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순간에 못하면 평가는 바닥을 칠 수밖에 없는 거에요. 그리고 그게 맞는 거죠. 중상위권에서 챔스 진출만 해도 칭찬받는 수준의 팀도 아니고 과정과 결과를 동시에 추구하는 팀에 왔는데 한 시즌에 중요한 순간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그르친다는 건 그 어떤 말로도 쉴드를 받을 수도 없고, 받을 자격도 없는 겁니다. 지금 발베르데에게 돌아가는 비판은 과한 게 아니라 바르셀로나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당연하게 할 수밖에 없는 비판임.
프리 시즌에 축구 내외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것도 있고 잡음도 굉장히 심했죠. 기대치가 확 떨어진 상태에서 그 분위기를 추스리고 결과물을 얻어냈다는 건 분명히 긍정적으로 평가해야하는 부분이 맞겠지만 의외로 시즌이 거듭되면서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리가 타이틀 레이스가 종결될 가능성이 보였고 그 때까지만 해도 기자 회견이나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계속 무패 우승 신경쓰냐고 물어볼 때마다 지금 그 가능성에 대해선 생각도 안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정작 기용 방식은 자연스럽게 그걸 의식한 듯한 기용 방식으로 굳어져갔죠.
이 지점에서 발베르데는 확실하게 노선을 정리하고 감독으로서 결단을 내렸어야 했어요.
- 리가 레이스가 조기에 종결될 가능성이 보였으면 이니에스타를 시즌 내내 관리하려고 했던 것처럼 의존도가 높은 선수들 관리를 조금 더 과감하게 들어가거나. (메시만을 말하는 게 아님.)
- 전술적으로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해본다던가. 플랜 B, C에 대한 필요성.
- 어린 선수들이나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던 선수들을 활용해보는 과감한 기용 방식을 택하거나.
적어도 그가 인터뷰에서 무패 우승은 신경도 안 쓰고 있다고 말한 지점에서 이 중에 아니면 이게 아니더라도 팀에게는 그 상황에 맞는 결단과 변화가 필요했는데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크루이프나 사키가 강조하던 것처럼 라인업의 잦은 변화는 완성도를 낮추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선발 라인업의 변화보다 교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완성도를 강조하는 게 낫다라기엔 전반기보다 더 교체를 빨리해서 변화를 빨리 가져가지도 않았고 체력 훈련을 잘해서 선수들의 리듬이 좋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후반기 바르셀로나의 경기력은 형편이 없었죠. 바르셀로나가 잘하는 걸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경기력은 떨어져가는데 더 늦은 교체와 경직된 기용 방식으로 팬들 속만 태웠죠.
전반기에 잘했습니다. 인정합니다. 아무나 온다고 해서 그 분위기를 추스리고 순간순간 전술적인 변화로 승리를 가져오는 게 쉬운 일도 아니었을테고 마드리드나 알레띠가 자빠질 때 그리고 발렌시아가 좋은 흐름을 유지할 때 앞서나가는 게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겠죠. 근데 그게 필요한 순간은 전반기가 아니라 후반기였어요. 발베르데는 그런 점에서 감독으로서 경쟁에 있어서 중요한 지점이 어딘지 아예 놓치고 있었다는 소리기도 합니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기대치가 없었고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들고 왔으니 이 정도까지만 달렸어도 잘한 거다라고 하기엔 더 위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들을 스스로 다 망쳤죠. 바르셀로나라면 충분히 그 기회들을 살렸어야했고 스스로 살릴 수 있는 실력이 있었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좋은 점수를 줄래야 줄 수가 없습니다. 거기다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만난 팀들이 로마와 레반테였어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수준임.
그리고 그까짓 철학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난리 피우냐고 할 수 있겠지만 바르셀로나는 난리 피울만해요. 특별하다는 뜻이 아니라 감독에 따라서 축구 내적인 게 변하는 팀이 아니라 감독이 와서 고집을 꺾어야 되거나 경력과 무관하게 추구하는 방향성이 비슷한 감독들이 오는 팀이니까요. 그게 가장 승리에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고, 그것만 연마해온 팀인데 그것 마저도 제대로 못 했어요.
후반기 들어서면서 그는 감독으로서 바르셀로나 팬들에게 정당한 지지를 받을 만한 모습을 단 한 번도 못 보여줬습니다. 굳이 꼽자면 코파 델 레이 결승 정도 있겠네요. 그것말고는 억지로 우겨넣을라해도 생각도 안 나는 수준임.
보드진도 이러한 상황을 만든 데에 큰 역할을 했으니 쉴드를 받을 자격은 똑같이 없겠지만 바르셀로나뿐만 아니라 빅 클럽들이 시즌 도중에 친선 경기를 잡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바르셀로나처럼 이렇게 텀이 짧은 시기에 잡는 경우가 드물 뿐이죠. 마드리드도 시즌 중에 친선 경기 잡았다가 시즌을 통째로 말아먹을 뻔한 적과 실제로 말아먹은 시즌이 있었죠. 13-14 시즌은 그런 짓을 했는 데도 챔피언스 리그 우승까지 했으니까 뭐 할 말이 없는 시즌인데 14-15 시즌은 바르셀로나와 전체적인 큰 흐름 (후반기에 무너진 점) 이 차이가 없었어요. 클럽 월드컵 이후 두바이에서 원정 경기 치르는데 베스트11을 45분이나 썼다가 고작 한 경기인데 그 여파로 가뜩이나 부상 병동이었던 팀이 후반기에 말도 안 되는 곤두박질로 퍼져버렸죠.
표면적인 결과는 더블이고 타이틀을 얻었고 한두번 못한 거니깐 만족할 수도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메시를 비롯한 다음 시즌에도 주전일 확률이 상당히 높은 선수들의 혹사는 여전했고, 그 누적치와 월드컵에서 쌓일 누적치를 생각하면 눈 앞이 깜깜한 것은 덤. 무엇보다 로마 전 패배 이후에도 감독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대로였단 게 여실히 드러난 경기였고 팬들은 생각 지도 못한 지점에서 뒤통수를 또 한 번 맞았죠. 다음 시즌에도 발베르데와 함께 간다면 글쎄요. 대체 뭘 보여줄까 머릿 속에서 정리도 안 되네요.
정말 레반테 원정까지 같이 온 바르셀로나 팬들한테 티켓값 환불 해주고 꿀밤 한대씩 맞아야되는 경기였습니다. 저도 끌까 말까 한 20번도 넘게 고민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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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페이지에 썼던 글인데 블로그에도 옮겨둡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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