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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제로톱이 텐백을 못이긴다고??

by 다스다스 2019. 5. 22.


텐백 (공간을 주지 않으려는 수비적인 방향성의 축구들) 을 뚫기 위해 나온 게 제로톱인데 바르셀로나 팬들 중 대다수는 보면 분명 다른 문제로 인해 무너진 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음. 다른 팀 팬들도 이게 없는 건 아닌데 바르셀로나 팬들은 정말 심함. 메시가 타타 시즌에 그 전 시즌들에 보여주던 모습에 비해서 딸렸던 건 사실인데 그 이유 하나가 제로톱을 포기하게 만든 게 아닙니다. 애초에 제로톱의 등장은 상대 수비 대형을 깨지게 만들고 혼란을 주기 위해 나온 게 그 시작이고 누군가가 제로톱에 어울리냐 안 어울리냐 이런 게 아니라 그 전술/전략 자체가 누구를 막아야할 지 모르게 만들고 언제 어느 국면에서든 수적 우위를 아주 자연스럽게 가져가기 위해서 나온 거에요. 이게 근래에 팬이 많아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근래의 축구에 익숙해져서 그런 건지 정확하게 잘 모르겠는데 솔직히 굉장히 보기 안 좋음.







제로톱 할 때 대부분의 감독들이 강조하는 건 틀과 체력, 속도입니다. 빠른 공수 전환과 제로톱이라는 역할을 맡은 선수와 그 주변에서 움직이는 선수들의 포지셔닝과 적극적인 스위칭으로 인해 늘 대형이 깨지지 않고 수적 우위를 가져가기 위함이죠. 그래서 체력이 떨어지면 그만큼 좋은 선수단을 가지고 있어도 경기력이 떨어지기 마련이고. 펩이 바르셀로나의 감독일 때 측면 선수들이나 센터백들에게 제일 강조하던 게 발데스의 손이나 발을 보고 그의 패스 방향의 의도를 알아차리라는 것 (그만큼 먼저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수적 우위를 가져가는 포지셔닝을 강조했다는 뜻) 이었고 모두에게 늘 강조하던 건 90분 간의 집중력과 체력 그리고 측면에 대한 방향성이었음. 이런 세세한 부분을 주문하는 펩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필드 위에서 실전적으로 이해를 못하는 선수들은 당연히 적응을 못했던 거고. 결국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측면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경기력의 기복의 폭이 커지거나 분명 지거나 비길 경기가 아닌데도 그런 경기들이 늘어났던 거고.



모든 선수들에게 저 세 가지를 지나칠 정도로 강조하고 따로 피지컬 트레이닝까지 시도한 가장 큰 이유는? 협력 수비를 펼치는데 그걸 측면으로 몰아버리면 (몇 명이 막아야할 지 모르는 중앙보다 측면으로 몰면 스로인을 유도하거나 2~3명으로 끊을 수 있으니까) 불확실한 볼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그 와중에도 선수들 간의 간격과 대형이 깨지지 않으면 그 넘어가는 볼이 떨어지는 곳에서 공중볼 경합을 지더라도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뛰어가서 볼을 탈환해서 상대 박스까지 달리라는 것. 왜 전문가들이, 특히 아리고 사키가 펩 바르셀로나는 카운터가 좋은 팀이라고 했을까에 대한 아주 간단한 답변.




그래서 무링요는 마드리드에서의 첫 시즌에 당한 걸 두 번째 시즌에는 제대로 공략해서 더 나아진 경기력과 결과물을 들고 나왔죠. 물론 그래도 밀리긴 했지만 과정 자체가 달라졌다는 게 컸습니다. 첫 시즌 첫 엘 클라시코에서 온 더 볼 선수들만 보다가 저런 디테일함과 측면의 중요성을 다 놓쳐서 박살나더니 그 시즌 후반기에 바르셀로나의 체력이 떨어졌다는 걸 간파하고 의도적으로 볼의 흐름을 측면으로 몰고 볼을 U자로 돌아가게 유도해서 체력적 우위를 노렸다면 두 번째 시즌엔 경기 초반부터 발데스의 손, 발을 같이 보고 그의 패스 방향 (추가로 피케와 아비달, 푸욜이 뛰던 센터백들까지) 을 의도적으로 몰아서 공략했음.



현대 축구는 늘 말씀드린 것처럼 누가 더 팀으로서의 유기적인 구조와 체력 리듬을 90분 내내 동일하게 또는 일정 시간 동안 순간적으로 오버 페이스를 해도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게 조절해낼 수 있느냐의 싸움임과 동시에 시간과 공간에 대한 싸움입니다. 물론 깊게 들어가면 더 있겠지만 대략적으로 정의하면 요런 느낌이란 거죠. 그리고 제로톱은 이렇게 유기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가장 하기 힘든 축구일 수밖에 없구요. 결국 지난 몇 년 간 바르셀로나는 공수 양면에서 팀적인 면이 떨어지는 게 제일 크다는 소리입니다. 




올 시즌도 제가 분명 결과적으로는 이겼고 100%는 아니더라도 절반 정도는 만족할만한 경기들이 있었음에도 그 경기들에 관한 리뷰들을 쓰면서 늘 부정적으로 얘기하면서 절대 빼먹지 않았던 소리가 ‘바르셀로나는 공수 양면에서 특정 선수들의 개인 능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고 그들의 컨디션이 경기 결과를 결정짓고 있는 것뿐. 한계가 명확하다.’ 이거였습니다.



장담하는데 모든 팀들이 이번 시즌 세비야와의 후반기 리가 경기를 보고 바르셀로나는 메시만 어떻게하거나 그의 컨디션이 떨어지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팀이다라고 확신했을 거임. 긴가민가하다가 확신을 심어준 경기가 이 경기였다고 봅니다. 후반전에 메시가 멱살 잡고 끌어올린 경기였지만 전반전에 너무 끔찍한 수준으로 바르셀로나의 문제점들이 드러난 경기였거든요. 제가 만약에 상대 팀 전력분석관이었으면 그 경기만 최소 세 번은 돌려보면서 공략법을 연구했을 거임. 어떻게 끌고 가면 바르셀로나가 그렇게 되는 지를 가장 알기 쉬운 경기였으니까.



결국 메시 제로톱이란 건 과거에는 메시가 중앙에서 우측면이나 아래로 종횡을 왔다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수비가 누구를 막아야할 지 몰라서 누군가가 프리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다면 여러 감독들이 그걸 분석하면서 바르셀로나는 메시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측면 보강을 똑바로 안 하면 늘 비스무리한 대응책에 늘 똑같이 당할 수밖에 없는 흐름에 빠져버린 겁니다. 측면, 측면, 그 놈의 측면할 수밖에 없는 게 거기가 공수 양면에서 제일 중요한 곳이니까요.



수아레즈가 메시의 최적의 짝꿍이라 남아있는 거다? 절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음. 바르셀로나가 약해졌기 때문에 그가 최적의 짝꿍처럼 보이는 것뿐이지. 기술적인 우위를 가장 잘 가져갈 수 있는 선수는 중앙에 가는 게 맞습니다. 수아레즈를 중앙에 세움으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이제 아무 것도 없음. 메시가 측면으로 감으로 인해서 바르셀로나가 얻을 수 있는 것도 더 이상 없고. 그래서 동일한 유형이 들어온다는 건 그만큼 위험하고 안일한 생각이라고 누차 얘기했던 거고. 동일한 유형이 올 거면 14-15 시즌 수아레즈보다 떨어지더라도 어느 정도 비교는 가능한 수준이 와야합니다. 그런 선수 있나요?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리즈만이 최적이라고 외쳤던 거고.


메시는 이제 다시는 제로톱으로 갈 수 없다? 이것도 절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음. 메시 얘기하기 전에 다른 포지션들부터 쭉 둘러보고 얘기하라고 반문하고 싶음. 그리고 그 동안 제로톱이란 전술/전략을 쓰던 감독들이 그를 통해서 얻고자 한 게 뭐였는지를 안다면 메시 제로톱이 안 된다는 헛소리는 할 수가 없음. 안 되는 건 과거 메시가 제로톱에서 보여주던 모습들이랑 다른 선수들의 문제로 인해서겠죠.



축구는 한 명이 하는 게 아니고 그래서 감독이란 존재가 필요한 거고. 발베르데가 남는다면 지난 두 시즌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과정과 결과에 대한 평가를 아주 빡세게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 그를 지금까지 바르셀로나의 감독으로 버티게 만든 건 현실적인 판단으로 포기할 건 포기하고 어떻게든 메시의 효율을 최대로 끌어내 메시가 모두를 먹여살리게 만드는 거 단 하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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