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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124

by 다스다스 2019. 11. 24.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참 다양하고 한 경기를 통해서도 정말 많은 의견들이 오고갈 수 있다고 보는데 그 중 이해가 안 가는 건 외적인 요소들을 지나치게 집어넣어서 내적인 요소들을 이상하게 만드는 겁니다.



전 이론을 되게 좋아했고 그런 걸 배우려고 스스로 노력을 되게 많이한 편이라서 포르투와 첼시 1기 시절의 무링요는 그렇게 나쁘지 않게 봤습니다. 사실 많이 배웠죠. 크루이프가 그렇게 비판적으로 얘기해도 사키는 무링요를 되게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진 감독이라고 평가했었고 전 사키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그의 시선을 많이 따라가려고 했거든요. 실제로 그 당시 무링요가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제가 축구를 보는데 있어서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구요. 근데 무링요는 조금씩 축구의 본질을 흐리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죠.



심판을 건든다거나 축구 내적인 요소에 어떤 다른 요소들이 들어가있어서 우리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거나. 그래서 언론을 이용해 우리를 제외한 모두는 적이고 우리는 그들과 싸워나가야한다는 멘탈리티를 선수들에게 강조했죠. 그렇게 언론에 시달리고 늘 쌍방으로 공격적으로 임하다보니 선수들은 금방 지쳐갔고 팀은 무너져갔고... 결국 마드리드에선 선수들 사이에서 균열이 일어났고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도 균열이 일어났죠. 맨유에서도 그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선수들과 동의하는 선수들이 있었고.



지금 일부 바르셀로나 팬들도 별로 다르지 않아요. 여기에 와서 어떻게든 저한테 시비를 걸고 납득을 시키려는 분들도 비슷합니다. 예전에 테요가 한창 지멋대로 슈팅 갈기고 산체스는 반대로 플레이에 자신감이 없고 책임 회피성 패스의 빈도 수가 늘어날 때 팬들이 메시가 문제라고 지적한 적이 있었죠. 메시가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를 못하게 만든다고. 지금도 비슷합니다. 메시는 그리즈만을 원한 적이 없고 오히려 반대했으며 그 반대한 게 필드 위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어떻게든 자신의 논리를 완성시키려고 메시를 까내리고 그리즈만을 까내리고 네이마르는 어떻고 왜 그렇게 축구를 보는 지 모르겠는데 솔직히 하나도 동의가 안 됩니다. 이건 하나의 시선이 아니라 그냥 개소리에요. 더 선이나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게 돌아선 지역 언론들이 온갖 소설을 쓰는 거랑 무슨 차이가 있는 지 모르겠을 정도.



바르셀로나가 지금 못하고 있는 건 그들의 관념과 전혀 맞지 않는 걸 필드 위에서 하고 있고 그로 인해 필드 위에서 축구 내적으로 뭔가 정리가 안 되고 있어서입니다. 그리즈만이 바르셀로나에 안 맞는 선수라서가 아니라요. 3년째 선수 구성이 어떻게 이뤄지든 조금만 조급해지면 메시가 모든 걸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똑같은 축구를 하고 있는데 당연히 상대방들은 더 발전해서 나오죠. 왜 매 년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지를 많은 빅 클럽들이 보여주고 있는데 바르셀로나의 시간은 멈춰있잖아요. 거기에 이미 답이 있습니다.



축구 외적인 요소가 영향이 아예 없다고는 못 하겠는데 과도하게 집어넣는 건 축구를 바라보는 팬으로서 지양해야할 시선이 아닌가 싶네요. 무링요가 마드리드 감독이던 시절 그렇게 불화를 조장하고 억측을 해서 본질을 흐리던 그를 보면서 비판하던 바르셀로나 팬들이 그런다는 게 개인적으론 더더욱 이해가 안 간달까요. 뭐 그 시절엔 팬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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