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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131 (소시에다드 전)

by 다스다스 2019. 12. 15.



이번 시즌 소시에다드의 경기를 본 적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오늘 경기는 소시에다드의 감독이 발베르데를 그냥 가지고 놀았습니다. 모든 대응 방식에 발베르데가 다 당하고 완전히 말렸어요. 경기 전 인터뷰와 다르게 바르셀로나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이길 지를 상당히 고민한 흔적들이 경기 중에 계속 보여서 조금 놀라웠네요. 저번 시즌 전반기 막바지부터 부임한 감독으로 알고 있는데 소시에다드의 환경을 잘 알고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적어도 저 팀에선 좋은 감독이라고 봅니다.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소시에다드의 전반전 대응 방식은 홈 경기의 이점을 살려서 노골적으로 대부분의 선수들을 우측면 (바르셀로나의 좌측면) 에 양적으로 때려박아서 데 용과 그리즈만의 동선을 측면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제한해버리고 (알바, 부스케츠를 믿을 수가 없으니까...) 최대한 오랜 시간 볼이 메시의 동선과 멀리 떨어져있게끔 경기를 의도했습니다. 공격 방향의 3분의 1 이상이 우측면 (바르셀로나의 좌측면) 을 타고 이뤄지는 공격이었는데 바르셀로나는 그대로 거기에 걸려들었어요. 왜 그럼 알고도 그렇게 말릴 수밖에 없었냐? 양적으로 다 때려박는데 애초에 그런 팀을 상대로 측면에서 상대를 고립시킬만큼 바르셀로나가 소시에다드처럼 많이 뛸 수 있는 구성도 아니었고 틀이 잡혀있어서 순간적으로 수적 우위를 잡아서 상대의 방향을 제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실제로 수적 우위에서 엄청 밀리는 경우가 더 많았죠. 그래서 데 용은 거길 벗어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뻔했기에 거기 박혀있었고 그리즈만은 수아레즈와 같이 계속 타의적으로 내려오는 메시의 연결 고리가 되기 위해서 측면과 하프 라인 전후 지점을 횡으로 넓게 뛰어다니려고 했습니다. 뭐 물론 유의미하진 않았습니다.



(좌 - 바르셀로나 전반전 수비 지표, 우 - 데 용 전반전 히트맵)



근데 소시에다드가 여기서 한 번 더 꼬았습니다. 계속 이렇게 해도 어차피 바르셀로나는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데 라인을 조금 더 끌어올리고 횡적으로 조금 더 넓게 움직였어요. 물론 큰 틀에서 우측면에 양적으로 때려박는 건 변함이 없었는데 박스 근처에서 순간적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는 빈도 수가 전반전에 비해서 올라갔습니다. 바르셀로나가 볼 소유가 안 되고 지배가 안 될 때 센터백들이나 부스케츠는 여유가 없기에 그만큼 실책이 늘어난다는 것과 세컨볼이나 루즈볼 싸움에선 소시에다드가 절대 안 진다는 걸 간파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운빨로 떨어지는 루즈볼들이 꽤 있었지만 그게 소시에다드에게 더 많이 갔다는 것 역시 생각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보구요. 데 용이 후반전 들어서 갑자기 중앙에서 움직이는 빈도가 높아졌다는 것 역시 이를 드러내는 증거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부스케츠를 뺴면서 데 용을 그 자리에 아예 박아버린 것 역시 이게 되게 컸다고 봅니다.



(좌 - 전반전 골키퍼, 두 명의 센터백, 몬레알, 오야르사발을 제외한 소시에다드 선수들 나머지의 히트맵. 우 - 후반전 골키퍼, 두 명의 센터백, 몬레알, 오야르사발을 제외한 소시에다드 선수들 나머지의 히트맵.)



이러면서 아까 말했듯이 볼이 그 지역에서 계속 오고가니까 바르셀로나도 자연스럽게 좌측면을 타고 올라가는 공격의 빈도 수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전반전과 후반전의 차이는 그냥 좌측면을 타고 가서 어설프게 공격을 하던 전반전과 다르게 어떻게든 우측면으로 전환하거나 중앙을 거치면서 메시를 통해서 나가려고 했던 것. 그 차이입니다. 소시에다드는 이 대응 방식으로 메시를 박스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것과 동시에 메시의 관여를 최대한 줄이면서 본인들은 얻어갈 수 있는 걸 얻어갔어요. 정말 잘 준비해왔다고 칭찬하고 싶은 경기였음.



결국 이 경기가 바르셀로나가 본인들이 잘해야하는 걸 해야하고 볼을 소유하고 경기를 지배해야한다는 걸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경기였습니다. 전환의 과정이 많아지거나 볼 소유가 안 되면 특정 선수들의 약점이 드러나거나 메시 의존증이 지나치게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이래서 어떤 식으로든 측면 투자를 해야한다고 하는 거고 발베르데는 역으로 특정 선수들의 단점을 가리면서 측면 투자에 힘을 쓰는 이유입니다. 보통 미드필드 라인을 지배하면 중앙을 지배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측면을 지배를 못하면 아무짝에도 의미가 없습니다. 아르투르가 돌아오고나서도 이런 식으로 풀어나가려고 한다면 글쎄요. 별로 긍정적으로 생각할 요소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전반기에 잠깐이나마 보여준 쪽으로 노선을 확실하게 잡고 관리에 목숨을 거는 게 제일 나아보여요. 이미 관리에 목숨을 걸고 있다고 보고 있긴 하지만요.




어차피 경기 양상 자체가 그 동안 얘기해온 것들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생각을 안 해서 이 정도로 하고 선수 얘기를 몇 명 좀 해보면 부스케츠는 이런 양상의 경기가 되면 늘상 말해온 거지만 정말 쓸모가 없어요. 오히려 여유가 없어서 그가 여유를 갖고 판단을 하고 포지셔닝을 하는 그의 장점도 안 나타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 조건이 더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될 수밖에 없는데 안 되니까 계속 앞으로 튀어나가거나 시간을 벌어주려고 무리를 하는 거에요. 그래서 시즌 전부터 앞에다 데 용, 아르투르 세워다놓고 그가 여유를 가질 수 있을 때 과연 제 몫을 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고 싶다고 했던 거고. 동시에 자신이 여유가 없으면 센터백들도 똑같이 여유가 없다는 소리니까요. 그럼에도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후반전에 잠깐 나왔는데 스쿼드 내에 있는 대다수의 선수들보다 볼을 가지고 있을 때 볼의 흐름을 읽고 동료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게 좋은 선수니까요. 볼을 최대한 발로 굴려야 먹고 사는 팀에서 볼이 어떻게 굴러가야할 지 아는 선수는 웬만해선 뺄 수 없어요.



라키티치는 측면에서의 효용성도 떨어졌고 (도무지 올라올 기미가 안 보입니다. 선수들을 놓치거나 쓸데없이 슬라이딩 태클을 하거나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졌음) 종적으로 순간적으로 뛰어들어가면서 수적 우위를 점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역시 이제 90분 경기를 한다고 했을 때 두세번 보면 많이 볼 정도로 떨어졌어요. 상대 팀의 대응 방식이나 수준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의 가치는 위험 수위에 도달한 선수라고 보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저번 시즌은 가장 계산이 서는 선수였지만 이젠 아님. 발베르데도 아르투르가 그래도 어느 정도 회복해서 돌아오고 경기에 뛸 수 있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난다면 라키티치의 기용 빈도를 다시 확 줄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메시는 오늘 상대의 대응 방식에 말린 것도 있고 폼 자체도 그렇게 막 좋아보이진 않았는데 이번 시즌도 지난 2년하고 비슷하게 해야할 게 너~~~~~~~~~무 많아요. 볼이 소유가 되고 경기가 지배가 되면서 그 상황에서 본인이 자의적으로 순간적으로 수적 우위를 만들어주고 공간을 만들어주고 수비수들의 시선을 끌어주려고 내려오는 게 아니라 말려버린 상황에 전환도 잦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본인이 뭔가를 하려고 내려오는 건 좋을 게 없습니다. 오늘처럼 타의적으로 밀려나듯이 내려오면 괜히 뛰어야 할 거리만 더 길어지고 힘들 수밖에 없어요. 그 상황 속에서 자신이 언제 빡세게 뛰어야하는 지를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테고. 중간중간 적극적으로 뛰려고 하는 것도 몇 번 보여서 딱히 뭐라 하고 싶진 않습니다. 솔직히 이제 뭔 수를 써도 서서히 내려오는 하락세를 막을 수가 없다는 걸 인정을 하는 게 맞는 시기라서 발베르데가 과감해지기만 바랄 뿐입니다.



세르지는 장점이 다 죽었어요. 러닝 크로스나 정지된 상황에서 크로스 시도 자체도 엄청 줄어들었고 무엇보다 대각선으로 뛰어드는 움직임이 크로스의 빈도 수보다 더 노골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수비수가 그냥 되게 편하게 대처해요. 솔직히 저렇게 뛸 거면 써야할 이유가 없어요. 오히려 저렇게 뛰면 반대편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알바보다 더 무장점에 패턴도 없는 선수에 가깝습니다. 차라리 벤치로 돌리거나 포리바렌테의 가치를 살려서 최대한 로테이션 자원으로 쓰는 게 맞죠.




질 줄 알았는데 뭐 비겨서 기분이 나쁘거나 그러진 않는데 이런 축구를 계속 하고자 한다면 저번 시즌 후반기 세비야 전처럼 다른 팀들에게 아주 좋은 분석 자료가 될 것 같아서 그게 좀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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