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소리 14

사실 원정에서의 고질적인 약점을 커리어 내내 갖고 있었던 발베르데기도 했고 소극적으로 준비해올 가능성도 있었고 무엇보다 지금 바르셀로나가 가지고 있는 뚜렷한 한계가 뻔한 대응책에도 말릴 가능성이 높아보여서 질 거라 생각했는데 어떻게 비겼네요. 발베르데가 예상 외로 방향성 자체가 괜찮았다는 측면 (잘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나 이길 가능성도 꽤나 높았다는 측면에서 아쉽긴 하네요.

우선적으로 짚고 넘어가야할 건 공격은 느린데 수비는 전원이 내려와서 한다는 의미는 포워드 라인에 있는 선수들의 수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느린 공격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뜻인데 적어도 지금 바르셀로나에서 그 희생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안겨다줄 수 있는 선수는 메시밖에 없음. 사실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수비적인 기여도가 제로에 수렴하는 메시를 고려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즉 메시가 활약하지 못하면 이 팀은 그 어떤 팀보다도 비효율적이고 체력 소모가 심한 축구를 하고 있다는 뜻. 후퇴하는 만큼 그 거리를 다시 그대로 전진해야한다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크게 다가오는 문제입니다. 당연히 지금 팀이 제일 필요로 하는 건 이걸 잘할 수 있으면서 측면에서 '개인의 능력' 으로 파괴력을 낼 수 있는 선수고.

그와 동시에 넣어줘야할 때 못 넣어주면 몇 배는 더 힘들게 경기한다는 뜻이기도 함. 팀이 이렇게 느리고 거기다 볼이 도는 방향도 제한적이니까 자연스레 양 측면에서 날라오는 크로스의 비중도 줄어들고 상대 수비가 횡으로 움직이는 비중 자체도 적어질 수밖에. 부가적으로 루즈볼 탈환으로 인한 역습이나 공수 전환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도 없음. 크로스는 단순히 맞추려고 갈기는 게 아니라 불발되서 나오는 루즈볼을 적극 탈환해 기회로 만드는 수단이기도 하다는 사실. 바르셀로나는 이것 역시 가장 잘하던 팀이기도 했고.

지금 바르셀로나가 제일 고쳐야할 건 볼이 빠르게 돌아야 함. '볼은 사람보다 빠르다.' 

제가 리옹 감독이었으면 오늘 의도적으로 공수 전환의 비중을 늘려서 바르셀로나의 체력을 최대한 갉아먹는 쪽으로 준비를 해왔을 것 같은데 후반전 잠깐을 제외하고 안 하는 거 보면 한두골로 갈릴만한 토너먼트라는 판단이 들어갔거나 아니면 지금 시점에 쓸 수 있는 교체 카드들이 이런 쪽으로는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기도 한데 어쨌거나 바르셀로나 입장에선 다행이었던 것 같네요.

뎀벨레는 양발 잡이치고 방향 전환이 자유자재로 되는 케이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퍼스트 터치가 좋은 선수도 아니라서 (오히려 생각 이상으로 기복이 심함) 슈팅각이 굉장히 뻔합니다. 입축구가 아니라 뎀벨레 경기를 보면 진짜로 조금만 잘하는 키퍼라면 대응하기 굉장히 쉬울 거라고 생각함. 특히 왼쪽으로 뛰면 더더욱. 이걸 본연의 능력으로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한 상태를 만들거나 동료들을 잘 활용해야하는데 둘 다 안 되니까 공간이 좁아졌을 때 본인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는 것이고. 가뜩이나 메시-알바의 존재로 인해 의도적으로 바르셀로나의 왼쪽에 대응해 수비를 더 투자하고 인원을 더 늘려서 간격 자체를 좁혀놨으니 더더욱 못할 수밖에.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지나칠 정도로 많이하던 슈팅페이크의 비중이 경기를 거듭하면 할수록 줄어들어서 속는 경우의 수가 생기고 있다는 거. 누누히 말했고 이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뎀벨레는 본연의 능력으로 우위를 점하고 팀에게 없는 걸 안겨다줄 수 있는 선수가 아님. 공간이 넓은 상태에서 힘을 내는 선수고 쿠티뉴보다 조금 더 잘하는 거지. 이적료 생각하면 돈값 못하고 있는 건 똑같음. 오늘 경기에서 제한적인 역할만 하는 선수고 보조적인 유형의 선수라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바르셀로나가 겉으로 봤을 때는 수비적으로 좋아보이지만 피케와 슈테겐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의 허슬로 인해 과대평가 되어있다는 사실. 사실 슬라이딩 태클의 비중이 높다는 건 결코 긍정적인 면이 아님. 피케는 한두번의 실책성 플레이가 있긴하다만 여전히 바르셀로나가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제가 그렇게 많은 선수들을 까면서도 피케에 대한 얘기를 잘하지 않던 건 이유가 있음. 렝글렛도 마찬가지고. 사실 다른 선수들의 실책으로 인해 골을 먹어도 최종 수비인 센터백이 욕을 먹는 경우가 많기도 합니다.

수아레즈는 진짜 이렇게 답도 없이 못하는 거 보면 입에서 욕이 절로 나오는 데 앞으로도 그걸 계속 봐야한다는 게 숨막히네요. 하나라도 잘하는 게 있어야하는데 그 하나도 없음. 메시도 평소같았으면 백프로 양보할 기회인데도 자기가 그냥 냅다 차버리던데 욕심을 부렸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팬들 눈에는 못 믿는구나란 인상을 심어주기엔 충분해보였음. 쉽게 갈 경기도 어렵게 만드는 최악의 선수가 지금의 수아레즈. 근 몇 년 동안 바르셀로나에서 투란을 제외하고 이런 선수는 없다 생각했는데 투란을 초월했음.

메시는 의욕은 경기만 봐도 뭔가 평소보다 더 들어간 거 같은데 컨디션이 여전히 안 좋아보였네요. 전반전에 데파이 볼 뒤에서 뺏는 거 보고 오늘 괜찮겠는데 싶었는데 별로였지만 믿을 선수는 여전히 메시뿐..

쿠티뉴는 이런 경기에서 메시 다음으로 존재감을 보여줘야하는 선수고 그러라고 데려왔는데 벤치 스타트를 한다는 것부터가 바르셀로나의 계획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건 아니다라는 걸 보여주는 거겠죠. 하는 거 보면 수아레즈와 마찬가지로 심각합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너무 안 뛴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덤.

개인적인 의견인데 스포티비 해설 볼 때마다 장지현 해설위원 빼면 죄다 해설하는 수준 자체가 심각한 것 같음. 중계권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당연히 그걸 소재로 써먹는 사람들의 수준도 높아져야하는 게 아닌지. 라 리가 보면서도 늘 불만이었는데 시즌이 진행되가는데도 (장지현 해설위원을 제외한) 해설들은 발전이 없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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