그게 길어지면 팀은 어느새 구멍 나있음.
크루이프가 브라질리언을 싫어했던 건 자기 관리에서 뒤가 없는 애들이 너무 많은 것도 컸지만 축구를 이미 본인 위주로 뛰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로 프로 레벨은 물론이고 최상위권에 오는 선수들이 너무 많은 것도 컸다 봅니다. 그런 애들은 어느 감독도 고칠 수가 없음.
크루이프가 조언자 포지션으로 빠진 후 칭찬한 유일한 브라질리언 선수가 무링요 밑에서 팀플레이어로 고쳐진 데코였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
그래서 요즘 완전 꼬맹이 때 빨리 데려와서 이상한 습관 안 생기게 가르치고 그게 안 되면 잘 가르치는 데서 탈탈 털어오는 게 흐름인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