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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마드리드는

by 다스다스 2019. 1. 7.


이런 식으로 보면 될 거 같습니다. 바르셀로나가 05-06 시즌 더블을 이룩한 후에 이적 시장에서 검증된 자원들이 오면 자연스레 쓰리백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이미 정점에 올라와있는 경기력이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란 안일한 마인드로 임하다가 결국 06-07 시즌 후반기에 제대로 말아먹었거든요. 여기에는 05-06 시즌까지 있던 경기력의 기반이 되거나 전술 변화에 있어서 꽤나 중요한 역할을 했던 선수들의 이탈도 크게 작용했구요. 마찬가지로 07-08 시즌에도 검증된 자원들이 오면 팀은 자연스레 회복할 것이다라고 생각했고 그 대표격이었던 선수가 앙리였는데 (앙리가 오는데 당연히 잘하겠지. 우리 판타스틱 4야.) 결과는 아시다시피 몇몇 선수들과 뚜레, 메시, 보얀 등이 없었다면 그대로 고꾸라질 형편 없는 팀이었죠. 판타스틱 1이란 비아냥까지 들었던 팀이었고 어떻게 챔피언스 리그 4강에 갔을까 싶을 정도의 팀이었습니다.


마드리드는 반대로 뒤집어서 보면 돼요. 사이클의 상승을 주도한 게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살려서 쓸 수 있는 감독 (지단) 과 그 시기에 맞춰서 최상의 폼을 이끌어낼 수 있는 선수들 (호날두, 마르셀로, 카르바할, 카세미루, 모드리치 등과 적재적소에 주어진 역할만 딱 잘할 수 있는 로테이션, 벤치 자원들) 이 있었기 때문인데 레이카르트의 바르셀로나도 마찬가지였거든요. 물론 레이카르트의 바르셀로나가 훨씬 더 좋은 전술적 보조자들이 많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아무튼 핵심 선수들을 비롯해서 이 선수들이 감독이 바뀌더라도 향후 몇 년은 더 거뜬하겠지란 안일한 마인드로 몇 년 뒤에 베팅을 해버린 셈입니다. 그 와중에 노장이라 이제 마지막 불꽃이고 내리막길밖에 남지 않았다고 예상되던 선수는 축구 내적인 잡음이 아니라 외적인 잡음으로 나간 셈인데 그 선수의 이탈을 기존 선수들만으로도 메울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들어갔는데 그게 생각 이상으로 컸던 셈이구요. 그리고 그 선수는 내리막길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하락세를 그리고 있지도 않구요.


과대 평가가 전력 평가를 냉정하게 못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인데 이게 결국 주어진 역할만 잘해내던 선수들에게는 그 이상을 원하는 양상이 되버리니까 당연히 팀은 삐그덕 거리는 거죠. 페레즈가 후임 감독을 데려오는 과정에서도 지나칠 정도로 자신의 팀을 신뢰했고 감독 선임을 생각보다 가볍게 봤다는 평가가 안 나올 수가 없는 게 되버리는 거죠. 결과적인 얘기가 아닌 게 스쿼드의 상황을 본 이후에 그 다음 후임 감독을 데려오는 과정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으니 현실적인 판단이 부족하단 비판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은 거구요.


조금 더 쉽게 표현하면

레이카르트의 바르셀로나 - 이 정도 클래스를 증명한 선수들이 오는데 설마 망하겠어?

현 마드리드 - 이 정도 클래스를 증명한 선수들이 있는데 굳이 명장이나 선수 보강을 해야겠어? 몇 년 뒤를 봐야지.


진짜 거짓말 안 하고 마드리드 경기 보면 비니시우스가 제일 잘해요. 재능의 크기나 활약상은 당연히 언급하는 거 자체가 실례일 정도로 비교가 안 되겠지만 07-08 시즌 바르셀로나랑 굉장히 유사합니다. 과감한 판단이나 겨울 이적 시장에서 이런 흐름을 뒤바꿀 수 있을 만한 선수가 들어오지 않는 한 상승세의 흐름을 되찾기엔 쉽지 않을 거에요. 


벌써 아스나 마르카를 비롯한 마드리드가 중점인 언론들이 이미 리가는 날아간 거나 다름없다는 의견을 앞세워서 마드리드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들을 하루도 안 거르고 쏟아내고 있는데 이것도 굉장히 유사합니다.


오히려 시즌을 조기에 접는 그림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게 마드리드의 의료진들이 마르셀로나 카르바할, 모드리치 같은 선수들의 피로도와 체력을 굉장히 우려스럽게 바라봤다는 기사가 전반기에 있었는데 그럼에도 그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건 마드리드의 하락세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이구요. 부상 관리가 엄청 안 되고 있어서 조기 복귀해서 뛰는 선수들도 나오고 있는 동시에 부상자들도 엄청 많죠. 마찬가지로 굉장히 유사합니다.


여기서 누가 술집이나 나이트 클럽에서 나오고 있는 거 보이고 훈련 불참하는 놈 나오고 감독 무시하는 모습 보이면? 07-08 바르셀로나죠.


──


오늘의 교훈 - 

좋은 선수들만 사모은다고 챔스 먹는 거 아니다. 

팀 한 번 빵꾸나면 감당 안 된다. 

어린 애들 믿다가 골로 간다. 

감독빨 생각보다 엄청 크다. 

코칭스태프나 의료진빨도 생각보다 크다. 

요즘 같은 시대엔 그냥 다 더 크다.

지단 나가줘서 쌩유베리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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