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있을 프리시즌 경기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못 볼 확률이 높아서 다음 경기를 보시는 데 있어서 포인트가 될만한 부분들을 짚어드리고자 경기를 다시 봤습니다. 원래 후반전까지 짚어드리는 게 맞는데 전반전만 하는 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려서 후반전은 없구요. 아마 이번 시즌 중에는 이런 유형의 글이 종종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사정) 다시 보기 굉장히 싫어하는데 방문자 분들이 너무 많아져서 무책임하게 건너뛰기가 그렇다 보니까 다시 보기까지 해 버리네요. 물론 많이 할 생각은 없으니 너무 기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 10분까지의 평가
팀적으로 측면으로 몰거나 수적 우위를 점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꽤 괜찮습니다. 호흡 면에서 문제가 드러난 장면들이 몇 장면 있긴 했지만 이제 쿠만 아래서 두 경기를 치렀다는 걸 감안해본다면 괜찮게 봐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몇 개의 이미지를 통해서 살짝이나마 설명을 덧붙여보겠습니다.
쿠티뉴의 문제는 뮌헨에서 뛰다와서 그런지 몰라도 플레이 스타일이 조금은 변했다는 느낌이 드는데 본인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뛸 게 아니라면 이런 건 교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쿠만이라면 경기 후에 무책임하거나 어떻게든 받고 다음 동작을 가져갈 것 같다 생각하고 주는 패스들은 지적했을 것 같아요.
그리즈만과 데 용이 좌중우를 가리지 않고 수적 우위를 점해야 하는 상황 대부분에 관여를 하려고 하는데 이건 분명 이들의 장점 중 하나지만 이게 플랜 A 라면 시즌 내내 쿠만이 정상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는 분명히 하나의 과제가 될 거라고 봅니다. 메시는 최대한 중앙을 기점으로 움직이면서 필요한 순간순간에 측면으로 가는 것 같은데 괜찮은 것 같아요.
- 20분까지의 평가
포메이션을 논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자 각 선수들의 커버 범위가 전보다 넓어졌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팀적으로 측면을 이용해서 경기를 풀어가거나 속도를 내는 면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가장 큰 이유는 측면으로 볼이 굴러갈 때 당연하게 거기로 향하는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이 적습니다. 단순하게 보면 공격의 문제로 볼 수 있겠지만 순간적으로 실책성 플레이가 발생했을 때 수비의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아까 좋은 수비를 보여준 장면들도 몇몇 있긴 하지만 동선 조정이 깔끔하게 됐다는 느낌은 아직까진 없습니다.
세르지는 제가 봤을 땐 몸 상태가 안 좋다는 느낌이 듭니다. 자세가 너무 불안정하고 포지셔닝을 잡는 과정, 킥력의 세기도 전과 비교했을 때 너무 떨어져 있어요. 좋은 장면 하나 나오면 안 좋은 장면은 열은 나오는 것 같음. 만약에 몸 상태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그냥 완연한 하락세라면 (또는 그런 생각이 든다면) 일단 보강에 대한 고민은 진지하게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제 첫 골 장면을 봅시다. 메시가 상대 센터백의 횡패스를 따라가면서 트린캉이 어느 쪽으로든 대응할 수 있는 위치에 서있었고 지로나의 센터백이 전방으로 볼을 내보내자마자 세르지와 같이 협력 수비를 펼쳐 상대의 실책을 유발해냅니다. 그 후 부스케츠가 그리즈만에게 짧게 내주었고 쿠티뉴가 동료들을 보면서 좌측면 하프 스페이스에서 직선으로 뜁니다. 여기서 트린캉의 플레이를 유심히 봐야 되는데 그리즈만이 볼을 잡고 있을 때는 천천히 뛰다가 메시가 볼을 잡자마자 전속력으로 뜁니다. 당연히 이런 순간적으로 속도를 내는 플레이를 놓친 지로나 수비수들은 대응이 안 됐고 메시의 센스로 트린캉에게 이어지면서 골. 트린캉뿐만 아니라 쿠티뉴도 놓치는데 이게 메시가 박스 근처 중앙에서 볼을 잡았을 때 발생하는 효과입니다. 다섯 명이 순간적으로 메시랑 볼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저번에 말씀드렸던 상대의 수비 방식과도 연관성이 있습니다.)
- 30분까지의 평가
트린캉을 봅시다. 보면 상대 수비수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를 동나이대치고 상당히 잘 아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지로나의 수준과 프리시즌임을 감안해야겠지만 그럼에도 상대 수비수들을 상대로 어떻게 해야 본인이 볼을 편하게 받은 상태로 다음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좋습니다. 브라가 경기를 본 적은 없지만 아무래도 본인이 볼을 받고 다음을 이어나가려면 이런 플레이가 필요했기 때문에 계속 뛰면서 익힌 것 같은데 조금 더 볼을 편하게 받을 확률이 높은 바르셀로나에서 교정이 이뤄지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트린캉의 오프 더 볼을 잘 보면 동료들이 볼을 잡고 있을 때 본인이 어디로 움직여야 볼을 편하게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선택지가 현재까진 매우 좋습니다. 반대편의 쿠티뉴와 비교해도 훨씬 좋은 편이에요. 근데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볼이 띄워서 왔을 때 팔을 길게 뻗고 경합을 시도하던데 영리한 수비수들을 만나면 역으로 당하기 딱 좋아 보이네요.
이제 쿠티뉴를 봅시다. 사실 쿠티뉴는 측면에서 속도를 내는 작업을 이행하기에 좋은 것들을 가지고 있는 선수지만 동료들의 보조 역시 필수적으로 필요한 선수입니다. 쿠티뉴 존이란 말 때문에 다지선다를 거는 선수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사실 이지선다에 가까운 선수입니다. 수비수들과의 수 싸움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내거는 선수는 아니에요. 선수들 개개인의 장단을 지금보다 더 파악하면서 이런 조정이 이뤄지면 좌측면에서 공격이 시작되는 빈도 수도 조금은 올라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네요.
아라우호는 다 좋은데 경기를 뛴다는 것 자체에 흥분을 하는 것 같단 느낌이 조금 듭니다. 본인이 안 해도 되는 것까지 무리해서 하려는 모습이 몇 장면 보였는데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이런 쪽으로는 조절이 필요해보여요. 왼발을 쓰는 모습은 못 봤는데 왼발로 패스는 괜찮게 해낼 수 있다면 꽤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저번 경기 전반전을 포함해 현재까지 봤을 때 데 용의 짝으론 부스케츠와는 다른 유형의 보조자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번 경기를 보니까 보조자를 원한 이유는 더더욱 알 수 있었는데 공간을 파주고 필요할 때 동료들 주변에 가서 수적 우위를 점해주고 넓게 돌아다니면서 포지셔닝을 잡을 수 있는 선수가 있었다면 골도 더 빨리 나왔을 거고 경기 자체도 훨씬 더 수월하게 풀렸을 거에요. 어쩌면 데 용의 동선을 자신의 장점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쪽으로 조정해줄 수도 있는 거고.
- 45분까지의 평가
이제 네투입니다. 별로 볼 기회가 없긴 했는데 저번 경기도 그렇고 패스 선택지가 정말 너무 안 좋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시야와 판단력의 문제인 것 같은데 슈테겐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웬만해선 네투가 계속해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훈련에서 어떻게든 개선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뜬금없는 실책이나 쓸데없이 위험한 상황을 만들 확률이 생각보다 높아 보여요.
그리즈만을 보면 경기 내내 메시와 볼을 쳐다보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고 메시가 최대한 적은 수비수들과 마주하는 상황을 만들어주려는 것 같은데 간격과 대형이 안 맞는 모습이 종종 있는 거 보면 앞으로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사실 침투는 좋은 공격 기회를 만드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볼을 굴릴 때 순간적으로 공간을 만들어주는 수단 중 하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달릴 때 수비수들이 의식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래야 수비수들 중 한 명이 따라가면서 다른 쪽으로 공간이 나니까. 지로나 수비수들이 수비 도중 그리즈만이 박스를 향해 뛸 때 손짓으로 가라고 지시하는 모습이 한두 번 정도 있었는데 유의미한 모습이라고 보구요. 앞으로 이런 걸 어떻게 활용하냐 역시 하나의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 데 용을 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많은 역할을 지시한 것 같단 생각이 드는데 프야니치가 다음 경기에 뛸 텐데 어떤 모습을 보일 지에 따라서 보강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감이 잡히지 않을까 싶네요. 외부 보강이 힘들다면 내부 보강을 통해 계속해서 어린 선수들을 담금질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시 아라우호로 돌아오면 예측력이 좋다기보단 신체 능력과 경합이 매우 좋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아무래도 계속 뛰면서 적응기를 어느 정도 거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부정적인 느낌은 없긴 한데 그렇다고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도 좀 그렇네요. 조금 더 보고 싶습니다.
다음 경기를 바라보는 관점은 이번 경기에서 느낀 점들을 토대로 바라본다면 어떻게 좋아지고 있는지 더 명확하게 보일 거라고 봅니다. 메시의 골은 별로 덧붙일 게 없는 게 상대 수비수들이 달려와서 반응하기도 전에 슈팅을 날렸고 그게 들어간 겁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