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골 먹히고나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공격 패턴이 점점 단조로워지고 쿠티뉴가 지쳐가는 거 같길래 교체를 빨리 하는 게 아닌 이상 아무리 잘해봐야 무승부를 거둘 것 같았는데 느낌대로 딱 되버렸다능.
1. 사실 라키티치가 그대로 나왔다는 것만 뺀다면 라인업 자체의 의도는 시즌 초반 돌렸던 선발 라인업 (베스트 11 선택지) 중 가장 효율이 좋았고, 경기력과 그 안에서의 모습이 좋았던 라인업이었기에 수비 조직력이 좋은 발렌시아를 상대로 충분히 들고 나올 수 있는 라인업이라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2. 허나 라키티치가 전반전부터 경기에 대한 영향력 자체가 심각할 정도로 떨어져있음에도 전술적인 변화 (라키티치 교체와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라인에 대한 공수 대처) 를 과감하게 가져가지 못한 게 결국 경기를 뒤집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이 되버렸고 언론이나 팬들이 지금보다 더 비판적인 시선으로 팀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건 합당한 시선일 수밖에 없다. 비달이 저번 경기 이후 인스타그램으로 간접적인 불만을 표시한 게 발베르데에게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싶은데 엄한 라키티치만 피 보는 중.
3. 알바와 수아레즈가 결코 바르셀로나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걸 굉장히 잘 보여준 경기기도 했다. 수아레즈가 순간적인 센스로 몇 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해도 그가 박스 안에서 경합에서 승리하고, 온 더 볼이나 상대 수비를 상대로 강제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플레이를 해주지 못하면 그가 바르셀로나에서 주전급으로 뛰어야 될 이유는 없다. 에너지 레벨이 내려가서 간접적으로 수비에도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판국인데 결국 수아레즈가 계속 이런 수준의 기량을 보여준다면 자연스레 온 더 볼 플레이에 능한 쿠티뉴와 메시에게 수비가 집중될 수밖에 없고 바르셀로나의 패턴이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다.
알바 역시 마찬가지. 주도적으로 본인이 볼을 이끌고 움직이면서 볼 흐름을 다양하게 끌어내는 타입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패턴이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경기 내내 직선 침투와 대각선으로 돌아들어가는 침투 외에는 아무 것도 못하니 수비도 점점 익숙해지고 더 답답해지는 양상이 될 수밖에 없는 거고 이건 그가 가지고 있는 기술적인 한계에서 오는 부분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수아레즈와 마찬가지로 몇 개의 스탯을 쌓든 그는 지금 과대평가되어있는 자원.
이니에스타 정도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전방위 커버가 가능한 미드필드를 옆에 붙여다놓던가 아니면 쿠티뉴를 조금 더 지원할 수 있는 구성을 하던가 그게 아닌 이상 알바가 바르셀로나에서 뛴다면 결국 특정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4. 지금 바르셀로나에 있는 어린 자원들 중에선 아르투르가 가장 으뜸이라고 볼 수 있는데 패스 선택지를 지나치게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걸 보면 왼쪽 반경에서 뛸 때보다는 오른쪽에서 뛰게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음. 오른발잡이고 바르셀로나가 지금 미드필드를 측면으로 밀어넣어서 쓰리톱의 공간을 보장해주던 MSN 시절의 축구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왼쪽에서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자주 맞이해서 어쩔 수 없는 패스 선택지를 강요하는 것보단 발의 방향에 맞춰서 조금 더 본인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해주는 게 낫지 않나란 생각. 경기 보면서 라키티치 빼면서 자연스레 아르투르를 오른쪽으로 넣고 조금 더 속도를 낼 줄 알았는데 83분 첫 교체 무엇???
5. 오른쪽 공격의 부재는 결국 오른쪽 측면에서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선수가 메시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데서 오는 거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그렇다고 세메두가 보조적인 성향의 선수치고 페드로나 과거 산체스만큼 상대 수비를 오프 더 볼로 잡아먹어줄 정도의 선수도 아니고. 보조적인 성향의 자원들을 활용하는 것도 결국 메시 의존증의 일환이기 때문에 그가 필드 위에 있어야하고 그의 컨디션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는 문제기 때문에 이건 수아레즈가 지금보다 최소 5배는 더 잘하든, 하피냐를 올려서 쓰든, (쓸 지 모르겠지만) 말콤을 쓰든 그런 선택지 외엔 없을 것 같다. 그리즈만을 원한 건 보드진의 정치적인 행보와 발베르데의 전술적인 선택의 의견 일치가 아무래도 맞는 것 같다.
6. 수비 훈련 안 하니??? 실점 상황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오늘 마주한 발렌시아의 찬스 상황들은 불확실한 볼에 대한 포지셔닝과 대처 그리고 수비 전체의 문제가 충분히 보였음. 무엇보다 몇 경기째 실점을 달고 사는데 이건 이번 A매치 기간 때 발베르데가 좀 바로 잡아줘야할 것 같다.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
7. 확실히 경기 전후로 발베르데에게 하는 기자들 질문이 점점 날카로우면서도 신경을 긁고 하다보니 가뜩이나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이 더 조심스러워지는 느낌. 선택 하나하나에 집중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타타 때랑 흘러가는 모양새가 살짝 비슷한데. 교체를 계속해서 80분 넘어서 하는 거 보면 한 경기, 한 경기 결과에 대한 압박이 꽤나 강한 것 같기도 하고. 잘 추스리지 못하면 꽤나 보기 싫은 흐름으로 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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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말했던 속도와 측면의 퀄리티에 대한 얘기도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기 때문에 따로 언급은 안 합니다. 별개로 이렇게 초장부터 리가 레이스가 꼬이는 시즌이 근래에 없었던 것 같은데 어쩌면 행운일 수도 있고. 이 기회를 못 살린 게 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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