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 전에 글에서 우려스러운 경기력은 선수들 컨디션이 올라오면 확실히 올라올 것이라고 말씀드렸고 오늘 경기도 그럭저럭 그런 서서히 올라오는 흐름에 부합하는 경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발베르데가 대체 어떤 훈련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스레 후반기에 맞춰서 그 흐름을 짜고 있다는 건 선발 라인업이나 교체 운용만 봐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음. 늘 얘기하는 것처럼 일희일비하거나 단편적인 흐름으로 보기보다는 시즌 전체에 걸쳐서 감독의 선택을 이해하면 바르셀로나 축구를 보기 조금 더 편하고 이해하기 쉬울 거라 확신합니다.
그럼에도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고 얘기했던 것도 일단 발베르데는 그런 면에서 왔다갔다하는 부분들이 많다고 보여서 그 부분에 대한 불만 사항을 지금껏 계속해서 얘기해왔던 게 크고 또 후반기의 감독의 중요성을 어필했던 건 전반기부터 아슬아슬한 리가 레이스가 시작되고 있다는 건 그만큼 빠듯한 일정을 맞이할 1월부터 승점에 대한 부담 (자빠졌을 때 맞이할 스쿼드 운용에 대한 부담) 을 가진 채로 시작하는 거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우승 경쟁을 하는 팀들이 전반기에만 최소 12~15점 이상을 까먹은 건 근래엔 거의 처음 봅니다. 마드리드는 벌써 19점이나 까먹고 평균 실점이 1점을 넘어가는데도 실점이 바르셀로나랑 똑같은 건 물론이고 바르셀로나랑 5점차라는 게 더 소름이죠.
의도가 뭔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보를 2~3주 정도 보인 거나 불확실한 볼에 대한 실점이 굉장히 많았는데 그에 대한 자각 (어떤 훈련을 하는 건가 궁금하다고 계속 의문 제기해왔음) 을 생각보다 가볍게 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개선 되지 않던 게 어떤 식으로 다가올 지는 모르겠지만 마냥 긍정적으로 보긴 그렇다는 게 현 상황.
적어도 펩 과르디올라가 거쳐간 팀이나 펩 이후 그와 선수단 관리에서만큼은 비슷한 성향을 가진 감독들 (조금은 다르지만 정반대에 위치한 감독은 단 하나도 없다고 자부할 수 있음) 이 바르셀로나에 오는 모습들을 바라본다면 짧게짧게 로테에 목숨 걸고 그게 시즌의 향방을 가를만큼 엄청 중요한 것처럼 생각하고 그런 흐름으로 보면 뜬금 패배에 대한 이유를 납득할 수가 없음.
요즘 인기 많은 클롭의 리버풀이나 사리의 첼시도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조금 더 이 팀들의 디테일을 이해하고 판단하기 더 적합할 거구요.
마찬가지로 교체로 출전하는 것도 사실 90분을 안 뛰었으니까 그래도 조금이라도 쉰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몸 푸는 거나 갑작스레 들어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평균 이상으로 내야하는 역할이거나 (반대로 후보 선수일 경우)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야하는 거기 때문에 마냥 좋은 건 아닙니다. 특히 핀치에 몰려있을 떄, 골이 필요할 때 들어가면 교체로 들어간 선수의 역할이 엄청 중요한 것처럼요. 왜 수 많은 감독들이 주전들을 쉬게 할 거면 아예 관중석으로 쫒아내거나 원정 명단에서 빼버리는 지에 대한 부분도 생각해야할 필요가 있음.
요거에 되게 적합한 예시가 근래 마드리드입니다. 경기 안 풀리면 결국 고정적인 틀을 유지해주고 경기력을 상승시켜주던 선수들 (특히 카르바할, 마르셀로) 이 100% 다 교체로 들어가서 그 짧은 시간에 엄청 무리하니까 악순환이 반복되는 케이스죠. 어쩔 수가 없는 게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의외로 전반기부터 바르셀로나나 알레띠가 쉴 새 없이 자빠져버려서 자빠질 때 반대로 이겨서 따라가긴 해야하는데 분명히 의사들은 선수들 (월드컵 데미지를 온전히 다 받은 모드리치를 비롯한 경기력의 핵심 선수들) 의 휴식이나 제한적인 기용 아니면 필드 위에서도 제한적인 움직임을 제안했을 것이고 결국 그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폼이 온전한 것도 아닌데 경기를 잡기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다보니 이런 순환이 길어지는 셈인 거죠.
발베르데도 그래서 메시를 빼더라도 벤치에 앉히거나 하는 게 이런 부분도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빌바오 전도 그랬고 토트넘 전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었다고 생각하는 경기지만) 도 그랬고 저번 시즌 후반기 세비야 전도 그랬고.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만큼 선수단 운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소리기도 합니다. 경기력의 기복과 흐름, 결과물이란 건 가볍게 볼만한 문제가 아니란 걸 바르셀로나뿐만 아니라 여러 클럽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부분들입니다. 맨유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2. 쿠티뉴가 생각보다 많이 지쳐있다는 느낌. 코파 델 레이 운용에 대해서 발베르데가 생각보다 꽤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 지. 이러나저러나 이번 시즌 지금까지 지켜본 걸로 개인적인 생각을 풀어보면 결국 바르셀로나는 쿠티뉴-메시의 활약상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살짝 걱정스러운 수준까지 온 것 같습니다. 뎀벨레는 발베르데가 기대치를 낮춘 듯한 느낌이더군요. 역할 주문이 점점 간단해지고 제한적인 거같은 느낌인데 어쩌면 그런 낮은 기대치가 선수에게는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긴 합니다. 조금 더 지켜볼 일.
또 부상 전 하피냐도 그렇고 지금 뎀벨레나 비달이나 데니스 수아레즈도 그렇고 시즌을 거치면서 조금씩 선수를 바라보는 관념이나 자신의 기용 방식이나 생각이 조금씩은 바뀌고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하고 있음. 데니스도 사실 개인적으로 그렇게 만족스러운 자원이 될 것 같진 않은데 훈련에서 무언가 보긴 봤다는 신호겠죠? 3개월을 안 쓰다가 갑작스레 아인트호벤 전 이후로 비야레알 전을 제외하고 계속 어떻게든 선발과 교체를 오고가면서 플레잉 타임을 어떻게든 주려고 하는 걸 보면요.
제가 9월달부터 계속 비판적인 시선을 거둘 수는 없어도 발베르데가 팬분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못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생각을 하고 얘기를 했던 게 이런 디테일한 부분들이기도 하구요. 무엇보다 발베르데가 메시의 공간을 보장해주고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부분에 관해선 저번 시즌보다 조금 더 다양한 쪽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은 다행인 것 같습니다. 걱정해야할 건 오히려 위에서 얘기한 쿠티뉴의 리듬이랑 기복이 굉장히 심해진 루이스 수아레즈가 아닐런지. 여전히 수아레즈는 내보내지 못한 것에 관해서 살짝의 아쉬움은 남아있습니다. 물론 내보냈다면 라커룸 분위기가 꽤나 변했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필드 위에서 하는 거 보면 생각은 변하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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