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결과에 비해서 경기력이 전체적으로 좋았다고 하기에는 발베르데의 소극적인 성향으로 인해 지배력을 잃고 경기를 망칠 뻔한 순간이 꽤나 있었다고 본다. 게다가 토트넘이 전반전부터 해서 실책성 플레이가 너무 잦았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바르셀로나에게 행운이 따랐던 경기. 허나 방향성을 감독이 아예 모르지는 않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기도 했던 경기.
1. 뎀벨레를 빼고 쿠티뉴를 포워드로 올린 게 결국 경기력을 소폭이나마 상승시킬 수 있었던 건 측면에서 전진할 때 볼 소유를 잃어서 다시 후방에서 공격 작업을 시작하는 어이없는 플레이가 뎀벨레가 좌측면에서 움직일 때보다 극단적으로 줄어든 덕분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조금 더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이고 당연히 경기력이 소폭이라도 올라갈 수 있었던 것. 허나 경합이 미드필드 라인에서 뛸 때보다 잦아질 수밖에 없다보니까 쿠티뉴가 조금 더 빨리 지치는 느낌.
2. 재능이라는 건 아르투르 같은 선수를 두고 하는 말. 뎀벨레에 비해서 적응 속도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상당히 빠른 편이며, 볼을 있어야할 곳에 내보내는 플레이가 살짝 부족하긴 했지만 본인이 편하지 않은 왼쪽 반경에서 뛰었던 것까지 감안한다면 꽤나 인상적이었다. 토트넘 정도의 압박 레벨을 가진 팀을 상대로 이 정도 할 수 있는 미드필드가 몇이나 될까란 걸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브라질 리그와 다르게 팀적으로 빠르게 속도를 내면서 움직이는 유럽 축구의 성향에 조금 더 적응한다면 더 좋은 플레이를 선보이지 않을까. 결국 박스 근처까지 속도를 내면서 전진하는 게 어떤 게 기초가 되어야하는 지, 측면에서 공수 양면의 퀄리티가 올라가기 위해서 무엇을 선택해야하는 지 발베르데가 아예 모르지는 않고 있었다는 소리기도 하다.
3. 포체티노가 선수들의 기량을 너무 믿고 메시가 주로 활약하는 지역인 1선과 2선 사이에 위치하는 1.5선에서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너무 오랜 시간 제공한 덕에 조기에 경기를 끝낼 수 있었지만 골대는 역시 오늘도 어김없이 등장해버렸다. 허나 결국엔 에이스가 에이스를 한 경기. 바르셀로나가 잘한 것보다 메시가 잘한 게 조금은 더 알맞은 평가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오늘 유독 종으로 나가는 패스가 많았던 것만 봐도 토트넘이 메시와 공간에 대한 대처 자체가 안 좋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4. 아이러니하게도 경기력 상승을 막고 있는 요인들 중 2가지 요인들 (알바, 수아레즈) 이 오늘 경기에서 토트넘의 실책성 플레이로 인한 실질적인 이득을 본 케이스가 되버렸다. 요리스는 월드컵 때 그 놈이 맞나 싶을 정도로 판단력이 구렸고, 토트넘 수비 라인의 실책성 플레이들은 알바의 계속되는 수비에서의 구멍 노릇과 수아레즈의 무기력한 온 더 볼을 가려준 셈. 첫 번째 골은 그냥 거저먹여준 수준. 수아레즈는 지금 순전히 저 순간적인 판단력으로 먹고 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5. 오늘도 어김없이 우려하던 실점 패턴이 그대로 나왔다. 바르셀로나의 왼쪽 측면에서 넘어오는 볼을 케인의 개인 기량으로 해결하는 모습은 바르셀로나가 무너지던 실점 패턴을 다시 생각나게 할 수밖에 없는 골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불확실한 볼 (특히 공중볼) 에 대한 포지셔닝으로 인한 실책은 지난 세 경기들에 비해선 조금은 줄어들은 점이랄까. 두 번째 라멜라 골도 결국 시작은 바르셀로나의 왼쪽이었다. 알바가 백날 어시스트하고 오버래핑 줄기차게 나가도 경기력에 보탬이 되는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실점에 늘 껴있는 주범 중 한 명이라는 걸 생각해본다면 그는 바르셀로나에게 양날의 검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의 가치가 과대평가 되어있다고 하는 것. 세메두는 수비하는 방식 자체를 가다듬어야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케인 상대로 슬라이딩 태클하는 모습이나 수비 시에 판단 자체가 그의 좋은 신체 능력에 비해서 상당히 좋지 못한 편.
6. 이번 시즌 초반 발베르데의 기용 방식을 보면서 라키티치를 관리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몇 번 줬었는데 그게 도로 들어간 것 같은 모습인데 이런 거 보면 참 알다가도 모르겠는 감독. 비달은 이미 5경기도 안 뛴 시점에서 바르셀로나에서 본인이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선수임에도 기용이 굉장히 경직되어있고, 보여주기식에 가깝다. 거기다 에너지 레벨이 내려가면서 토트넘이 라인을 끌어올리고 부분 전술을 변경하는 걸 봤음에도 첫 교체 자체가 너무 늦게 들어갔다. 여러 가지 면에서 잘할 수 있는 깜냥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또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괴상한 감독이다.
7. 결론적으로 봤을 때 발베르데가 바르셀로나가 무엇을 해야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는 지에 관해서 모르고 있다라는 느낌은 없었다. 앞서말했듯이 단점을 가리는 것보다 장점을 키우는 게 바르셀로나가 나아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걸 오히려 잘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늘 선발 라인업과 전반전에 보여준 모습은 지난 세 경기를 확실히 되돌려봤다라는 느낌을 줬으니까. 허나 본인이 바르셀로나 입성 전 장점으로 평가 받던 주어진 선수들의 효용성을 높은 수준으로 활용하며 짜내던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면 경기력 하강을 다시 또 막지 못할 확률이 높다. 마지막 베르마엘렌 교체는 솔직히 보면서 짜증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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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야할 때 이겼으니 팀의 흐름은 다시금 올라올 거라고 보고 경기력이 올라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 지 표면적으로 보여준 셈이니까 조금은 더 지켜볼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보는 편이긴 하지만 위험한 상황에서 소극적인 모습이 고쳐지지 않는 건 꽤나 큰 문제.
토트넘 같은 경우에는 경기 전에 손흥민, 모우라, 케인의 활약을 예측했는데 모우라가 생각보다 잘했네요. 확실히 퍼거슨이 노릴 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성했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네요. 케인은 뻥글 프리미엄이 껴있는 선수가 아니라 그냥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뭐. 그냥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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