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토 빌라노바의 바르셀로나의 상승세가 멈출 줄을 모른다. 1월 초까지 치뤄진 모든 경기에서 그들은 현재까지 25승 2무 2패를 기록하고 있다. 승률이 무려 90%에 가까울 정도다. 리그에서는 펩 시절에 세웠던 승점 기록을 넘어서 새로운 승점 기록을 세우기 일보 직전이다. 누가 봐도 놀라운 상승세다. 그렇다면 펩 과르디올라에 이어 지휘봉을 이어잡은 티토 빌라노바는 바르셀로나에 어떠한 변화를 주었기에 바르셀로나는 이러한 미칠듯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는 걸까?
<바르셀로나의 근 3년간 영입 중 최고의 영입이라고 생각하는 호르디 알바다.>
1. 좌우 밸런스와 돌아온 속도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의 문제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 딱 한 가지만 뽑아보라면 1초도 고민 안 하고 바로 좌우 밸런스의 붕괴를 뽑겠다. 무링요가 좌우 측면의 기동성에 목숨을 걸고 그 부분을 핵심으로 놓는 스타일의 감독이라면, 펩 과르디올라부터 이어진 현 바르셀로나의 핵심은 좌우 밸런스다. 그 동안 이어져온 펩 과르디올라와 무링요의 전술 대결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과르디올라의 승이라고 판단을 내리거나 내렸던 이유는 이 좌우 밸런스를 통해 무링요의 좌우 측면의 기동성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경기를 지배했기 떄문이었다. 이러한 좌우 밸런스를 유지해내지 못한 지난 시즌은 이전에 비해 내려올 수밖에 없는 시즌이었다.
- 비야의 이른 시점에 장기 부상으로 인한 이탈, 이니에스타의 알 수 없는 기복, 아비달의 재발로 인한 이탈, 아드리아누와 케이타의 부족함, 세스크의 지지부진한 적응, 핵심 선수들의 체력 저하, 피케가 샤키라랑 노느라 망했다 등등
이러한 연속적인 악재 발생으로 이어진 왼쪽 라인의 붕괴가 가져온 결과는 재앙 그 자체였다. 지난 시즌은 펩의 4년 동안 샤비-알베스-메시가 주를 이루는 오른쪽 라인에 의존하는 경향이 가장 컸던 시즌이었으며, 그 결과는 모든 바르셀로나 팬들이 아시다시피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렇다면, 티토는 어떤 식으로 바르셀로나의 좌우 밸런스를 다시 도로 맞춰놓은 걸까?
왼쪽 라인을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 가장 크다. 이니에스타의 포워드화와 라 리가와 유로 2012에서 확실하게 검증된 호르디 알바의 영입 그리고 지난 시즌 오랜 사가를 끝내고 왔지만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헤매던 세스크의 자리와 역할을 제대로 잡아줌으로서 왼쪽 라인의 확고한 주전 라인업을 만들었다. 좌우 밸런스가 맞아들어가자 특정 선수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의존하던 모양새 (알베스가 이전에 비해 확연히 떨어졌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유다. 지난 시즌까지 바르셀로나에서 알베스는 샤비와 메시 다음가는 핵심 자원 중 하나였다.) 가 이번 시즌에는 현격하게 줄어들었으며 이는 곧 좌우 어느 쪽에서든 상대 수비 대형이 형성되기 이전에 패널티 박스까지 재빠르게 전진을 해낼 수 있는 속도의 향상을 이끌어내었다.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의 경기들을 잘 살펴보면 속도가 다시금 이전의 속도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촌놈은 바르셀로나에게 득점이 아닌 자신만의 방법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2. 메시 의존증은 줄었지만, 메시 활용도는 더 날카로워졌다.
무슨 소린가 싶을 거다. 많은 바르셀로나 팬들이 산체스의 활약에 의문을 품고 있을 거라고 개인적으로는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산체스가 지난 시즌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그로 인해 이러한 산체스 부진이라는 의견에 관해서는 반대 의견을 강하게 내고 싶다. 산체스는 앞으로 몇 년 동안은 바르셀로나에게 큰 메리트를 안겨줄 수 있는 선수며, 그의 이탈은 바르셀로나에게 좋지 못한 선택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메시 얘기 꺼내놓고 왜 갑자기 산체스 얘기를 하냐. 정신 나간 놈 아냐 이거. 할만한 상황이다. 산체스 얘기를 먼저 꺼낸 이유는 메시를 활용하는 것을 가능하게끔 해주는 선수는 현 바르셀로나에서 산체스만이 유일하기 떄문이다. 그나마 산체스를 따라할 수 있는 선수를 꼽아보라면 페드로뿐이다. 산체스는 메시의 수비 가담 빈도수를 줄여줌과 동시에 전방에서 뛰어난 오프 더 볼 움직임으로 수비수를 달고 다닐 수 있고, 또한 측면으로 수비수를 끌어내는 역할에도 굉장히 능하다. 애초에 우디네세 시절의 산체스도 이러한 역할에 능한 선수였다. 비야와 앙리처럼 득점력과 한 방이 있는 선수라기보다는 돌격대장이나 잡일꾼에 가까운 역할을 해내던 선수가 산체스였다. 필자는 여전히 과르디올라와 보드진이 산체스에게 이러한 점을 기대하고 영입했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산체스의 역할은 메시가 공격에 집중할 수 있고, 2선과 1선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자유로움을 충분히 안겨주고 있다. 메시의 활약이 날이 갈수록 더 대단해지는 것은 메시 하나만 잘해서가 아니라 팀원들이 그를 더더욱 효과적으로 서포터해주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산체스는 측면에서 수비수들을 추풍낙엽으로 다 쓰러뜨리고 말도 안되는 슈팅력으로 골을 넣는 선수가 아니다. 지능적인 플레이로 동료 선수들이 본인들의 플레이를 해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선수다. 적어도 바르셀로나 내에서는 말이다. 선수를 보는 눈은 다양하고, 그 어떤 것도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산체스에게 쏟아지는 비판과 비난은 과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는 메시를 도우는 것만으로도 바르셀로나에서 충분히 제 몫을 해주고 있다.
<지난 시즌 보여주지 못한 그의 가치를 이번 시즌에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재능은 위대하다고 보기에 그의 활약을 조금 더 기대해본다.>
3. 미드필더들의 침투 증가, 과감한 패스 시도의 증가
통계적으로도 잘 드러나는 3번이다. 세스크가 너무나도 싫었고, 아스날에서 커리어를 마감했으면 했지만 끝내 영입된 그를 보며 반겼던 것은 상대의 수비 라인이 지나치게 내려가있거나 순간적으로 공간이 났을 때 침투로 인한 득점력의 향상과 원투 패스나 모험적인 패스로 창의적인 시도를 조금 더 이끌어줄 수 있기 떄문이었다. 그리고 세스크는 이번 시즌에 이러한 기대를 가장 잘 충족시켜주고 있다. 샤비는 말할 필요도 없이 언제나 모든 면에서 잘해주고 있고, 다른 선수들 역시 득점 상황에 관여하는 빈도 수와 적극적인 침투가 예년에 비해 확실히 더 많아졌다.
현 시점에서 양 측면 포워드들이 득점에 많이 관여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팀이 잘 나가고 있는 이유는 미드필더들이 그 부족함을 메꿔주고 있기 때문이고 이것은 불안한 신호라거나 부정적인 부분이라기보다는 분명히 좋은 신호며, 시즌을 거듭해나갈수록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카드가 될 거라고 본다.
<지난 시즌에 비해 늘어난 득점력과 줄어든 기복은 바르셀로나가 약점을 보완해 더 발전을 해냈다는 것을 수치상으로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4. 그럼 이제 비교를 통해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차이를 찾아보자.
지난 시즌의 문제점 - 볼의 속도를 끌어올리기에 적합하지 못한 상태로 상대의 수비 대형이 다 갖춰진 상태에서 경기를 펼치는 경우가 많았다. -> 고립되는 경우가 잦아졌고 개인 기량이 출중한 알베스나 샤비 또는 메시에게 볼이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 이들이 전개나 공격을 성공적으로 해내면 골로 이어지거나 효과적인 공격을 이끌어냈고, 그렇지 못하면 역습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았다. (수비진의 실책이 잦았다는 얘기이기도 함.) -> 비효율적인 공격 전개가 이전에 비해 잦아지다보니 체력 관리가 원활하게 되지 못했고, 그 결과 4년 동안 가장 기복이 심한 시즌이었다.
이러한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났던 게 리가에서 안 좋은 결과를 얻어갔던 원정 경기들이다.
이번 시즌 나아진 점 - 볼의 속도가 다시금 올라오면서 수비 대형이 갖춰지기 이전에 패널티 박스 근처에 도달하는 경우의 수가 많아졌다. -> 좌우 밸런스가 맞아들어가면서 패턴의 다양화 또한 이뤄내며 다양한 득점 루트를 다시금 찾아냈다. -> 역습에 휘둘리는 경향은 이전 시즌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푸욜이 돌아오고, 피케가 제 폼을 찾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어느 정도 안정감이 있어졌고, 실점으로 하더라도 과감한 공격으로 그 부분을 잘 메꿔주고 있다. -> 시즌 초부터 걱정되었던 체력 문제는 로테이션과 현실적인 경기 운영으로 잘 메워나가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났던 건 최근 이어지는 대부분의 경기들이다. 굳이 한 경기를 딱 꼽자면 빌바오 전을 뽑고 싶다.
<과르디올라의 위대했던 바르셀로나를 이어받은 빌라노바가 바르셀로나를 다시금 영광의 길로 이끌 수 있을까?>
5. 결론
펩의 4년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바르셀로나는 좌우 밸런스가 잘 맞아들어간 시즌에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좌우 밸런스가 잘 맞아들어갔던 08-09, 10-11 시즌은 6관왕과 더블이었고, 이니에스타의 잦은 이탈과 앙리의 부진, 막스웰과 케이타의 고군분투가 돋보였던 09-10, 악재가 너무나도 많았던 11-12 시즌은 좌우 밸런스가 불균형해지면서 기대치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한 시즌들이었다.
티토의 바르셀로나는 아직 5개월 조금 안 되는 시간을 더 달려나가야된다. 하지만 필자가 티토의 바르셀로나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거라고 확신 아닌 확신을 하는 이유는 이들은 시즌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약점을 보완해내가고 경기력이 상승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핵심을 놓치고 있지 않다. 필자가 바라본 현재까지의 티토 바르셀로나는 100점 만점에 95점 정도를 주고 싶다. 5점을 깎은 이유는 리그 엘 클라시코의 승리를 간절히 바라던 필자의 기대를 약간 꺾었기 때문이랄까.
티토가, 그리고 바르셀로나가 이번 시즌에 어떠한 결과를 낼 지 그리고 어디까지 발전을 해나갈지 지켜보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르셀로나 팬들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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