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의료 영역인 것 같다고 느끼는데요. 사실 의료 영역이 의사마다 다르고 재활 과정도 치료사나 트레이너가 통증을 어떻게 해석하고 선수가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에 따라 다르기 마련입니다.
NBA 도 이번 포틀랜드-골스 트레이드 사건이 있던데 이건 기준치와 진료 등 여러 가지 영역에서의 차이와 동시에 무능력함까지 더해진 케이스긴 합니다만... 일반적으로는 이렇지 않습니다.
아무튼 클럽이라는 큰 틀에서, 관리라는 큰 영역에서 의료 영역을 바라본다고 했을 때 중요한 건 크게 3가지라고 보거든요.
- 의료진 자체가 가지는 권한 (예를 들어 감독이 기용하려는데 또는 선수가 뛸 수 있다는데 엿이나 먹으셈을 할 수 있냐 없냐. OK 사인을 주는 기준도 훨씬 엄격하고 통증이 재발했을 때 아니면 위험 수위에 있다고 판단될 때 역시 다르겠죠. 의사가 뛸 수 있냐 없냐를 정할 수 있는 범위와 기준 등이 강해지고 넓어지니)
- 본인이 따로 하는 일이 있냐 (볼파르트처럼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게 아니어도 페이 닥터를 비롯한 겸업 및 사업 등등등. 클럽 규모에 따라 좀 갈리는 부분인 듯. 쿠가트도 바르셀로나 팀 닥터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중점적으로 봐줄 때도 볼파르트 같은 개념에 가까웠음. 바르셀로나에 개인 병원이 있죠.)
- 그리고 감독이 얼마나 통제를 하냐 (펩처럼 통제에 엄격한 감독들이 대표적일 듯하고 선수단 중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선수들이 있는 경우도 예시가 될 수 있을 듯)
정도라고 봅니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더 있겠지만 매우 큰 틀에선 저 3가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보구요.
펩이 뮌헨에서 의료진하고 싸웠던 것도 자긴 외적인 영역까지 끼어들어서 선수들을 통제하고 싶은데 볼파르트가 본인 일도 해야하기 때문에 뮌헨에서 의료진으로서 그렇게 많은 부분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거겠죠. 원정 경기에도 같이 따라다니길 원했다는데 자기가 꽤 유명한 의사고 본업이 있는데 그걸 다 따라다니는 것도 볼파르트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소리니까요. 보통은 프루나처럼 따라다니고 다치면 튀어나가고 그래야하는 게 펩의 생각이었다는 뜻이죠.
펩이 맨 처음 뮌헨 부임했을 때 경기 후 회복 과정을 보고 놀랐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선수의 24시간이 철저한 관리를 바탕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게 불만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보구요.
제가 종종 선수단이 줄지어서 눕거나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도로 병원으로 임대되거나 할 때 감독의 관리법이나 트레이닝론을 지적하는 게 이러한 맥락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매번 감독 탓은 아니겠지만 의료진보단 감독의 비중이 훨씬 클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봅니다.
때로 의료진이 오진을 하거나 치료 과정을 잘못 가져가서 더뎌지거나 OK 사인을 냈음에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하는 경우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드물다고 생각하고 선수들이 많이 당하는 근육계 부상은 통상적으로 다 최대한 휴식 기간을 보장할 것을 의료진들이 권유하거나 요청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9월 초에 근육계 부상을 당하면 넉넉하게 잡아 10월 초중순까지 쉬고 돌아오면 짧은 시일 내에 재발할 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거죠. 프루나가 여러 차례 얘기했던 부분이기도 하고. 근데 팀 상황상 그게 납득이 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이 보통 부상 회복 기간이 되는 거죠. 2주. 3주 등등 (그리고 출장 시간 조절이나 긴장감이 덜한 상황에서 교체 투입 등등) 그런 판단에 이러한 요소들이 들어가기도 한다는 소리기도 합니다.
티토를 다른 분들보다 훨씬 저평가하는 것도 본인이 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최종 권한을 내놓지 않으니 (로우라는 사실상 간단한 훈련만 지시하고 기자 회견만 하는 사람이었음. 선발 라인업도 로우라가 짜는 게 아니라 티토가 주비사레타나 로우라에게 정보를 받아서 짰음) 선수단 관리가 엉망이었고. 돌아와서도 파리와의 8강 2차전 앞두고 프루나가 메시가 훈련은 물론. 뛰어서도 안 된다했는데 듣지도 않았죠.
경기를 뛰려면 아주 간단한 트레이닝이라도 해야하니까... 보통 움직이지 않길 권장하는데 트레이닝을 받는 거 자체도 이미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있었던 상태였단 거죠. 부상은 결국 필연적이었단 소리고. 그래서 티토가 어떤 사람이었든 감독으로서 그렇게 높게 보지 않는 이유 중 하나고 욕심이 과했다고 했던 겁니다.
옛날 한창 스페셜 원이라고 자칭하고 다니던 무링요도 가는 팀마다 내걸던 조건이 본인 사단 전원 풀타임 고용 + 의료진 전원 교체였죠. 사생활은 건들지 않지만 내적으론 항상 시즌 초에 좋은 리듬을 유지하게 만드는 게 무링요가 선호하던 방식이었기에 이런 조건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고.
사생활이나 기용 방식에도 이런 부분들이 요소가 되는 게 선수가 뛸 수 있다하면 진통제나 주사도 크게 신경쓰지 않아하는 감독들도 있고. (선수들의 의사를 존중해줄 수도 있는 거고 각자 판단할 문제라고 봅니다. 전 옳다고 보지 않음) 관리의 영역에서 선수들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하는 감독들은 의료진에게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죠. 통제에 민감한 감독들이 에고가 쎄거나 스타 선수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이런 자기 주관이 강한 게 어느 정도 있구요.
발베르데도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좋아했던 게 할 것만 하면 아무 말도 안 하고 아무 신경도 안 썼으니까요. (사실 능력만 좋음 어디서나 제일 좋아할 스타일이긴 합니다.)
NBA 만 해도 올스타급 선수면 팀을 꾸리는지 무슨 캠프라는 말을 쓰던데 별에별 사람들이 부상 회복 과정은 물론이고 출장 여부에 의견을 던지고 그러죠.
회복 훈련도 어느 정도 일반적으로 정해져있는 루틴이나 방식이 있지만 감독 + 의료진에 따라 조금 다른 경우도 있구요. 원정 경기가 연달아 있거나 이동 거리가 길 때 역시 그에 맞는 조치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크루이프, 반 할, 펩, 루쵸 등이 썼던 홈 경기임에도 경기 전 날 호텔 투숙을 하고 그런 것들도 긴장감을 유지하고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함 등이 제일 크겠지만 딴 짓을 못하고 본인 플랜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으니 선수들 컨디션을 최대한 올리기도 좋은 방식이기도 했죠.
제가 프리시즌도 여러 군데 돌아다니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 게 초장부터 내적인 요소들을 어느 정도 깎고 시작하는 거라 그렇습니다. 이런 거 민감한 감독들은 납득할 수 있는 텀이나 다른 것들이 없으면 수락을 안 하죠. 그래서 요즘은 대다수의 보드진들이 감독의 권한 역시 협상 여부로 삼는 편이구요.
어쩌면 감독 연봉에는 너 혼자서 욕 다 먹으니까 보상금 개념으로 더 줄게 하고 더 들어가는 걸수도? 전개 과정을 모르면 일단 갈아마신 감독을 욕하니까요.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