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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128 (인테르 전)

by 다스다스 2019. 12. 11.



콘테는 선수 구성이 무너져도 플랜 A 고집이 정말 심한 감독 중에 하난데 그래서 의외로 맞춤 전술이나 대응 방식에 잘 당하는 편입니다. 가끔 가다 이걸 왜 지지? 싶은 경기들도 나오는 경우가 더러 있는 편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오늘 경기도 그런 쪽에 가깝겠네요. 제가 세리에를 한 시즌에 아무리 많이 봐도 다섯 경기도 안 보는 편이기도 하고 인테르에 딱히 관심이 없어서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오늘 경기는 구성 자체가 좋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냥 짜낼 수 있는 최대치를 짜낸 건데 이 정도라는 느낌? 그래서 콘테가 경기 전부터 정신적인 부분을 대놓고 강조했던 것 같기도 해요.



발베르데는 이런 플랜 A 고집이 심하거나 경기 중 대응이 별로 안 좋은 감독들은 되게 잘 잡는 감독 중 하나입니다. 특히 맞춤 전술이 아니라 그냥 하던 것만 주구장창 하는 팀들 상대로는 꽤나 괜찮은 결과물을 내놓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편이죠. 자기가 그런 감독이라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가끔 보면 신기할 정도.



전반전 중반 즈음에 볼 소유가 확 밀린 시기가 있었는데 인테르의 미드필드들이 판단력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는 걸 간파하고 의도적으로 라인의 유동으로 인테르의 경기 플랜을 꼬이게 만들었어요. 실제로 압박을 꽤나 높은 지점에서 하거나 하프 라인 전후 지점을 오가면서 한 것치고 바르셀로나의 전반전 수비 지점은 박스 근처에 꽤 몰려있었습니다. 그만큼 인테르가 라우타로나 루카쿠의 개인 능력으로 인해 해결하는 빈도가 지금 현 시점엔 되게 높다는 걸 잘 간파한 거라고 보고 준비 자체는 잘 해왔다고 봅니다.



(이번 경기 전반전 바르셀로나 수비 지표)



허나 선발 라인업의 구성이나 교체 투입 같은 면에서는 너무 단기적인 시선으로 접근하는 게 아닌가 싶은 면이 있어서 그 부분은 좀 아쉽습니다. 수아레즈 들어가고 나서부턴 집중력이 확 떨어져서 설렁설렁 봤는데 조금 더 과감한 라인업으로 이렇게 했으면 승패를 떠나서 꽤나 좋은 소리를 듣지 않았을까. 이기려는 의지 자체도 좋고 져도 되는 경기라는 건 없다는 것 역시 맞는 말인데 뭔가 애매해진 느낌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이런 게 이기고도 찝찝한 건데 개인적으로 데 용은 정말 안 뛰었으면 했음. 사실 아예 원정에 안 데려가는 게 맞다고 보는 편이었고.




어차피 오늘 구성 자체가 앞으로 몇 번이나 볼 수 있을 지 모르는 구성이었기 때문에 더 길게 얘기할 것도 없고 경기력을 논하는 것 자체가 가혹한 거라고 보기 때문에 그냥 살짝 얘기를 해보자면 평소 구성에서 벗어나있던 선수들이나 동선이 조정된 선수들이 제법 있었기에 간격이 지나치게 좁거나 지나치게 넓거나 대형이 깨져있는 경우가 좀 됐고 조잡하다는 느낌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던 게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최전방에 있는 선수들이 압박 수비의 시발점 (보통 골키퍼에게 달려드는 그 행위) 을 할 수 있을 때 구성이 어떻든 모두가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최후방과 최전방의 간격은 줄어들게 되는 거구요. 물론 어설펐어요. 오히려 그리즈만이나 비달, 라키티치 같은 선수들이 노련함으로 극복한 상황들도 경기 중에 분명히 있었고. 허나 바르셀로나는 저렇게 하는 게 맞습니다. 그리즈만 같은 경우는 저런 상황에서 팀의 후퇴를 막아줄 수 있는 아주 유니크하고 영리한 선수라서 그의 존재 자체가 팀에게 이득이 될 수밖에 없어요.



또한 이게 발베르데가 뭘 해야할 지 알고는 있다는 신호기도 합니다. 수아레즈는 더 이상 저런 쪽으로 팀에 기여를 할 수 없는 선수라는 게 너무나도 잘 보이고. 과연 어떻게 절충하려고 할 지 궁금하긴 하네요. 이번 시즌은 틀을 만들든 또 저번 시즌의 연장선으로 돌아가든 어떻게든 가진 선수들로 절충안을 찾으려고 할 것 같은데 세세한 부분들을 잘 잡아내지 못한다면 데 용, 그리즈만 데리고도 지난 2년하고 비슷한 한계를 보일 거에요.




이제 선수 얘기를 좀 해보면



아레냐 같은 경우에는 저번 시즌에 비해서 왼쪽 미드필드로 나왔을 때 나아진 모습이긴 합니다. 종적인 움직임도 좋아졌어요. 쓸데없이 후방에 내려오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 내려오는 경우도 있었고. 경기를 꽤나 못 뛰었는데도 이런 거 보면 스스로 많이 노력한 것 같은데 여전히 주발 의존도가 지나칠 정도로 심합니다. 간결해지면서 동시에 판단 자체가 빨라지려고 노력하는 게 이 한 경기로도 보였는데 이상하게 박자가 느리게 나갈 때가 있었는데 그 장면을 되새겨보면 꼭 주발로 처리하려고 하는 경우에요. 오른발로 짧게 주면 끝나는 것도 왼발로 처리하려고 합니다. 이거 어떻게 못하면 수비 밀도가 더 촘촘한 경기나 이런 특정 약점을 대놓고 조지려고 들어오는 팀과 만났을 때 실망스러운 모습이 나올 확률이 더 높다고 봅니다.



(좌 - 이번 경기 아레냐 패스맵. 우 - 이번 경기 아레냐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다음은 토디보. 얘는 판단이 무지하게 느립니다. 근데 뭐 나이도 어리고 경기를 많이 못 뛴 티가 나긴 나고 한창 배우는 시기라 가능성이야 있겠지만 일단 그렇게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진 않습니다. 내부에서 올바른 방향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바르셀로나는 임대 나가면 웬만하면 떠나는 게 공식인 팀이라...) 임대나 바이백을 고려하고 있다는 게 이해는 갑니다.



움티티는 볼 차는 거 보면 참 잘 차는데 뭔가 그것만 남은 건가 싶을 정도로 좀 맛탱이가 간 느낌이 들어서 아쉽네요. 멀쩡하기만 하면 팀에게 참 많은 걸 제공해줄 수 있는 선수고 랑글렛보다 훨씬 좋은 옵션이 될 선수인데 뭔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입니다. 참 아쉬워요.



피르포랑 와귀에는 다 떠나서 실책이 너무 많아요. 뭔가 메리트가 있는 게 아닌데 (있다하더라도 그거 믿고 막 밀어줄 정도는 아닙니다.) 이렇게 실책이 많으면 제가 감독이어도 세르지, 세메두, 알바 사이에서 기회 주는 게 망설여질 것 같습니다. 페레즈는 아레냐의 포워드 버전에 가깝다고 봅니다. 기용 빈도가 올라가면 갈수록 철저하게 분석 당할 거에요. 그 시기에 접어들면 재능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보일 거라고 봅니다. 네투는 그냥 백업 키퍼로서 과분한 수준. 실러센 정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뭐 만족스럽죠.



파티 같은 경우는 발베르데가 기용 방식 자체를 파티를 정말 많이 생각해주고 있는 게 보여서 이 부분은 칭찬하고 싶고 파티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가 어느 정도의 선수인 지 그리고 어떻게 성장 방향을 잡아야할 지 각이 나올 거에요. 오늘 골도 멋있게 넣었고 당연히 말이야 많이 나오겠지만 너무 조급하게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네요. 오히려 자신감이 붙는 게 중요해서 그냥 이 경기 자체가 짧은 시간이지만 분명히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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