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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장기적인 관점이란

by 다스다스 2018. 5. 29.


마드리드가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개편 이후 첫 3연패라는 대기록을 이룩해냈네요. 그 동안 갑자기 일이 바빠져서 혼자서 소식 읽고 생각을 정리하곤 했는데 오늘은 운 좋게도 야근이 없어서 그냥 잡소리 하나를 블로그에 옮겨봅니다.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에 대한 얘기.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잠깐 언급을 하자면 지금 이적 소식들은 깊게 바라볼만한 시점도 아니고 월드컵 전후에 집중적으로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요. 월드컵 전에 계약을 처리하려고 하거나 월드컵 이후로 미루거나. 둘 중 하나라는 걸 기본 전제로 한다면 지금 시점에 루머로서 진지하게 바라볼만한 건 별로 없다고 보는 바. 바르셀로나는 늘 6~7월부터 팬들이 공개적인 커뮤니티에서 미친 상상을 바탕으로 한 썰을 풀어내거나 기자들이 소스 하나 물어서 그게 찌라시든 아니든 던지는 순간 기사야 미친 듯이 나올 테니 벌써부터 이적 시장에 집중할 필요는 없단 소리.


본론으로 들어오자면 지단이라는 감독이 바르셀로나가 펩 과르디올라를 내세워서 내부 환경에 대한 이해도와 해당 클럽에서 가지고 있는 압도적인 아우라를 바탕으로 해서 성공을 거둔 것처럼 비슷한 행보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데 마드리드가 얼마나 장기적인 관점으로 잘 준비했는 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 지단이라는 감독입니다.


페레즈가 부임하기 전 칼데론 마지막 시즌에 레알 마드리드는 2년 연속 리가 우승을 차지했지만 카펠로나 슈스터나 딱히 만족할만한 감독이 아니었죠. 카펠로는 마드리드의 수비적인 자세를 강조하는 성향을 시즌을 거듭하면 할수록 더 드러내면서 2번의 리가 우승을 안겨줬음에도 2번 다 경질을 당하는 아이러니함을 겪었고 슈스터도 어부지리로 능력 이상의 성과를 낸 감독에 불과했습니다. 어차피 남은 시즌 땜빵치러 온 후안데 라모스는 언급할만한 꺼리도 없고.


페레즈는 부임 후 칼데론의 유산이라고 평가받던 것들을 정리함과 동시에 여러 가지 이유들을 바탕으로 코칭스태프들과 기타 분야에 있던 스태프들을 전면 교체하고 리가에 핫한 감독이었던 페예그리니를 내세우게 됩니다. 허나 페예그리니는 페레즈가 강조하는 대외경쟁력에선 상당히 떨어지는 감독이었어요. 지금으로 치면 바르셀로나의 첫 시즌 발베르데와 비슷하달까. 마드리드 감독치곤 스타성도 떨어지는 편이었고. 빅 클럽에 오면 가장 크게 겪는 기자들의 곤란한 질문에도 실수하는 적이 몇 번 있었구요. 발베르데보다 언론에 대한 대응은 좀 떨어지는 편이었던 것 같음.


그 후 선택한 감독이 무링요였는데 인테르에서 트레블을 이룩하고 거기서 만족했어도 아마 몇 년은 그 누구도 무링요의 입지를 건들 수 없었을텐데 자신을 거절한 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바르셀로나가 가장 싫어하는 팀으로 막고 싶어했던 그의 마음과 페레즈의 동기 부여는 정확하게 일치했죠. 이 때부터 페레즈는 장기적인 준비를 하기 시작하는데 그게 지단에게 무링요의 밑에서 모든 걸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거였습니다. 무링요 부임 전부터 페레즈가 가장 원하던 건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와 같은 환경을 갖춘 누군가의 레알 마드리드였죠. (무링요 경질 이후 미첼 루머가 쏟아져나오던 것만 봐도 팩트라는 걸 알 수 있음.) 안첼로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베니테즈만 중간다리 역할을 해준 것뿐.


지금 마드리드 축구를 보면 과거 무링요와 안첼로티가 선호하던 대형과 전술적인 기본 틀을 유지하고 있어요. 이 둘이 선호하던 건 기본적으로 미드필드를 마름모로 배치해 중앙에 힘을 주고 측면을 활용한다는 기조였는데 PSG를 거친 이후 기본 틀이 조금은 변한 안첼로티의 영향을 더 받은 영향인 지 (아무래도 가장 최근에 본인에게 가르침을 많이 준 감독일 테니) 4-3-1-2를 바탕으로 모든 선수들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측면의 극단적인 공격화를 시도했죠. 무링요가 이끌던 팀과 안첼로티가 이끌던 팀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이던 이슈가 지금 지단의 마드리드에게도 그대로 보이고 있어요.


공격형 미드필드가 주목을 받는다던가. 주 득점원에게 쏠리는 의존도나 그가 받는 스포트라이트.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드와 공격형 미드필드 자리에서 뛰는 선수들의 폼에 의해서 경기력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나.


차이점은 단단함을 강조하기 위해 선택했던 둘과는 다르게 지단은 그걸 조금 더 현대적으로 써보려고 했단 점?


어쨌든 지단은 페레즈가 처음으로 선택한 장기적인 관점의 굉장히 좋은 사례 중에 하나에요. 그렇기 때문에 좋은 선수를 사오는 것보다 좋은 감독을 마드리드에 앉히는 걸 더 중요시 여겼던 것이고 지단이 경험이 쌓이면 마드리드의 사이클은 분명히 상승세를 그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무리한 이적 정책을 포기한 거죠.


과거의 바르셀로나도 비슷합니다. 레이카르트는 그를 바르셀로나의 감독으로 추천했던 크루이프와 그의 의견에 동조하던 사키를 제외한 모두가 형편 없는 성적을 내온 감독이 바르셀로나에서 대체 뭘 할 수 있겠냐고 욕을 하던 감독이었지만 그는 사키와 크루이프가 강조하던 이론을 바르셀로나에 심은 감독 중 하나였고. 과르디올라는 B팀에서 한 시즌 잘한 게 A팀에서도 보장해주진 않을 거라고 차라리 이럴 거면 무링요라도 데려오자는 여론까지 있었던 감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르셀로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이 됐죠. 누만시아와의 개막전에서 패배하고 다음 라운드 라싱 전에서 비겼을 때 펩 과르디올라에 대한 비판 여론을 생각해본다면 바르셀로나가 얼마나 위기에서 내린 선택이 과감하고 용기있는 선택이었는 지 알 수 있습니다.


티토 빌라노바도 내부 환경에 대한 이해와 전술적, 이론적으로 높은 소양과 실전적으로 행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었고 루이스 엔리케도 로마에서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바르셀로나에서의 성공을 확신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었던 감독이었죠.


보드진에게 제일 아쉬운 건 에우제비오라는 B팀 감독이 실패한 이후 자연스레 B팀 감독의 중요성과 내부 환경을 이해하고 있는 감독에게 기회를 주는 (퍼스트 팀 부임만을 말하는 게 아님) 환경을 없애버린 거에요. 당장 발베르데가 나갔을 때 바르셀로나가 생각할만한 감독이 제 머릿 속으론 3명도 안 되거든요. 물론 이러한 준비가 늘 성공과 사이클의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환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바르셀로나가 내부 구조가 예전 마드리드스럽게 돌아가는 건 확실히 부정적인 요인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요.


바르셀로나가 다시 사이클의 상승을 가져오기 위해선


내부적인 구조를 고치고

장기적인 관점으로서 축구 내외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져야할 것이고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서 인색하지 말아야할 것이고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걸 다시 생각해봐야할 거에요.


마드리드의 성공은 단순히 좋은 선수들이 적당한 시기에 합쳐져서 이뤄진 성공이 아니라는 걸 생각해본다면 바르셀로나는 이니에스타가 떠나면서 준 또 다른 리빌딩의 기회를 잘 살려야 할 겁니다. 앞으로 몇 년 동안은 다른 의미로 바르셀로나를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를 보고 참 잘 배웠는데 바르셀로나는 앞으로 어떨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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