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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무링요는

by 다스다스 2023. 2. 15.





루머로 그친 게 아니라 진짜 올 뻔 했음. 엘클 4대1 로 지고 욕 뒤지게 먹고 (한준희 해설이 그냥 주는 골이라 했던 경기) 레이카르트랑 이번 시즌까지만 하기로 합의했고 펩 선임 발표했는데도 여론이 기대감은 커녕 이제 팀 망했구나. 끝났네. 로 계속 가니까 당시 보드진 중 한 명이었던 잉글라가 무링요로 가야된다고 밀어부쳤죠. 크루이프가 무슨 소리를 하든 의미없다 느낀 적이 딱 두 번인데 이 시즌 후반기랑 08-09 리가 2라운드까지임.




아직도 기억나는 후반기 알레띠 전 패배 이후 크루이프 칼럼 발언. '긴 터널로 다시 들어가는 경기였다.' (그 정도로 끔찍한 수준의 경기였다.)




홈 경기도 관중은 안 오고 오는 사람들도 흰 손수건 흔들면서 메시 (유일한 희망), 보얀 (열심히 뛰는 기대주. 지도산은 잡음이 너무 심해서 말 많았음), 뚜레 (허리 디스크 있는데 팀이 자기를 필요로 하는데 빠질 수 없다며 참고 뜀) 뺀 나머지한테 야유를 엄청 하니까 분위기도 그냥 답이 없었음. 푸욜, 챠비, 이니에스타한테도 관중들이 욕한 시즌임.




마지막 홈 경기도 2대0 으로 이기다가 2대3 으로 역전 당해서 그 적은 관중들 마저 개빡치게 했던 걸로 기억함. 레이카르트랑 헤어지는 게 확정이라 레이카르트한테만 박수 쳐줬죠. 그때 아마 4만명도 안 왔을 거에요. 그 정도로 여론 안 좋았음.




그러고 무링요가 바르셀로나로 들고 온 게 경기 6번 붙은 게 다인데 200장이 넘는 분석 자료들이었고 아직도 기억나는 게 5년 감독한 레이카르트보다 방대한 자료라 했었음. 보드진들하고 만나서 프레젠테이션까지 했죠. 예전에도 썼고 무링요의 일대기를 관찰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봤지만 이때 무링요는 정말 진심이었다고 생각함. 반 할 때 3년 동안 배우면서 바르셀로나 감독하는 게 정점을 찍는 거다라고 생각했을 거라고 봅니다.




왜 그러냐면 무링요가 롭슨 때부터 카탈루냐 언론은 물론이고 스페인 언론들이 저격을 많이 한 인물 중 하나였음. 반 할하고 잘 어울린 이유기도 했죠. 반 할도 이런 걸 신경을 안 썼으니... 마드리드에 오자마자 언론들과 사이가 급속도로 안 좋아진 것도 그런 과거가 있었기 때문. 성공하더니 더 그러네?? 이런 느낌?




결국 인성 문제와 과한 요구들. 두 가지로 엎어버렸고 펩이 감독하는 걸로 해서 바르셀로나는 대박이 났으니 다행이었죠.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치키랑 크루이프가 철벽을 치고 있었기 때문에 될 리도 없었다고 봅니다. 물론 무링요가 왔어도 성적은 냈겠지만 메시 중앙화나 이니에스타 포워드화 같은 건 없었을 거 같음.




옛날 경기들 보시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겠지만 리액션 좋은 사람 중 한 명이었고 불만이 있으면 가끔 롭슨이나 반 할보다도 먼저 튀어나와서 쏼라쏼라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음.




그렇게 주변에 적이 많음에도 신경을 안 썼죠. 스탭 전원 교체 요구도 껄끄러운 사람들이 있었던 것도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경기 끝나도 스코어 상관 없이 불만 있으면 심판이나 상대 선수들한테 가서 시비 걸고 그랬던 게 당시 무링요. 그렇게 행동하던 자신을 깔보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바르셀로나 감독이 된다면 그것보다 통쾌하고 완벽한 성공은 없었겠죠.




롭슨과의 동행은 무링요가 후임 감독이 반 할이라는 걸 알고 스스로 멈춘 거지만 (당시 반 할은 다수의 꼬맹이들을 이끌고 아약스를 성공시킨 전설적인 인물이었음) 롭슨은 무링요의 신기할 정도로 열정적인 면은 좋아했지만 (통역관이 자기 말 통역하면서 얘기하지도 않은 걸 지적하고 가르치니) 저런 돌발적이고 과격한 행동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음.




종종 옛날 얘기하다보면 무링요 얘기가 나오곤 하는데 이제 트렌드에서 멀어져서 그렇지. 앞으로도 꾸준히 언급될 인물이라곤 생각합니다. 악성 맨유 팬이 무링요 맨유 올 때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바르셀로나 왔으면 그 당시의 나도 저랬을까 싶긴 했었네요. 인성은 늘 말씀드리지만 원래 그런 사람이었음. 한번도 변한 적이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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