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제라면 단연 마드리드 현지 팬들의 야유를 미친 듯이 먹고 있는 이스코일텐데 아스랑 마르카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들도 꽤나 안 좋게 쓰는 거 보면 못하고 있긴 드럽게 못하고 있구나 싶습니다. 사실 선수로서 긴 슬럼프에 빠지는 시기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되긴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스코는 슬럼프를 떠나서 마드리드 정도의 빅클럽에서 전술적 중심이 되기엔 제한적인 선수랄까.
말라가 시절에 페예그리니 밑에서 중앙과 왼쪽을 오가면서 전술적 중심이자 공격의 시발점이었던 그 역할을 바르셀로나는 내줄 생각이 없었기에 이스코를 걸렀던 거고 (심지어 알칸타라 형제랑 세스크가 있었으니 루머가 진작에 종결되는 건 당연한 거였음) 마드리드는 4-2-3-1 을 주로 쓰고 있던 그 당시 팀의 흐름 상 외질보다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어서 중앙에서 뛰기 용이한 이스코가 딱 맞는 매물이었겠죠.
근데 이스코는 그 때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게 없다고 보는 게
- 본인이 전술의 중심이 될 수 있을 때 그의 가치가 빛을 발하며
- 본인이 움직일 수 있는 횡적인 범위가 굉장히 넓어야하며
- 본인의 횡드리블이나 의도적인 다운 템포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주변 자원들이 필요하다는
세 가지 전술적 제한 사항이 늘 존재했어요. 이스코가 마드리드에서 미래가 될 것 같다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때가 지단이 뜬금포로 안첼로티가 이전에 필살기로 자주 쓰던 4-3-1-2 를 들고 나와 이스코를 사실상 프리롤로 써서 알레띠를 잡아냈던 그 경기였죠. 헌데 지단은 그 전술을 그 다음 시즌에 전체에 걸쳐서 메인 전술로 삼고 쓰지는 않았습니다. 측면으로 몰아서 크로스에 의한 루즈볼 싸움으로 갈 게 뻔했던 알레띠와의 경기에서 뜬금포로 한 방 맥일려고 지단이 준비했던 1회성에 좀 더 가까운 전술이었죠. (지단을 높게 평가했던 이유 중 하나)
가만 보면 넓은 범위에서 공격을 주도해나간다는 점에서 과거 슈퍼 데코나 이니에스타와 비슷한 전술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데코는 우려했던 것과 다르게 호나우딩요, 챠비와의 공존을 깔끔하게 해내며 본인의 가치를 그대로 증명해냈었고 이니에스타는 본인이 주가 되지 않아도 짧은 시간 안에 그 넓은 범위에서 영향력을 크게 발휘했으니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을 가리지 않고 그런 MVP 급 활약을 할 수 있었던 거고. 모드리치도 이스코와 다르게 그런 다른 선수들의 전술적인 보조가 없어도 해낼 수 있었기에 팀을 가리지 않고 그 정도의 활약을 보장했던 거죠.
바르셀로나 팬이고 바르셀로나에 관한 얘기들을 쓰는 블로거가 마드리드의 선수에 관해서 얘기하는 게 웃긴 일일 수도 있겠지만 마드리드엔 이스코보다 좋은 선수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이스코라는 선수가 대중의 평가보다는 조금 더 낮은 평가를 받는 게 맞는 선수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그냥 히바우두가 이스코 소리하길래 생각난 김에 글을 좀 써봤음. 몇몇 바르셀로나 팬분들이 가지는 이스코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아마 마드리드 팬분들도 이스코가 전술적 중심으로 쓰이는 걸 원하시는 팬들은 없을 것 같음. 외질 때와 비슷하거든요. 결국엔 한계에 부딪힐 게 일반인의 눈에도 보이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안첼로티-지단-지금을 다 보신 마드리드 팬분들이라면 반대되는 생각은 거의 안할 것 같음.
어쩌면 스페인은 챠비와 이니에스타가 비슷한 시기에 같이 있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다른 세대에 이 둘이 각각 나오기를 바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르셀로나만 해도 지금 전성기 시절 챠비 같은 선수가 있었다면 이런 보조적인 스쿼드가 낼 수 있는 경기력이 생각하는 거 이상으로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고 스페인은 전성기 이니에스타 같은 미드필드 겸 측면 포워드가 지금 있었다면 루쵸는 본인이 바르셀로나 부임했을 때 그렸던 지공과 속공을 능수능란하게 할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조금 더 용이했겠죠. 본인이 그렇게 원하던 코케나 아니면 사울 같은 선수들의 가치를 조금 더 최고치로 쓸 수 있었을 거고.
──
한 가지 더 추가로 얘기하자면 마드리드 현지 팬들이 엄청 불만이 많고 바르셀로나처럼 프랜차이즈 스타 (라울 마드리드 시절이나 카시야스, 구티 같은 선수들을 엄청 좋아했죠.) 가 팀을 이끌어야한다는 그런 감정들부터해서 자존심이 쎄긴 한데 바르셀로나 현지 팬들도 그렇게 막 상냥한 편은 아닙니다. 07-08 시즌을 보신 분들은 흰 손수건 흔들고 메시랑 보얀 뺸 나머지한테 야유하는 모습도 있었다는 걸 기억하실 듯. 열심히 뛰지 않는 놈은 마드리디스타다!! 하면서 뭐라 하던 적도 꽤나 있었고.
또 한 가지는 모드리치도 그렇고 이스코도 바르셀로나를 좋아한다고 마드리드 합류 전 밝힌 적이 있었던 선수기도 하죠. 그러고 보니 이 놈 자기가 키우는 개 이름이 메시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아직도 그러고 있나 궁금하네요.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소리 4 (4) | 2018.12.18 |
---|---|
잡소리 3 (2) | 2018.12.17 |
잡소리 (2) | 2018.12.15 |
바르셀로나의 챔스 8강, 4강 로테이션 역사 (0) | 2018.12.14 |
바르셀로나 축구가 도대체 뭔데? (+보강) (13) | 2018.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