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엔리케나 발베르데의 라키티치 사랑을 보면 굉장히 일관성이 있습니다. 눈으로만 봐도 루쵸가 14-15 시즌을 지나서 15-16 시즌부터 잡았던 방향성과 지금까지 지켜본 발베르데의 바르셀로나는 분명히 다르지만 라키티치가 가지는 가치는 그대로라는 것이죠.
많은 바르셀로나 팬들이 얘기하는 것 중에 하나가 라키티치는 바르셀로나에 와서 희생을 하고 있다라는 건데 저는 한 20%만 동의하는 얘기입니다. 세스크가 실패한 이후로 바르셀로나에 오는 미드필더들을 볼 때 그 이전 팀에서 그가 공격적으로 무얼 했냐보다 수비적으로 어떤 선수인 지를 바라보고 그가 오프 더 볼 상황에서 볼을 보고 어떠한 포지셔닝을 가져가는 지를 조금 더 중점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게 된 편 (어차피 마주하는 압박이나 강제로 공간을 열어야하는 미션의 난이도 자체가 차원이 다르니까 기술적으로 완성된 선수가 아닌 이상 그가 이전 팀에서 했던 공격적인 역할을 그대로 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인데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루쵸는 물론이고 지금의 발베르데도 사실 라키티치의 재능을 굉장히 잘 써먹고 있거든요. 문제는 바르셀로나 (라 하고 발베르데) 가 그에 맞는 틀과 베스트 11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쪽에 있다는 겁니다. 라키티치가 굳이 희생하고 있는 게 있다면 박스 근처까지 올라가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자연스럽게 본인이 종으로 움직이면서 침투할만한 공간이나 여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데 있겠죠.
라키티치를 3년 간 바르셀로나의 선수로서 보면서 제일 많이 생각난 선수가 케이타입니다. 물론 위상이나 실력 면에서 얘기하는 게 아니라 바르셀로나에서 이둘이 해내가는 역할이 굉장히 비슷해보여서입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라키티치가 더 좋은 선수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왜 비슷해보였냐면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선수들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굉장히 잘하며
측면 수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면서 팀의 수비력을 유지해주며
박스 침투에 의한 찬스 메이킹과 공격 루트의 다변화를 팀에게 안겨다줄 수 있으며
뜬금 중거리포로 가끔씩 팀에 활력을 넣어주는 스타일
게다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세트피스 강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역할
정도가 되게 비슷해보였어요. 반대로 경기가 안 풀릴 때도 과르디올라 시절엔 케이타에게만 볼이 가면 다시 상대 수비를 깨부수는 작업을 처음부터 해야됐고 지금 바르셀로나도 라키티치에게 볼이 몰리면 속도가 안 나죠. 저번 시즌에 계속해서 파울리뉴 비판 얘기 나올 때도 팀의 속도가 올라오면 자연스럽게 잘해보일 거고 잘할 거라고 주장했던 건 미드필드의 침투 능력을 잘 살릴 수 있는 선수들이 바르셀로나 내부에 많이 있기 때문이었는데 라키티치도 비슷합니다. 좋은 파트너가 옆에 있고 팀의 틀이 잡히면 그의 가치는 더욱 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투헬이 원한 이유도 딱 봐도 눈에 보였어요. 보조자로서 전술적인 수행을 굉장히 잘 해내는 유형이고 어느 상황에서도 주전 자리를 본인의 능력으로 유지해내는 유형이니까 전술 변형이 잦은 투헬의 입장에선 굉장히 탐나는 카드일 수밖에 없죠.
그는 생각보다 지금 팀에게 많은 걸 안겨다주고 있다는 사실과 발베르데가 틀을 잘 만들고 베스트 11을 확고하게 짤 수 있을 정도로 팀의 기반이 자리잡힌다면 자연스레 올라올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아직 바르셀로나의 선수단은 그렇게 구리지 않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전반기는 승점 5점 차이 전후가 유지된다면 (앞서가든 뒤지고있든) 후반기에 쇼부를 볼 수 있기에 지금 바르셀로나와 바르셀로나 팬들에게 중요한 건 12월까지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과 리가에서 어느 정도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 방향성을 토대로 얼마나 경기력으로서 증명할 수 있을 지겠죠? 토트넘, 인테르와의 경기가 제일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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