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Writing

자주 얘기했던 부분인데

다스다스 2025. 8. 30. 13:39





감독 챠비를 비판했던 건 큰 틀에선 2가지임. 조금만 본인 잘못으로 쏠릴 것 같으면 튀어나오던 쫄보짓과 디테일이 떨어지는 게 모든 면에서 드러나면서 선수 시절 단호하게 주장하던 자신의 축구 철학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





사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인데 토탈 풋볼의 이상론은 상대가 뭘 하든 신경 쓰지 않는 게 맞음. 절대 반박할 수 없는 부분인데 왜 그러냐면 어차피 상대를 방어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상대가 택할 수 있는 대응책은 그렇게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





그래서 장점 살리기를 잘해야 한다고 늘 주장하는 거임. 그걸 상대가 과도하게 의식해 방어적으로 만들 수 있으면 그다음부턴 그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리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





안 된다면 어차피 할 줄 아는 게 하나인 애들이 대부분인 스쿼드를 가지고 공격적인 방향성을 추구하면서 그 안에서 절충해야 하는 거임.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펩의 성공 이후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트렌드는 '박스 근처까지는 일단 빨리 가자' 가 된 거고 이게 잘 되지 않을 때 중요한 게 볼 소유니 지배와 점유에 집착하는 짝퉁들이 많아진 거임. 볼을 소유함으로서 자연스레 양상이 본인들이 원하는 쪽으로 올 거라는 전제였던 거죠.





유독 네덜란드와 스페인에서 이런 특징이 드러나는 감독들이 많이 나오는 것도 7-80년대 이후 토탈 풋볼의 철학이 가장 보편적으로 퍼진 나라들이라 그런 거죠. (리가는 원래 과도하게 공격적인 방향성이 강해 그게 문제가 되던 리그)





이것에 대응하기 위해 빠르고 강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일시적으로 유행을 탔지만 결국 자리 잡은 건 사이사이 오버 페이스를 해 이득을 취하고 박스 안, 근처 공간을 최대한 주지 말자가 된 거고 끌려다니지 말자가 된 거죠.





여기서 토탈 풋볼의 영향력을 받은 감독들은 일부러 뒷공간을 더 열어둔 채로 상대를 끌어들이기 시작한 거임. '공간을 안 주겠다고? 그럼 내가 너네 공격하기 아주 좋은 정도로 줄 테니까 일단 나와봐' 라고 한 거죠.





펩이 바르셀로나에서의 4년 동안 팀의 평균 위치를 끌어올리고 더 점유와 지배를 강조하면서 수비수를 줄여나간 가장 큰 이유고 뮌헨에서 수비 훈련을 그렇게 한 이유고 시티에서 수비수들만 주구장창 찾아다녔던 이유임. 그래도 답이 안 나오니 변화를 준 게 트레블 시즌 중반인 거고.





문제는 이 마저도 상대적 약팀들이 대응하지 않고 내려앉거나 특정 지점에서만 대응하니 대부분의 감독들은 트렌드에 뒤쳐지기 시작한 거죠. 어떻게 상대를 나오게 할 거고 그게 읽히면 그다음이나 변형을 어떻게 줄 것인가? 에 대한 고민과 흔적이 일부 감독들과 새로운 트렌드를 연구하던 이론가들을 제외하곤 거의 없었음.





결국 챠비는 이 부분에서 트렌드는 커녕 수준 자체가 너무 떨어져 있던 카타르 리그를 겪은 게 너무 컸음. 여긴 10년대 초반의 트렌드도 혁명 수준이라 여겨질 정도의 리그 (우리나라가 벤투 보고 놀란 것만 봐도 뭐...) 였으니까. 그래서 안 풀리면 안 풀릴수록 본인과 일부분 닮아있던 선수들이나 더 빠른 패싱, 더 뛰어난 개인 기술로 대응하려 한 거죠.





챠비 올 때부터 유럽에서 코칭을 겪고 오거나 최소 빅 리그들 중하위권 감독 정도는 겪고 오는 게 좋지 않나란 의견을 계속 냈던 건 상대적으로 더 다양한 대응 방식과 현실을 느끼고 깨닫기엔 그만한 게 없었기 때문.





결국엔 바르셀로나 감독에 도전할 사람이 카타르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지도자로서 준비할 수 있는 것 역시 매우 제한적이었을 거라 생각하구요. 그나마 기대했던 건 선수들을 가르치고 이해시키는 영역이었는데 이 부분은 더더욱 처참했음.





더 떨어지는 선수들로도 자신의 축구 철학을 확고하게 보여주지 못했는데 그보다 훨씬 위의 선수들을 이해시키는 건 더더욱 역부족이었을 터. 이 역시 이미 완성된 선수들, 비슷한 환경을 겪어본 선수들만 원한 이유 중 하나였을 거임. 자신이 덜 가르쳐도, 제대로 얘기를 못해도 알아들을 선수들이 필요했단 뜻이죠.





게다가 바르셀로나는 어떻게든 절충해야 하는 클럽이기에 사실 초짜 감독이나 외부 인사들이 오기 더더욱 적합하지 않음. 이 방향성과 철학, 관념 등에 대한 절충을 못하면 애초에 올 수가 없음.





정치인들과 정신 나간 지역 언론들, 다양한 병에 걸린 사람들을 상대로 본인의 입지를 지키고 팬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맞서 싸울 유일한 수단을 잃어버리는 게 되기 때문.





루쵸의 유통 기한은 딱 1년이었고. 반 할도 1년이었고. 크루이프도 2년도 못 갔음. 레이카르트도 딱 1년이었음. 펩만 4년 동안 부임 초창기 1-2개월을 빼고 지역 언론들한테 욕을 한 번도 안 먹고 보드진하고 기싸움해도 문제가 없던 거임.




결국 3-4개월 안에 읽힐만한 축구들만 카드 돌려 막기 하듯이 하면서 장기적인 틀을 만들어 내지 못하니 매 시즌 비슷한 전력의 팀들이나 상대적 강팀을 만나거나 후반기 가면 팀이 어지러워지고 한계가 왔던 거죠. 그리고 정작 중요할 때마다 쫄보짓을 하게 된 거임. 이기지도 못하면 어떻게 될지 뻔하니까.





리가 경쟁력을 챠비 시절부터 문제 삼았는데 이런 식으로 해도 이기고 타이틀 경쟁에서 큰 차이로 멀어지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 정도의 리그니 현실을 깨닫기가 어려웠음.





지더라도 팀이 뭔가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보여서 지는 경기는 드물었죠. 게다가 이런 경기들이 나와도 모른 척 넘어가도 우승 경쟁에선 절대 멀어지지 않았음.





어떻게 이기고 어떻게 지냐가 사실 팀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하는 것들 중 하나인데 리가는 그런 면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고 이건 플릭의 바르셀로나에서도 (마드리드나 아틀레티코도 마찬가지)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임.





이런 챠비의 부족함과 떨어지는 현실 감각을 메워주고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던 카드는 경험치가 많이 쌓인 코칭스태프였는데 여기도 죄다 초짜들이어서 점점 구멍이 커졌음.





초반부터 치고 나가던 첫 풀 타임 시즌 전반기에 이미 글렀다고 지적했었는데 피지컬 트레이너는 빅 클럽 경험이 아예 없어서 선수들의 부상에 대한 대응 (의료진이 그린 라이트를 줘도 막상 뛰면 컨디션이 엉망이었고) 과 3일 간격에 대한 준비성 (90분 일관성이 떨어져 조금만 치는 팀 만나면 자꾸 45분 쇼부를 노렸음) 이 너무 떨어졌고.





나머지 코치들은 챠비와 반대되는 의견을 하나도 내지 않아 문제점들이 개선되는 게 아니라 역으로 먹히지도 않는 걸 꾸역꾸역 계속하는 모습들이 필드 위에서 이른 시간에 보였다는 거였음.




나중에 밝혀진 일화로도 알 수 있듯이 피지컬 트레이너가 플랜이 빠그러졌을 때 의료진과 연계해 문제들을 잘 해결하지 못하니 챠비가 본인 선수 시절 경험에 의거해 훈련 강도를 낮추고 휴식을 무차별적으로 늘리는 식으로 대응했음.





사실 이건 펩이 이미 선수들의 감각과 리듬이 다 올라와 3일 간격에 최선의 컨디션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식이었지. 아무 때나 쓰던 방식이 아님.





레이카르트 역시 에고가 심한 선수들을 과도하게 통제하는 것보단 스스로 최소치는 할 거라 생각하고 터치를 하지 않았던 거고 이것에 대한 방지책으로 선수들의 자존심을 긁곤 했음. (너 쟤 뚫을 수 있어? 너 쟤 막을 수 있어? 나 굿캅 배드캅으로 말을 험하게 하고 엄한 성격이던 텐 카테 수석 코치를 쓴다거나)





감독 챠비의 문제점들은 크게 봤을 때 이 2가지였음. 세세한 부분들은 챠비의 바르셀로나를 다루면서 많이 다뤘으니 굳이 또 다룰 필요 없다 생각하고. 찾아보시는 게 오히려 더 도움 되실 거라 보기도 하구요.





뭐 챠비가 준비가 됐냐 안 됐냐를 떠나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대부분의 클럽들이 그를 찾지 않은 건 바르셀로나의 이질적인 면들이 오히려 역으로 챠비의 부족한 부분들을 막아줬다 보는 게 크지 않을까 싶음.




꼬맹이들을 잘 키워냈다기보단 애초에 가르치는 걸 못하니 짧게는 몇 년 길게는 꼬맹이 시절 내내 이미 반복 학습으로 때려 박힌 애들 중 그때그때 본인이 찾던 것들을 갖출 가능성이 있는 애들을 끌어올려 쓴 셈인데 이건 바르셀로나 출신이자 바르셀로나여서 가능했던 거지. 다른 팀이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임.





사실 감독 챠비를 원하지 않는 팀들이 마이너스 요소로 꽤 크게 볼만한 부분.





그나마 잘했던 건 그렇게 꼬맹이들을 내외적인 이유들로 어쩔 수 없이 써야 되는 과정 속에서 갈아 마시는 건 갈아 마시되 그들이 부담감에 짓눌려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했다는 거겠죠. 말장난 같아도 뭔가 다름.





야말도 한동안 교체로만 쓴 적이 있는데 그때도 굳이 억지로 꾸역꾸역 넣고 다급하게 플레이하게 만들면 안 된다 했는데 챠비가 그런 짓을 안 했죠. 대신 이런 부분들에서 베테랑 의존도가 심했음. 부스케츠나 마르코스 알론소나 귄도간이나 레반도프스키나..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본인보다 경험치가 떨어지는 사단이 같이 가게 되면 또 이럴 거라 생각하구요. 사실 사단 교체는 다양한 이유들로 반드시 했으면 하는 거임. 챠비 가족들도 멘탈이 강철이 아니라서 (챠비 와이프는 더더욱 챠비를 그렇게 빨리 만나고 결혼한 케이스가 아니라서 이런 경험들이 더 없을 거임) 형이 일하는 것도 오히려 좋은 점이 하나도 없어 보이고.





누가 잘려나가든 사실 챠비가 후보로 급부상한다면 그만큼 데려올 사람이 없다는 뜻이 되기도 하겠죠.





바르셀로나를 겪은 내부 인사들이나 점프를 심하게 해 버린 외부 인사들이 여기서 안 좋게 끝나면 커리어를 이어나가지 못하거나 망가지는 게 눈을 못 낮춰서도 있음. 챠비도 현재까진 이쪽에 더 가깝다 생각하구요. 말이 좋아 휴식이지. 아무도 자기 조건을 안 맞춰주는 거고 주제 파악이 안 되는 거죠.





제3자로 한 걸음 떨어져 트렌드 따라가고 공부하는 거랑 현장에서 계속 부딪히면서 경험치 쌓는 거랑 차원이 다름. 전자는 이미 많은 걸 경험해 본 사람들이나 하는 거죠.





반 할도 우주 명장 취급받다가 바르셀로나 1기 겪고 상또라이 + 괴장 등등의 이미지 생기면서 나락 간 거임. 타타도 그렇고. 발베르데도 여기서 쫄보 이미지 2년 동안 박히면서 결국 빅 클럽을 다시는 못 가게 됐고.





얼른 EPL 중하위권 자리 비면 적극적으로 어필해서 갔으면 좋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