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잡소리 42

by 다스다스 2019. 3. 22.


데 리흐트 관련 기사들이 여러 언론들을 통해서 나오는 것 보면 단순 축구 내적인 이유보다는 꽤나 여러 가지 요인 (경제적, 정치적 등등) 들이 추가적으로 들어가서 일단 데려오고보자는 쪽에 가까운 것 같은데 이렇게 바르셀로나 팬들이 상황을 무시하고 선수가 가지고 있는 조건 자체에 열광할만한 선수들이 시기에 맞게 딱딱 떨어져서 나오는 경우는 드무니까 사실 데려올 수 있다는 판단이 서고 그럴려고 하는 것 자체는 이해는 되고 별로 반대하고 싶은 생각도 없는데 (반대한다고 제 의견이 전해지는 것도 아니고 설사 제 의견 하나 전해진다고해도 안 할 것 같진 않거든요.) 뭔가 아쉽달까요.




사실 바르셀로나 팬들의 대다수가 뭔가 이성적으로 비판하다가도 이런 대형 영입들이 몇 번 이뤄지면 팬심이 확 돌아섭니다. 데 용 영입도 그렇고 만약에 데 리흐트 영입까지 이뤄진다면 더더욱 그러겠죠. 그래서 보통 의장으로 임기를 보내는 양반들이 대놓고 거는 공약들이 누구누구를 데려오겠다죠. 누네스처럼 크루이프라는 서로가 서로를 이용해먹기 좋은 인물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영입이 이뤄지든 안 이뤄지든 일단 뱉고 보는데 그게 실제로 이뤄져서 그 선수가 팀에 알을 박아버리면 그 선수의 입지와 의장의 입지가 동시에 올라갑니다. 세스크와 네이마르가 아주 좋은 예시죠. 로셀이 쫒겨난 건 뒷돈과 불법 행위 및 과정의 문제지. 네이마르 존재가 문제가 된 게 아니니까요.




펩, 티토 '쓰리백의 정점을 찍어줄 미드필드가 필요해! 기왕이면 세스크인데 아니어도 괜찮아!' -> 세스크?? 내가 의장이 되면 세스크 데려올게. 나 데코, 호나우딩요 영입에도 관여한 사람이고 나이키에서도 알아주는 사람이었어. 알지? 의장되고나서 다음 해에 매년 연봉 1m 유로씩 까면서까지 바르셀로나 행 성공 시킴.


??? '메시 의존증 돌은 수준이야. 의존증을 줄여줄 수 있는 포워드가 필요해!' -> 브라질하면 바르셀로나잖아? 브라질의 레전드라면 바르셀로나에서 전성기를 보내는 게 관례라고. 메시의 후계자까지 할 수 있는 시기상 완벽한 선수가 브라질에 있어. 내가 브라질에서도 영향력 하난 알아주니까 어떻게든 네이마르 데려올게. 수 많은 작업자들이 몇 년에 걸쳐서 여러 클럽들에게 작업쳤는데 바르셀로나 행 성공 시킴.




마드리드도 똑같아요. 갈락티코는 그들의 이미지를 최상위로 끌어올려주고 모든 선수들이 최종적으로 꿈꾸는 종착점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줬으니까요. 정작 저런 갈락티코 정책은 기대하던 만큼의 성적이 안 나왔음에도 칼데론이 나가고 페레즈가 다시 돌아온다했을 때 그들이 기대하던 건 그런 높은 퀄리티가 보장된 선수들을 어떻게든 끌어오는 그의 수완이 마드리드를 다시 정상으로 이끌어줄 것이다라는 기대감이었죠. 실제로 호날두와 카카가 바로 왔고.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나 이런 익숙한 인물들이나 그런 인물들에 붙어있는 주변 인물들을 선호하는 건 이런 시스템 상 어쩔 수 없는 부분.


다시 돌아와서 얘기를 해보면 그렇기에 결국 성적과 대형 영입들의 성공은 곧 다음 임기에도 내가 아니더라도 우리 중에 누군가가 다시 의장이 될 수 있다는 거죠. 반대로 영입들도 망하고 성적도 못 내면 사임 압박을 받거나 불신임 투표가 일어나는 거고 그게 절정에 다다르면 우리 중 누군가가 아니라 우리가 아닌 누군가가 의장이 되는 거죠. 라포르타도 겪어본 거고 바르토메우도 겪어본 거고. 뭐 거기서 살고 있지 않은 우리들은 도저히 공감할 수 없겠지만 거기서는 FC 바르셀로나라는 게 상징 그 자체기 때문에 의장이라는 게 굉장한 직책 중 하나입니다. 나름 능력도 있는데 돈까지 많은 까딸란들이 의장직에 한 번쯤은 도전해보는 게 그걸 증명하고 있는 부분이고. 그 의장직에 앉았을 때 자신의 업적을 남기기 가장 좋은 건 결국 누구를 데려다놓느냐입니다. 그래서 라포르타가 즐라탄 처리도 못했는데 일단 남아공 월드컵 시작하기 전에 비야 사다놓고 나가버렸죠. 다시 의장 선거에 나온다면서 내건 공약 역시 포그바를 데려오겠다는 거였고. 로셀은 이에 대응하듯이 라포르타의 후임 의장으로 오자마자 재정적인 이유로 인해 치그린스키를 팔아야한다며 방출을 반대하던 펩을 설득해서 헐값에 도로 샤흐타르로 돌려보냈었고.


로셀파 출신들은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잘 써먹습니다. 바르토메우는 로셀보다 이런 면에서 훨씬 더 잘 써먹고 있어요. 시대적인 흐름 자체가 이적료를 깎는 게 무의미하니까 더 그래보이는 걸수도 있는데 데 용도 옛날같으면 욕 뒤지게 먹었을 건데 지금은 안 먹는 건 시대적인 흐름이 그러니까요. 마찬가지로 파울리뉴도 굉장히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던 선수였는데 연봉까지 깎고 들어오는 것도 모자라서 노장으로서 솔선수범하고 초반에 잘하기까지 하니까 팬들이 굉장히 좋아하고 좋은 영입이라고 평가가 바뀌었던 것처럼요. 아마 윌리안도 똑같았을 걸요? 왔으면 기복왕 소리는 듣겠지만 앙고처럼 그냥 주구장창 욕만 먹었을 확률보다 반짝하고 가기에는 적당한 즉시 전력감 선수다라는 평가가 더 많았을 거에요. 그가 바르셀로나에서 할 수 있는 게 제 눈에도 딱 보였으니 이 선수의 영입을 고려한 이들은 저보다 몇 만배는 더 잘 알테니 훨씬 더 잘 보였겠죠.


어느 정도 축구 내적인 면을 고려하면서 영입을 하고 있는 건 당연히 맞겠지만 이들이 하고자 하는 1순위는 메시 이후에 절대적인 존재감으로 바르셀로나를 상징하는 선수로서 자리를 잡을 확률이 높았던 네이마르의 이탈을 대체할 수 있는 바르셀로나의 또 다른 장기적인 관점의 대체자를 찾고 있는 쪽에 조금 더 가깝다고 봅니다. 축구 내적인 것보다는 그 시대의 바르셀로나하면 떠오르게 될 그런? 뎀벨레랑 쿠티뉴는 이미 그런 모델이 되기엔 글렀으니까요. 깜냥 자체가 안 되는 걸 뭐 어쩌겠습니까. 그들보다 깜냥 자체가 더 커보이는 선수들이면서 더 어린 선수들한테 걸어보는 거겠죠.




전 저런 바르셀로나의 일반적인 관점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여러 가지 면들이 뭔가 신기하고 축구 내적으로 추구하는 철학의 단호함도 멋있어보여서 이 팀의 팬질을 시작한 사람이지만 저들이 순전히 축구 내적인 면만을 고려하면서 일하지는 않는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고나서부터는 아쉬운 부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늘상 일을 잘한다고 칭찬을 할 때도 5~60% 정도라고 애매하게 언급을 하는 것이기도 하구요.


메시에 대해서 막연하게 믿는 건 바르셀로나에 있는 누구라도, 바르셀로나를 응원하는 어떤 팬이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거라서 이해는 하는데 현실적으로 바라보면 포워드에 몰빵하는 게 맞아요. 적어도 제가 한 5년 전까지 메시가 나이를 먹어도 이렇게 떨어질 거라고는 (그래도 여전히 세계에서 제일 잘하지만...) 생각 조차 안 해봤는데 막상 눈 앞에 펼쳐지니까 네이마르가 왜 이렇게 참을성이 없었나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사실 그리즈만 영입 자체가 데 리흐트라는 존재를 떠나서 걔가 먼저 바르셀로나로 오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닌 이상 이뤄질 가능성이 적다고 봐서 어떻게 보면 네이마르가 나간 게 더 아쉬운 측면이 큽니다.


수아레즈는 당연히 그럴 것 같았기에 별로 충격적이진 않은데 그 폭이 너무 커서 좀 놀랍긴 합니다. 바르셀로나에 넘어온 전성기가 임박하거나 전성기를 보내고 있던 대형 포워드가 그가 효용성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데도 다섯 시즌이나 주전으로 뛰고 있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진작에 다른 선수가 와서 떠났거나 효용성이 박살나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정상임. 효용성이 박살이 났는데도 주전으로 뛰고 있다는 건 그만큼 현대 축구의 이론들이 조각 (보조자 유형에 가깝겠죠.) 만으로도 일정 부분은 가능해지면서 크랙이 아니라 조각이 기존에 비해 더 높은 비율로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어쩌면 데 리흐트가 그리즈만과 비슷한 유형의 포워드 유망주였으면 정말 최적의 카드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