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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그리즈만하니 생각나는 골때리는 놈

by 다스다스 2019. 3. 20.


저번 시즌 바르셀로나를 이용해 거액의 재계약을 체결하고 또 떠나고 싶다는 얘기가 나오는 그리즈만을 보니 떠오르는 그 놈. 바로 바르셀로나의 배신자 중 탑을 달리는 루이스 피구.




피구가 진짜 골때리는 놈인게 누군가를 이용해먹고 그 이용해먹은 걸 토대로 또 누군가를 이용해먹고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사람이었음. 이런 피구의 성향 자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겨줄 수 있는 에이전트였던 호세 베이가의 존재감과 역량도 엄청났구요.




바르셀로나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넘어간 케이스였으니 당연히 아스나 마르카에는 피구에 관해 안 좋은 기사들이 별로없지만 스포르트나 엠디는 피구가 입을 턴다던가 바르셀로나와 연관된 소리를 한다던가하면 늘상 이런 피구의 이력을 나열하는 기사들은 쓰곤 하는데 피구는 어린 시절부터 이런 면에서는 기질 자체가 남달랐습니다. 지금부터 글로 쓰는 것들 말고도 스포르트나 엠디를 잘 찾아보시거나 해외 바르셀로나 팬들의 옛날 글들을 찾아보시면 더 잘 아실 수 있음. 아니면 옛날 꾸레코리아 글에도 있을 테고.




유스 시절부터 벤피카와 스포르팅 리스본과 이중 계약을 체결하는 바람에 어린 시절부터 45일 간 출장 정지라는 징계를 받았었고 그 후 스포르팅 리스본에서의 눈부신 활약과 U-20 월드컵에서의 활약 등으로 유럽의 빅 클럽들에게 관심을 받던 피구가 바르셀로나에 합류하기 전에 했던 행동은 이탈리아의 두 클럽인 유벤투스, 파르마와 이중 계약을 맺는 거였습니다.


소속 팀인 스포르팅 리스본을 거쳐서 피구와 접촉한 유벤투스

그런 유벤투스의 오퍼를 알아차리고 피구에게 사전 접촉한 파르마 (피구는 돈을 더 많이 주기로 한 파르마에 가는 걸 선호했고 그들과 가계약을 체결함)


결국 이게 세상 밖으로 알려지면서 피구는 세리에에서 2년 간 뛸 수 없다는 중징계를 받게 됩니다. 어쨌든 파르마와의 가계약이 성사가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파르마의 선수가 될 수 있었지만 피구와 베이가는 세리에가 아닌 다른 리그로의 이적을 모색합니다. 이건 단순 가계약이었고 여전히 피구의 권리는 스포르팅 리스본에 있는 거기 때문에 파르마와의 문제를 해결해줄 클럽을 찾는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거였죠. 이 때 베이가가 떡밥을 뿌린 클럽들은 크루이프의 드림팀의 사이클이 끝나가고 있던 바르셀로나와 그 드림팀의 사이클을 깨버린 팀 중 하나였던 발다노의 레알 마드리드. 마드리드가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 이 시기에 피구 영입을 포기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바르셀로나가 단독 협상에 임하면서 피구의 바르셀로나 행이 이뤄집니다.


그러고 바르셀로나에 입성하면서 그가 내뱉은 말은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클럽에 입단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리고 1년 뒤 마드리드에는 파비오 카펠로가 부임하게 되는데 카펠로가 피구의 영입을 요청했다는 얘기가 마드리드 언론들을 통해 나오기 시작하는데 피구는 스포르트와 엠디와의 인터뷰를 통해 난 절대로 떠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뒤에서는 이를 빌미로 바르셀로나에게 인상된 연봉으로 재계약을 해달라고 요구를 합니다. 허나 마드리드가 손을 떼게 되고 카펠로가 한 시즌만에 짤리고 (리가 우승했는데 축구 재미없게 수비적으로 한다고 짜름. 06-07 때도 와서 리가 역전 우승했는데 똑같은 이유로 또 짜름) 떠나면서 희미해졌는데 밀란으로 다시 돌아간 카펠로가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피구는 이를 이용해서 결국 인상된 연봉으로 재계약을 체결합니다.


그리고 98-99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바이에른 뮌헨과 한 조가 되면서 아쉽게 조별 예선에서 떨어지지만 시즌 전체에 걸쳐 꽤나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좋은 시즌을 보낸 후 피구는 한 번 더 재계약을 체결합니다. 당연히 또 인상된 연봉과 보너스였죠. 그러고 나서 그가 공개적으로 언론에 밝힌 말은 이거였습니다.


'바르셀로나가 나를 팔기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면 난 이 곳에 계속해서 남을 것이다.'


그 다음 시즌인 99-00 시즌이 끝난 후 마드리드는 의장 선거가 있었고 바르셀로나는 누네스가 성적 부진과 선수단 파벌 등 내부적인 문제들의 책임을 통감하고 사임을 하기로 결정합니다. 이 때 피구의 에이전트인 베이가는 다시 재계약을 위해서 라치오의 오퍼를 들고 찾아가지만 새로운 의장이 뽑히기 전까지 이런 얘기는 할 수 없다며 거절을 하고 피구는 일단 유로 2000 을 뛰러가죠. 그러던 중에 마드리드의 의장 후보 중 하나였던 플로렌티노 페레즈가 공개적으로 폭탄 선언을 합니다. 내가 레알 마드리드의 의장이 된다면 바르셀로나의 루이스 피구를 데려오겠다라고 말이죠. 사실 페레즈는 처음에 일반적으로 의장들이 선거에 나갈 때 거는 영입 공약처럼 그냥 하는 소리였습니다. 그냥 하는 소린데 라이벌 팀인 바르셀로나의 루이스 피구라면 시선을 끌기에는 딱 좋았죠.


허나 이 소식을 접하고나서 피구는 베이가에게 일을 맡기고 베이가는 페레즈와 만나서 진짜로 가계약서를 씁니다. 내용은 페레즈가 마드리드의 의장으로 선출될 시 효력이 생긴다는 거였으며 피구의 일정 수준 이상의 연봉 보장 등과 양 쪽 누구든지 계약을 어길 경우 상대편에게 위약금을 물어주는 거였죠.


그러고 며칠 뒤 이게 아스와 마르카 등을 통해서 언론에 얘기가 나오면서 의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던 모든 후보자들과 누네스는 놀라서 베이가와 피구에게 전화를 돌리는데 베이가는 부정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의장 후보들의 제안을 하나하나 들어보겠다며 의장 후보들의 서명이 들어가있는 서류까지 받아가면서 다 들어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소식들로 인해 걱정하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팬들을 위해서 피구는 공개적으로 다시 한 번 마드리드에 가지 않겠다고 말을 합니다. 그럼에도 팬들의 불만과 걱정이 가라앉지 않자 스포르트를 통해서 한 번 더 말을 하죠.


'지금 내가 들고 있는 이 셔츠 (바르셀로나 셔츠) 가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셔츠고 앞으로 입게 될 셔츠다. 난 페레즈가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마드리드로 가지 않는다. 내가 뛸 곳은 오로지 바르셀로나뿐이다.'


라고 말이죠. 페레즈는 맞대응으로 아스를 통해서 자신이 의장으로 선출됐는데 루이스 피구의 영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신이 마드리드의 모든 소시오들의 1년치 회비를 내겠다고 밝히죠. 그리고 페레즈는 결국 의장으로 선출되고 1주일 뒤에 피구는 마드리드로 갑니다. 




여전히 회자되는 가스파르트의 대화 중 하나죠.


피구 - 지금 나는 마드리드 행의 티켓과 바르셀로나의 행의 티켓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에 바르셀로나가 페레즈와의 계약서에 있는 위약금을 전부 다 지불해준다면 이 계약을 무효화할 생각이 있습니다.


가스파르트 - 바르셀로나에게는 마드리드의 소시오들을 위해 지불할 돈은 없다.





그 후 이뤄진 루이스 피구의 레알 마드리드 입단 기자 회견의 첫 말.


'레알 마드리드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언젠간 이 곳에 오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가스파르트는 이후에 그들이 가진 계약서는 베이가가 피구의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위임장도 없었고 피구의 자필서명이 없었기 때문에 효력이 없었던 계약서였는데 그럼에도 피구가 결국 마드리드에 간 것은 그가 애초부터 마드리드 행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얘기를 하기도 했었죠. 치키 역시 유로와 프리시즌의 피구의 모습을 보면서 무슨 짓을 해도 결국 피구는 마드리드에 갈 거라고 확신했다고 했었구요.



그와 절친한 선수 중 한 명이었던 루이스 엔리케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로 넘어왔던 자신에게 조언을 구하던 피구를 보면서 자신의 에이전트인 베이가를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쉴드를 치긴 했지만 바르셀로나 이상으로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곳은 없다고 했었다고 밝히기도 했었음.


사실 옛날 경기보면 눈에 띄는 선수 정도가 아니라 넘사벽으로 잘하는 기복이 거의 없는 선수 중 한 명인데 돈에 환장했다고 바르셀로나 팬들한테 욕먹던 네이마르나 바르셀로나를 이용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기존 연봉보다 두 배 이상되는 연봉으로 재계약을 체결한 그리즈만하고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이런 외적인 면에서 버러지같은 선수였음. 트로피나 1인자가 되고 싶은 야망이나 그런 것보다 피구란 사람 자체가 돈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었달까.




이렇게 돈과 관련된 선수들에 대한 거부감은 피구를 겪은 바르셀로나 팬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고 그러니까 현지 팬들이나 오래된 팬들에게 그리즈만이라는 선수에 대한 거부감은 사실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편. 그래서 바르셀로나에는 일단 연봉 깎고 온다는 소리가 들리면 미쳐버릴 수밖에 없는 거.


허나 더 좋은 축구를 보고 싶은 마음에서라면 그리고 그 때와 다른 지금의 바르셀로나라면 그리즈만이 올 수 있다면 여전히 오는 게 최선이라고 보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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