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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화는

다스다스 2025. 6. 3. 07:42






아무나,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님. 모든 선수들의 종착지도 아니고 중앙화를 위한 어떤 플레이 스타일이 명확하게 정해진 것도 아님. 제로톱, 펄스 나인이라 불리는 현대의 넘버 나인 중 하나 역시 수비적인 방향성과 상대의 대응책 등에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이자 기용 방식이지. 어떤 고정적인 것이나 어떤 선수여야 하고 이런 것들이 아님.





메시의 전성기가 중앙화로 인해 완성됐고 네이마르가 중앙화에 대한 욕심으로 파리 행을 선택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중앙화는 곧 전성기 구간에 돌입하는 하나의 단계라 보지만 저어어어언혀 아님. 선수가 건강하게 뛸 수 있는 하나의 방법론 역시 일부 선수들에게나 적용되는 얘기.





당시 메시 중앙화 아이디어가 기가 막히게 적중한 건 펩의 철저하면서도 완벽한 분석이고 그렇기에 사키가 처음으로 자신이 이끌던 팀보다 위라며 펩을 극찬한 거임.





메시 역시 그에 맞춰 효율적으로 변해가며 더 건강하게 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를 이뤄낸 거죠.





반대로 이게 아르헨티나 국대에선 몇 년 간 메시는 물론이고 아르헨티나 감독들의 고민거리로 남았음. 아르헨티나엔 메시와 상호 작용을 하고 그를 보조해 줄 보조자가 단 한 명도 없던 팀이었으니. 유독 패스 타이밍에서 가능성이 보이던 선수들이나 직선적인 선수들 아니면 체력이 뛰어난데 여백이 남아있는 선수들을 테스트한 가장 큰 원인.





펩 부임 시즌 바르셀로나의 첫 상승세는 4-4-2 변형인데 당시 메시는 레이카르트 시절 90분 내내 오른쪽에서 스타트를 끊으며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기만 하는 전형적인 윙포워드, 반대발 포워드의 역할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함.





10백은 유행하기 직전이었고 (정말 드물게 나왔음) 수비적인 방향성이 대부분 미드필드 싸움은 하되 하프 라인 아래에서 대응하는 식의 대응책이 많았기에 메시와 에투가 미드필드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앙리는 왼쪽에서 사선을 파며 일시적으로 앙리와 에투 (또는 메시) 가 좌우에서 투톱을 이루며 박스 공략을 하는 모습이 많았음.





재앙과도 같았던 리가 개막전 누만시아 전도 메시는 가능하면 중앙에 머물렀는데 당시 선수들이 전술전략에 대한 이해가 딸렸던 게 패배 요인.





이게 가능했던 건 뒤에서 모든 시야를 담아두며 빈 공간을 포착하고 들어가는 선수들을 보며 적절한 패스 타이밍을 캐치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던 마르케즈, 챠비 (+ 깨달음을 얻은 피케) 의 존재가 컸음. 당시 리가 팀들은 공격적인 방향성을 추구하는 팀들이 워낙 많았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눈에 익기 시작했죠.





펩은 이제 상대 팀들이 당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챠비의 유도를 들고 나옴. 챠비가 완전히 최후방으로 빠져 유도하면 공간이 나면서 최소 사지선다가 나왔음.





- 오른쪽 루트에서 기다리고 있다 패스를 받은 알베스가 메시 근처나 박스 근처나 가능하면 안까지 전진.

- 왼쪽 루트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니에스타 또는 앙리가 패스를 받아 박스 근처까지 전진.

- 챠비 근처에서 패스 루트가 되어주던 뚜레나 푸욜, 피케, 마르케즈 등이 받아 후방에서 갑자기 직선으로 확 치고 올라가거나 롱패스를 갈겨 상대 진영을 깨버림.

- 챠비의 패스 타이밍에 맞춰 진영을 깨고 오른쪽에서 튀어나온 메시가 받아 전진.





문제는 이제 상대 팀들이 챠비가 최후방에 빠지는 걸 따라가지 않기 시작함. 맨투맨이 사장된 시기기도 했고. (90년대 비엘사의 혁명 이후 서서히 줄어듬) 따라나가면 안 된다는 게 상대 팀들에게 기본 베이스로 깔리고 반대로 대응책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죠.





상대가 혼란 속에 빠지는 게 아니라 역으로 승부수를 두기도 하고 메시가 다시금 오른쪽에서 스타트를 끊는 빈도 수가 높아지기 시작한 게 완전한 중앙화의 시발점임. (메시가 부상에 다시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니)





결국 메시를 아예 중앙에다 옮겨두고 위치 변화를 가져가기 시작했는데 상대 선수들이 여기서 헤매기 시작하고 챠비와 메시의 간격이 기존에 비해 훨씬 더 가까워지니 시너지가 폭발하기 시작함.





즐라탄을 원한 건 토탈 풋볼의 이상론인 장신 포워드로 4-3-3 을 구현하기 위함이 아니라 메시와는 다른 옵션들을 갖고 중앙을 나눠 쓸 수 있으면서 메시와 반대되는 위치에서도 힘을 내고 동료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유형의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음.





역시 인테르와의 조별 예선 1차전에서 동선이 겹치고 '메시는 대체 왜 중앙에만 있을까요?' 란 의문점이 당시 이론가, 평론가, 팬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 그게 쌓이고 쌓이면서 결국 즐라탄은 바르셀로나가 생각하던 그런 선수가 아니었다란 결론을 내고 메시의 완전한 중앙화 작업이 이뤄짐.





- 챠비와 메시의 간격을 줄이는 게 가장 효과적인 게 증명됐으니 이를 위해 올라가고 공격하는데만 집중하던 뚜레가 아닌 부스케츠를 기용해 챠비의 평균적인 위치를 올리면서 평균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 이니에스타가 고장나버려 좌우 밸런스가 붕괴돼버리니 막스웰을 최대한 전진시키고 (좌우 동선의 균형이라도 맞추기 위해) 케이타에게 수비 부담을 최대한으로 줘서 역할 분담을 시켜버리고.

- 페드로가 좌우를 다 쑤시고 다니면서 메시가 중앙에 있는 효과를 쓰기 시작함.





메시가 온전히 중앙 공간을 쓰기 시작하니 그냥 서있는 거 자체로 상대가 다지선다에 걸리기 시작한 거임.





- 메시를 막으면 좌우 공간이 다 열리고

- 안 막으면 뚫어서 넣어버리고

- 이러다 먹히기 시작하면 따라가야 하고 앞으로 나와야 하니 다시 저 순환에 빠져버리고

- 볼 소유권을 찾아와 기회를 나눠 먹거나 제한하려 하면 좌우 풀백까지 더 올라오고 센터백까지 전진해 10명이 소유에 참여하니 손을 쓸 수가 없어짐.





이게 완성에 가까워진 게 10-11 전반기인 거임.


(옛날 자료 1. 10-11 전반기 엘 클라시코. 카르발료가 따라나오니 최후방 간격이 순식간에 다 박살남. 이러면 좌우 공간을 다른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파면 메시가 이를 활용하는 거임)


(옛날 자료 2. 10-11 전반기 엘 클라시코. 안 따라가면 메시는 프리롤로 동료들과의 간격을 유지하고 좁히면서 마드리드 선수들을 혼란에 빠뜨림)






그래서 이런 메시를 잡기 위해 나오기 시작한 게 맨투맨을 섞는 거임. 메시는 누군가가 반드시 따라다니되 공간을 주면 안 되니 나머진 지역 방어로 대응한 거죠. 이것도 잘 안 먹히니 한 명은 무조건 붙고 나머지는 메시가 전진할만한 길목에서 미리 대기를 타고 그냥 갖다 박는 거였구요.


(그래서 측면이 약점으로 지목되고 실제로 약해지던 바르셀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이게 유행하기 시작했던 거임. 한 명은 반드시 붙고 나머진 메시가 갈만한 경로와 중앙 공간을 다 틀어막는 거임. 그렇게 버려두고 무시하던 아비달이 골을 넣었던 경기)






펩은 메시 중앙화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08-09 후반기부터 원한 것들이 너무 명확했음.





앙리가 죽어가니 중앙 진입이 자연스러운 좌측면 포워드가 필요했고. (벤제마, 리베리, 비야)



아비달이 올라가는 타이밍은 물론이고 공격적으로 떨어지니 알베스의 반의 반이라도 해줄 공격적인 자원이 필요했고. (지르코프, 막스웰, 베일)



이니에스타의 건강이 항상 시즌의 성공을 가르는 열쇠 중 하나였으니 그 부분을 대체할 포워드나 미드필드가 필요했고. (흘렙, 마타, 벤제마, 리베리, 비야, 티아고)



동시에 메시가 쉴 때 이니에스타와 공존이 가능한 자원도 필요했고. (즐라탄, 흘렙, 마타)



또 대체할 수 없는 요소였던 챠비의 패스 타이밍을 때론 공유하고 대체할 선수도 필요했음. (세스크, 모드리치, 티아고)



마지막으로 읽힐 것을 감안하고 미드필드스러운 면모를 갖춘 센터백이나 센터백의 역할이 가능한 미드필드가 최후방에 자리 잡는 걸 원했음. (마르케즈, 피케, 치그린스키, 말 잘 듣는 뚜레, 부스케츠)





단순히 메시를 중앙에 갖다 놓고 끼워 맞춘 거 같지만 펩은 메시가 중앙으로 감으로서 얻는 효과들은 물론이고 선수들끼리 어떻게 상호 작용해야 최대의 효율이 나올지까지 다 고민하던 사람임.





그리고 그걸 필드 위에서 거의 완벽에 가깝게 구현해 낸 거고. 그래서 더더욱 원칙적이고 선수들과 선을 긋고 지낸 것이기도 함.





메시가 할 줄 아는 게 많으니 중앙에 두면 그 자체로 많은 것이 해결되지만 동시에 효율성을 챙기지 못하면 부상에서 자유로울 순 없는 건 비슷했음. 그걸 보여준 게 티토고. 대책도 없이 측면으로 빼버리거나 동선을 길게 만들어 메시를 더 사지로 내몬 게 각각 타타와 세티엔인 거임.





측면에서 뛰던 메시는 슬라이딩이나 타이밍 맞춰 갖다 박기로 담그기가 가능했고 타율이 좋았으니 (그래서 꼬맹이 때 몇 번 부상 당하니 스스로 깨닫고 오른발 쓰는 걸 연습한 거임. 14-15 와 여고생 메시 시절의 가장 큰 차이) 그걸 막기 위해 동선 조정을 했더니 후안데 라모스랑 포체티노가 뒤꿈치랑 허벅지나 다리 까기, 발 밟기를 들고 나와 메시 담그기의 신세계를 열어버린 거.





그마저도 안 먹히니 다리 깊게 넣기를 했는데 메시한텐 안 먹혔는데 다른 애들한텐 잘 먹힌 거고. 그게 지금 유행처럼 돼서 피로도 쌓인 선수들을 한 방에 가게 만들기도 하는 거고.





메시 중앙화는 단순히 식단 관리와 동선 조정으로 이뤄진 게 아님. 수 차례의 시행착오와 조화로움 등이 이뤄져 만들어진 결과물이죠.





물론 어떤 한 선수가 있을 때 재능의 크기가 매우 크고 요즘 같이 일정이 너무 빡빡해 건강과 효율성을 챙겨야 하면 한 번쯤 고민해볼 순 있겠지만 그게 무조건 종착지이자 거쳐가야 하는 단계는 아님.





읽히면 읽힐수록 난이도는 올라가고 요구하는 것들 역시 많아지기 때문. 그만큼 훅 가버릴 수도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는 사실.





실력 역시 중앙화를 이뤄냈냐 그렇지 못했냐가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음. 아주 극소수의 케이스에서 그럴 수 있겠지만 그건 그만큼 드물다는 소리임. 무엇보다 전술전략은 선수 하나로 이뤄지는 게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