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라키티치 보면 진짜 발베르데가 메시 다음으로 팀에서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게 느껴질 정도인데 그의 기용 방식을 보면 루쵸가 하피냐를 쓰던 모습이 생각나더라구요. 물론 지금 발베르데의 바르셀로나에서 라키티치가 가지는 가치는 루쵸의 바르셀로나에서 하피냐가 가지는 가치보다 몇 배는 더 높겠죠 당연히.
루쵸는 하피냐를 이런 식으로 써먹은 편이었는데
메시가 지치면 오른쪽 윙포워드로 하피냐
네이마르가 지치면 왼쪽 윙포워드나 왼쪽 미드필드로 하피냐
메시가 중앙으로 가면서 제로톱으로 갈 때는 오른쪽 윙포워드로 하피냐
이니에스타가 지치면 왼쪽 미드필드로 하피냐
라키티치가 지쳤는데 공격적인 교체가 필요할 땐 오른쪽 미드필드로 하피냐
쓰리백 시에 메시가 중앙에 위치해야하니 오른쪽 측면에서 속도를 내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할 때는 오른쪽 윙포워드로 하피냐
보통 어린 선수들이 이렇게 구르다가 자연스럽게 한 포지션에 정착을 하는 편 (하피냐는 어린 시절 왼쪽 미드필드로 성장하던 선수였습니다.) 인데 하피냐는 이런 면에서 모범적인 케이스임은 물론이고 볼이 발에 붙어서 본인의 힘으로 전진이 가능한 선수였기 때문에 더더욱 안타까운 선수입니다. 팀 입장에서나 선수 입장에서나 필요충분한 상황이었는데 나잉골란 때문에 팀이나 선수나 피해를 너무 많이 봤음. 이제는 돌아와도 바르셀로나에서 자리잡을 여지는 없다고 보는 게 맞겠죠.
각설하고 라키티치 같은 경우는 주전임에도 역할 변경이 굉장히 잦은 편이고 그에게 주어지는 역할도 다양한 편인데
오른쪽 미드필드로 주전 출장하되
아르투르나 쿠티뉴 둘 중 한 명이 쉬어야할 때나 비달과 동시에 나올 때는 왼쪽 미드필드로 뛰고
부스케츠가 쉬어야할 때는 피보테로 뛰고
경기 도중 전술 변형이나 교체로 인해 선수 구성이 바뀌거나 대형이 일시적으로 바뀌면 제일 먼저 바뀌는 게 라키티치의 공수에서의 역할과 위치
볼을 잡았을 때 횡패스나 백패스 일변도의 모습이 많다고 해서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많은 편인데 지금 바르셀로나에서 체력의 중요성과 미드필드의 측면 플레이의 중요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선수임과 동시에 메시의 특이한 포지셔닝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서 움직일 수 있는 선수라는 걸 생각해본다면 이런 선수가 있을 때 바르셀로나가 장점을 잘 강화해서 사이클을 끌어올리는 게 맞습니다. 지배력이 높아지고 자의로 공격적인 성향을 가져갈 수 있는 팀이 되면 라키티치 역시 지금보다 더 잘해보일 겁니다.
라키티치는 원래 침투도 잘하고 종으로 움직이는 플레이도 괜찮은 선수인데 그런 모습이 안 보이는 건 팀 자체가 그런 플레이를 못할 정도로 느려진 게 제일 크지. 라키티치가 못해졌기 때문이 아님.
무엇보다 이렇게 어떤 식으로든 팀에 도움이 되는 보조자 유형의 선수는 팀에서 없어지는 순간 티가 팍 나고 재수 없으면 사이클 하락의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없어도 된다 생각하고 보냈다가 개피본 전력은 바르셀로나가 다른 클럽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은 편은 아님. 뭐 비달도 이제 믿고 쓰고있는 발베르데가 바르셀로나에 있는 한 그의 방출은 발베르데가 끝까지 막으려고 할 것 같긴 합니다만...
여러 차례 쓴 적이 있지만 라키티치는 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굉장히 좋은 선수입니다. 그렇게 칭찬하는 아르투르보다 측면 플레이나 포지셔닝을 라키티치나 비달이 몇 배는 더 잘함. 비달 없었으면 아직도 쉬지도 못했을 거라고 확신할 정도로 지금 팀에서 가지는 가치는 생각보다 큰 자원. 아르투르가 지금 가진 기술로 라키티치나 비달이 하는 것도 동시에 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의 가치는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올라가겠죠. 그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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