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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누적

by 다스다스 2013. 2. 21.

 

누적이란 게 무서운 건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쌓이고 쌓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확 터진다는 것. 그리고 그게 터지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는 데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 한 마디로 체력 유지는 이전에 비해 짧아지는데, 회복 속도는 이전에 비해 더 느려진다는 거죠. 현재의 바르셀로나가 딱 이겁니다. 티토가 어느 정도 관리를 해줬다고 보는데도 이 정도면 누적된 게 상당한 거 같고, 다른 측면으로 보면 펩의 축구보다 티토의 축구가 일반적으로 요구하는 체력 수준이 더 높다고 볼 수도 있겠죠. 일정이 느슨해진다면 체력을 다시금 되돌려놓을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기에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기 힘든 것이구요.

 

위대한 팀들의 최대치가 일반적으로 3년이라고 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라고 보면 됩니다. 죽어라 보강하고, 가다듬고 해도 결국 한 시즌 성공 거두면 다음 시즌 100% 체력 문제를 겪게 되어있습니다. 체력이 문제라는 것은 곧 경기력이 문제라는 것이고, 경기력이 문제라는 것은 곧 성과가 기대 이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이런 면에서 4년 동안 쉴새없이 달려오면서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 해낸 펩은 정말 대단한 감독이라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정말 싫어하는 감독이지만 무링요가 전문가들에게 굉장히 높이 평가받는 것도 선수단 관리를 잘 해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요즘엔 하인케스와 클롭 또한 굉장히 대단해보이더군요.

 

티토는 이제 진정한 시험을 받을 시점에 왔습니다. 리그에서 지금까지 얼마나 잘해왔는 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2~3월에 있는 중요 경기들에서 개판치면 지금까지 열심히 벌어놓은 승점들도 결국 다 쓰잘데기 없습니다. 그 동안 해왔던 건 모두 현 시점부터 앞으로까지 잘해나가기 위한 발판이었다고 보기에 다가올 세비야 전부터 시작해서 엘 클라시코 2연전 그리고 밀란과의 2차전까지. 여기서 얼마나 조절을 잘 해내고, 잘 헤쳐나가느냐가 핵심이라 보고 여기에서의 결과에 따라 티토에 대한 평가도 갈릴 거고, 바르셀로나의 시즌 전체도 갈릴 겁니다. 잘 해낸다면 다시금 트레블이나 더블을 노려볼 수도 있겠고, 그렇지 않다면 리그 하나 간신히 챙기는 시즌이 될 수도 있겠죠. 어떻게 될 지 지켜보는 것도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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